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브리핑제 도입하면서 사무실 취재 제한
주민 알권리 제한… ‘신보도지침’ 지적도 제기돼

기자실 폐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기자실 폐쇄에 이은 후속 조치인 브리핑 룸으로의 운영이 최대 선이 될 것인가에 있다. 기자실 폐쇄는 지난 해 전국 공직협의회에서 처음 제기하여 각 지역별로 당시 그 뜻이 실현된 곳이 있다. 도내에서는 진천군이 여기에 속한다.
잠시 잠잠하던 문제가 또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것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나온 對 언론조치에 의해서다. 언론계에 관행타파의 외풍을 타고 온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연이어 작지만 의미 있는 언론관련 포석을 두고 있다. 신문가판 구독금지와 기자실 개방, 의례적인 언론사 창간기념 인터뷰 및 축하리셉션 참석 사절 등 언론계의 관행을 뒤집는 조치를 연일 쏟아내다시피하고 있다.
청와대 기자실 운영의 혁신은 정부부처들의 기자실 운영 제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기자실은 시설준비와 신원조회 등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는 6월부터 현행 출입기자단 제도를 출입기자 등록제로 바뀌는 등 개방형으로 전환한다.
청와대 기자실의 이같은 변화에 따라 정부 부처도 기자실을 페지하는 대신 통합 브리핑 룸을 설치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문화관광부는 이를 적극 추진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은 지난 14일 출입기자 등록제와 사무실 취재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홍보업무 방안’을 발표해 일부 언론과 야당으로부터’신보도지침’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취재원 실명제와 관련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창동장관은 기존에 발표했던 홍보방안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광부의 기자실 폐쇄 및 사무실 방문 금지는 언론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는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는 비난도 거세다.
그런데 실제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 룸으로 전환한 단양군의 경우 당장 언론의 취재 활동 제한으로 나타나고 있어 브리핑 룸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단양군은 지난 15일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 룸으로 전환하면서 기자들의 상주가 아닌 필요시 개방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기자실 폐쇄를 요구해온 단양군공직협의회는 브리핑 룸 운영과 관련, 언론사 및 기자, 단양군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첫째, 브리핑룸의 본래취지를 살려 군청 출퇴근식의 출입을 억제하여 차제에 관언유착의 고리를 끊을 것과 둘째, ‘취재정보 공개의 원칙’에 입각해 자료창구를 브리핑 룸으로 일원화하고 취재를 이유로 하여서는 어떠한 부서의 방문도 금할 것 등이다.
이를 정리하면 기자들은 군청 출입을 삼갈 것이며, 특히 취재를 이유로 한 사무실 방문은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실제 취재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양 주재기자 Y씨는 “단양군은 실과에 들어오지 말고 공보계에 얘기해 자료를 받으라고 한다. 그렇게 될 때 공무원이 내놓는 자료는 뻔할 게 아닌가. 부정적인 정보는 다 감춰놓고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만 내놓을 것이 뻔하다. 이것이 바로 시민들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기자들이 실과를 돌아다니며 캐내려 해도 폐쇄적인 공무원 조직상 어려움이 많은데 이제는 취재를 하지 말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단양군 모 사회단체 관계자는 “단양군의 사무실 취재 제한은 공개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자실이 있으면 이리저리 듣는 게 있게 마련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무실 취재 제한은 잘 된 것이나 내놓고, 모든 것을 감추겠다는 발상”이라며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무원 노조 내에서도 기자실 운영은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는데 역기능만 우려한 채 밀어 부치기식으로 기자실을 폐쇄한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론도 존재한다. 기자실 운영에 따른 표피적인 폐해를 제거하려다 언론 자유의 근본문제인 취재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인식되어 있다. 이는 문광부의 취재 실명제, 취재 응대후 상부 보고제 등 홍보업무 운영방안에 대한 현실적 비판과 궤를 같이한다. ‘관계자’ 또는 ‘관측통’ 등 비실명을 전제로 한 보도 행태가 사실 왜곡이나 허위 보도의 가능성을 높여왔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취재 실명제는 보도의 원칙인 ‘취재원 보호’ 문제와 직접적으로 배치된다. 언론의 판단에 맡겨져야 될 일에 대해서도 지침이 내려진다면 신 보도지침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브리핑제 도입에 대해서도 분명한 것은 정보 공개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취재원 접근권 확보 및 운영 부실 우려에 대한 해결방안부터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충북도는 예외 지역인가?

도내 각 시·군이 기자실 폐쇄 문제로 온통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충북도는 멀찌감치 비켜서 있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를 두고 시·군 및 해당 출입기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원종지사의 행정달인다운 조정역할에 의한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분석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충북도 관계자는 “기자실 운영 개선에 대한 여론은 있지만 기자실 폐쇄 및 브리핑 룸 운영에 대해 정부를 비롯해 다른 광역단체에서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나갈 필요가 뭐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공직협에서도 광역단체로서 홍보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로 기자실 운영의 필요성을 공감해 두고보자는 식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 관행 타파의 파고는 충북도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회기자실과 중앙지·지방지 기자실 등 3개로 나뉘어져 운영되는 기자실을 축소 운영하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브리핑 룸으로의 전환도 모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공보관실은 각 기자실 간사단과 간담회를 갖고 방안을 협의했고 전국적인 추이를 보아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기자실 축소를 비롯 브리핑 룸으로의 전환도 얼마든지 따르겠다는 것이 기자실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충북도나 기자단이 전반적인 기자실 운영 변화 추세에 맞추어 능동적인 변혁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눈치를 너무 살핀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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