외주제작비율 지키기 위해 해외다큐물수입이나 타 도 프로그램 공유 늘어
지역방송사, 경쟁력있는 로컬방송 만들기가 최대숙제

각 지역방송사의 시청자 의견란에는 날마다 항의성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중앙방송 프로그램을 자르고 그 시간대에 왜 로컬방송을 내보내냐는 내용들이다. 또한 심야시간대에 지역과는 거리가 먼 해외다큐나 영화채널을 내보내고 있어 지역방송의 고유 역할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
다음은 청주MBC문화방송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의 일부분이다. “MBC의 대표적 시사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을 지방 자체 방송, 그것도 오락적(?)인 프로그램으로 대체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덮어진 진실과 오해를 되짚어 보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그시간에 별난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허탈하다. 차라리 지역의 문제를 한시간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시면 좋겠네요./ 김시정 글 ” 이외에도 중앙방송의 인기방영물이 지역방송으로 대치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시청자들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특히 CJB 청주방송은 매주 금요일 11시에 방영되는 ‘야심만만’프로그램을 몇주전부터 광고를 내보냈으나, 실제 그 시간에 지역방송이 나가게 되자 시민들의 항의가 인터넷에 빗발쳤다. 또한 일부 충북 북부지역에서 방송되던 서울 SBS방송이 3월 1일자로 송출이 되지않자 의문을 품은 시청자들의 의견도 많이 올라왔다. 이는 그동안 충북방송이 송출하던 SBS방송이 방송법에 의거해 역외송출 금지조항을 이행한 것이다. 현재는 22번에서CJB청주방송만이 송출되고 있다.

외주제작비율 현실적인 어려움 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부터 강화된 외주제작 비율 규정때문이다. 현재 중앙공중파 방송사들은 방송법에 의거해 외주제작비율 35%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에 비해서 2% 오른 결과다. 방송위는 2005년까지 외주제작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외주제작이란 방송사 자체제작의 독점을 막고, 고른 영상발전을 위해 프로덕션에 프로그램 제작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방송사 관계자들은 “중앙에서도 믿고 맡길 만한 프로덕션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것이 현실인데,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소화할만한 프로덕션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늘어난 외주제작 비율을 맞추기위해 지역방송사들은 비교적 저렴한 해외프로그램이나 타 지역에서 제작한 방영물들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 MBC 편성제작국 관계자는 “중앙과 지역의 경우 분명한 제작여건의 차이가 있음에도 똑같이 외주제작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타 지역에서 만든 로컬프로그램을 공유하거나, 해외 NHK, BBC, ABC 등 유수 방송사들의 프로그램들 중 유희성·교육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지역민방들이 공동구매하고 있으며 1회 방영비용은 약 150~200만원선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1회 자체 프로그램 순수제작비용 200~3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역의 각 계열사들은 외주제작에 대한 대안으로 자체 9개 계열사들이 모여 공동투자·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방영되는 ‘TV전국기행’이 바로 이러한 경우며, 목요일에 방영되는 ‘내고향청풍명월’은 대전·충주·청주 방송국이 공동제작한다. 순수 로컬방송은 ‘생방송 양반고을’, ‘도전 퀴즈불패’, ‘출동 6mm 현장속으로’등이며, 총 로컬비율은 전체 방송시간의 13%로 규정되어 있다. 로컬방송은 가장 낮은 시청률을 보이는 오전시간대나 심야로 밀려나 있다. 이에 시민들은 지역현안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이나, 현장중심의 프로그램들이 주요시청시간에 배치되어 피드백효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는 방송사들의 적극적인 로컬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다.

‘평당 50만원짜리와 500만원짜리’

한편 CJB 청주방송 편성국 관계자는 지역의 열악한 제작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평당 50만원을 들여 조립식 건물을 짓는 것과, 평당 500만원을 들여 대리석으로 집을 짓는 차이이다. 또한 중앙방송과 인력·제작비의 현격한 차이 뿐만아니라 지역의 고유의 이야기꺼리를 찾는데도 한계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에 9개 민방계열사들은 한 개사를 ‘키사’로 설정하고 제작비를 공동투자하는 방식의 ‘제작민방공동제작단’ 구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제작비용 2000만원 정도를 9개민방이 공동부담하는 형식이다. 매주 금요일에 방영되는 임지훈의 ‘예전처럼’이 이러한 예이며, 올 가을개편에는 청주방송을 ‘키사’로 한 토롯트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 ‘생방송 행복한 아침’, ‘인생 서포터즈’, ‘클릭 하이틴세상’등은 지역을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으며, 건강·시사·영화 프로그램도 고루 편성해 놓았다. 그러나 로컬방송비율을 27%로 맞추기위해 로컬방송의 재방송이나 해외 외화시리즈가 심야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도내 최초로 ‘방송아카데미’개설
영상제작 인프라 구성기대

이러한 제작여건 개선을 위해 제작비 확대지급이 요구되며, 무엇보다도 영상인프라들이 중심기반을 형성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에 청주에서는 최초로 영상매체 전문교육 아카데미가 개설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B청주방송은 주성대학 사회교육원과 연계하여 ‘CJB방송 아카데미’를 오는 5월 13일부터 11월까지 약 24주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과정은 인터넷방송, 비디오 저널리스트VJ, 방송진행자(MC·리포터), 구성작가, TV카메라 과정이며 각 과정 선발인원은 20명내외, 지원자격은 2년제 대학졸업 이상자다.
미디어 센터가 단 한 곳도 없는 청주의 척박한 토양에서 이러한 방송아카데미 신설을 두고 찬반여론도 뜨겁다. 이에 CJB청주방송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영상인프라들이 방송국에서 흡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일년에 50명내지 100명정도의 인원을 수급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지역인프라를 키우고 다시 지역영상제작에 환원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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