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1사 시절 기득권 누린 신문들, 한국지방신문협회 창립
지방신문 지원 정책 선점 노려… 타지방지들, “기득권 안된다” 반발

노무현 정권 출범과 함께 기존 언론관행을 타파하려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와 언론환경은 예측할 수 없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기자실 폐쇄와 사무실 취재 제한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지방지들은 경영적 입장에서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과 관련 지방언론 육성책이 강구될 가능성이 높아 어느 때보다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방언론 육성책의 필요성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지난해부터 한국기자협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연구와 요구가 있어왔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주요 정책 이념이 지방분권에 모아지면서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언론의 육성도 절대 필요하다는 논리의 연계로 더욱 힘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지방신문에 대한 육성 정책 실현을 앞두고 지방신문사간 정부의 지원을 독식 내지 선점하려는 약삭빠른 행동들이 나타나면서 볼썽 사나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탄생이 원인
충청일보를 비롯하여 강원일보·경남신문·경인일보·광주일보·대전일보·매일신문·부산일보·제주일보 등 10개 신문사 발행인들은 지난 5일 강원도 춘천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를 창립하고 회장에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을 선출했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시절 ‘1道 1社’ 정책에 의해 특혜를 받으며 성장했던 신문사들이다. 한국신문협회에 모두 소속되어 활동해오다 느닷없이 이런 협회가 만들어진 배경은 너무도 뻔해 보인다는 시각이다.
지난 6일자 충청일보는 사고(社告)를 통해 한국지방신문협회 출범 소식을 전하면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전국의 대표적인 10개 지방신문사들은 한국지방신문협회를 공식 출범해 참여정부와 함께 지방언론 활성화를 선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공정보도 및 투명경영에 앞장서며 새로운 지방언론의 활로를 심도있게 협의·논의함으로써 지방문화 육성에 앞장서고 독자참여 등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언론의 위상제고는 물론 정부 차원의 지방언론 활성화 대책 등을 건의함으로써 지방언론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 지방신문 반발, 사장단 회의 열어
기존 1도1사 기득권을 누려왔던 신문 위주로 지방신문협회가 출범하자 나머지 지방언론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1987년 6·10민주 항쟁과 6·29 선언이후 1도1사 정책 폐지와 함께 언론자유화 조치이래 생겨난 중부매일신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방신문 사장단은 9일 후인 지난 14일 경주에서 모임을 갖고 최근 출범한 한국지방신문협회에 대해 ‘지방신문의 기득권 주장은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15일자 중부매일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들 사장단은 한국신문협회가 전체 지방신문사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언론민주화 이후 창간신문사를 배제한 채 1도1사 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10개 기존신문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 성토하고 올 상반기까지 회장직접선출, 임원의 단임제와 지역순환 선임제 등 모든 지방신문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제시해 줄 것을 강력 촉구키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장단은 최근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기존 10개 신문사들이 만든 한국지방신문협회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이러한 개선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협회 탈퇴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는 25일 대전에서 전체 사장단 회의를 갖기로 해 한국지방신문협회에 대한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해 지방신문건전육성특별법을 제안하며 활동에 들어간 전국지방신문협의회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한국지방신문협의회 무색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3개 언론단체 회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그동안 지방언론활성화 지원법 마련 추진을 위한 전국지방신문협의회가 구성, 운영됐었다. 그러나 한국지방신문협회가 기존 1도1사 중심으로 결성되어 독자적인 지방언론 활성화 활동에 나섬으로써 지방신문협의회가 무색케 되었음은 물론 신문협회의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이 지방신문 육성책을 두고 목전에서 지방신문사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대두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지방신문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될 만큼 열악하게 된 원인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명분 찾기와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자기당착에 빠진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지방신문 지원 논의 “선별 지원에 무게 중심”

지난해 지방언론 육성을 위한 지방신문사들의 요구는 다양했다. 한국기자협회를 중심으로 지방언론 육성이 의제화 되더니 노무현대통령의 당선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지방신문사간 선점 노력 등 복잡다기한 사정으로 인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거론되는 지원 조건을 보면 투자규모, 경영의 투명성, 편집권독립, 시장경쟁력 등을 들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조건만 충족되면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0만 인구에 5개나 존재하는 충북을 비롯하여 한 도에 9, 10개에 달하는 신문사들을 모두 육성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지역경제의 규모에 맞는 적절한 수를 산출한 뒤 이를 기준으로 하여 지원할 만한 대상을 선별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언론 육성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한국기자협회 활동에 참여했던 한 기자는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각론에 들어가게 되면 각 회원사의 특성과 이해관계가 얽혀들어 진전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별지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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