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강 희 편집국 부국장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희망이고 자랑이다. 그의 사무총장 당선은 전무후무한 일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반 총장의 당선 소식에 전국민은 환호했고 특히 그를 길러낸 충북도와 음성군·충주시는 감격스러워 했다. 그가 지은 저서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는 청소년 권장도서로 인기를 끈지 오래고 전국의 서점에서는 이 책을 가장 맨 앞에 진열해 놓고 있다.

그래서 일 것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 조각상 건립, 반기문 총장 노래 탄생, 반기문 마라톤대회 개최… 지자체와 국민들은 반기문 총장 브랜드화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에서 벗어난다고, 지나친 미화는 오히려 반 총장을 욕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월 음성군 생극면 ‘음성 큰바위얼굴 조각공원’에서 반 총장의 흉상과 UN에서 선서하는 전신상을 건립한다고 하자 반 총장은 “취임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이룬 업적이 없다. 좀 더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UN 사무국 관계자도 “UN본부에 걸리는 사무총장 초상화도 임기가 끝난 뒤에 제작된다”면서 현직 사무총장의 조각상 건립이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각공원측은 반 총장의 조각상 건립을 현재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충북 음성 행치마을 이 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었네. 소년시절 영어 잘하는 신동이며 외교관을 꿈꾸었던 굳은 그 신념 세계속에 영원한 꽃을 피웠네’로 시작하는 반기문 동요가 만들어졌다. 음성군은 오는 9월 반 총장의 고향인 음성군을 홍보하기 위해 향토축제인 설성문화제 기간 중 반기문전국마라톤대회를 열 계획으로 있다.

군은 이 대회를 전국 규모로 운영해 연례행사로 정착시키고 내년부터는 국제대회로 승격시킨다는 것이다. 구간도 음성군 종합운동장~반 총장 생가인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을 통과하는 20km 거리이다.

지난해 반 총장의 사무총장 당선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충북도와 음성군은 반기문 브랜드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계기로 지자체를 홍보하자는 것인데 문제는 내용이다. 결코 요란스럽지 않으면서 진실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각상 건립과 노래 제작도 너무 요란한 칭송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냄비근성’인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 아침에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바보를 만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유명해졌고 또 스러져 갔다.

황우석 신드롬이라는 것이 있었다. 전국민이 황우석을 외쳐대는 바람에 껍데기 황우석은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 덕분에 청주 출신으로 황우석 사단에 들어갔던 몇 몇 교수들도 유명해졌고 이들을 배출한 고등학교는 교문 앞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초청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다 황우석이 나락으로 떨어지자 황우석 사단에 있던 교수들도 전국민의 지탄을 받는 몸이 됐다.

순식간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보내진 것이다. 반 총장과 황우석은 물론 비교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덮어놓고 칭송하는 국민들의 태도는 구별되지 않는다. 때문에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만일의 경우 반 총장이 실수라도 한다면 국민들은 또 얼마나 비난을 쏟아부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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