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업체 공모심사 탈락업체, 기자회견서 의혹 제기
심사방법·배점 공개, 심사위원 선정 건교부 지침과 어긋나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실행업체 선정을 위한 공모를 둘러싸고 지역 탈락업체가 집단반발하는등 파문이 일고 있다. 청주지역 중견 전시·행사업체인 (주)휴먼씨, (주)다산애드컴, 청사는 지난 19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모과정의 의혹사안에 대해 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대수시장 선거캠프 출신의 일부 조직위 간부가 나기정 전 시장 재임시 전시용역을 주로 맡아온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용역업체가 발주기관인 시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이의를 걸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대해 조직위는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한 결과’라며 일부 심사서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위의 공모과정과 업체가 제기한 문제점을 정리해 본다.
/ 편집자

청주시는 지난 2월초 조직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200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분야별 실행업체 선정 공모 공고를 발표했다. 전시·시설분야는 2개 영역으로 분리했고 여기에 행사분야를 합쳐 3개 영역별로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마감결과 전시·시설분야 2개 영역에 5개 업체, 행사분야에도 5개 업체가 신청했다. 하지만 제안서 접수이전에 실시한 조직위의 사업설명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사업설명회 직후 공예비엔날레 홈페이지에는 적지않은 불만의 글이 올랐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설명회 스케치’라는 제목의 글에는 행사분야에서 부가세포함 2억원의 예산이 ‘너무 적었다’는 불만과 함께 조직위 담당자들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마치 장원급제라도 해서 출세한 사람들 처럼 갑이 을을 대하듯하는 고압적 자세였다” “이벤트 업계에 있는 사람들을 마치 시정잡배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모부장의 설명이 끝나고 시청관계자의 부연설명이 서로 대조적이라는 점을 들어 ‘부처간 이견’에 대한 혼선을 지적했다.

사업설명회부터 혼선 초래해
특히 이날 설명회 책임자는 “이번 공모에선 기획은 필요없고 실행능력 위주로 평가한다. 기획은 참고만 하겠다”고 발언했다. 결국 참석업체들은 심사배점에서 기획부문이 배제되거나 비중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이에따라 실행위주의 제안서를 제출한 (주)다산애드컴은 5개 업체에서 2개 업체를 먼저 솎아내는 1차 심사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는 것. (주)다산애드컴은 지난해 과학기술부의 국립과학원 전국 설계공모에 참여한 21개 업체 가운데 지방에서 유일하게 1차 심사를 통과하는 등 업력을 인정받는 회사였기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주)다산애드컴측은 “조직위 실무책임자의 설명만 믿고 실행위주의 제안서를 만들었는데, 정작 심사배점에는 기획이 40점(100점 만점)이나 차지했다. 사실상 공모 공고에 배점기준을 제시했어야 맞는데, 사업설명회와 달리 심사배점을 정하니 두눈 뜬채로 뒷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항의했다.
또한 심사위원 선정방식이 건교부가 정한 ‘건축설계경기운영지침’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침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발주기관 등이 임명 또는 위촉한 10인이상 15인 이하의 심사위원으로 구성하고, 단계별로 시행하는 경우의 심사위원은 모두 동일인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1차 심사에 6명, 2차에 8명의 심사위원을 위촉해 지침에 미달됐고 특히 2차 심사의 경우 1차 위원을 모두 다른 사람으로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휴먼씨측은 “심사위원은 업체의 제안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일관된 심사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단계별 심사에서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2차 위원을 전면교체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직위, “우린 관(官)이 아니다”
이에대해 조직위측은 “조직위는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했기 때문에 관(官)이 아니다. 따라서 건교부 지침을 꼭 따를 필요가 없고 설계공모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심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2차 심사위원을 전혀 다른 분들로 위촉하게 됐다. 또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시공무원은 심사를 맡지 않았고 심사위원 후보군도 결재권자에게 2배수로 올렸다. 사업설명회에서 기획부문은 참고만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추후 질문을 받고 정정했는데 일부 업체에서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당선업체를 가리는 2차 심사에서 (주)휴먼씨는 서울 소재 (주)디자인 아이넥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청주공예비엔날레, 항공엑스포, 충북오송바이오엑스포 등 도내 대규모 축제행사의 전시시설 용역을 도맡아온 (주)휴먼씨가 고배를 마신 것이다. 또한 같은 축제행사의 이벤트 연출분야를 맡아온 청사도 충청대 소속 업체인 엔컴팩스에 밀려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엔컴팩스는 충청대 주최 국제태권도대회 행사에 관련한 실적증명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분야 심사에서는 당선업체인 엔컴팩스의 제안서가 조직위의 작성 지침을 지키지 않은 상태로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지침에 제안서를 30페이지 이내로 하도록 규정했으나 50페이지 분량으로 제출했다는 것. 탈락업체인 청사측은 “공모는 공정한 원칙이 생명이다. 따라서 제안서 작성기준을 어긴 것은 접수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심사의 투명성을 위해 제안서 내용에 작성자를 알아챌 수 있는 표현을 넣거나 표지장식 등 특별한 표식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엔컴팩스 제안서는 이러한 작성기준이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지역 컨소시엄, 엉뚱한 짝짓기
또한 예년과 달리 전시·시설분야를 2개 영역으로 분리한 데 대해 조직위는 ‘다수 업체에 기회를 제공해 지역에 골고루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서울 업체인 (주)디자인 아이넥스가 2개 영역에 모두 당선됐고 지역 컨소시엄 업체인 Y사와는 사전에 용역비율조차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Y사측은 “디자인아이넥스는 전혀 모르는 업체였는데,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전화를 통해 공예비엔날레 공모 얘기를 첨 들었다. 컨소시엄 제안을 하길래 실적도 괜찮은 회사같아서 동의했다. 우린 도장만 찍은 상황이고 용역비율 같은 것은 아직 협의가 안된 상태”라고 말했다. 접수등록 10일전에 맺어진 이같은 지역업체 졸속(?) 컨소시엄을 통해 과연 얼마 만큼의 몫을 받아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주)디자인 아이넥스의 또다른 지역 컨소시엄 업체인 O엔지니어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직위는 컨소시엄 참가업체에 대해 ‘사업자등록증에 전시와 관련된 분야(전시물 설계, 실내건축, 모형제작) 중 최소한 한가지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정했다는 것. 그런데 O엔지니어링은 철물을 다루는 업체로 알려져 전시시설 분야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조직위측은 “제시된 업종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행사장에 필요한 펜스 등 철구조물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따라서 행사시설 업체로 인정해 컨소시엄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탈락업체들은 한대수시장에게 보내는 질의서에서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실행업체 공모과정의 결과를 뒤집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공예비엔날레 참여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 실행업체 공모과정에서 나타난 공예조직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한 청주시 최대규모인 비엔날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조직위 실무책임자들이 대규모 축제행사를 기획관리해본 경험이 없고 행사를 치러본 일부 파견 공무원들도 핵심부서에서 배제돼 국제행사의 원만한 추진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공예비엔날레 준비를 앞두고 공론화된 제반 문제점에 대해 이제 청주시가 답변할 차례다.

시장이 바뀌면 업체도 바뀐다?
나 전 시장 재임시 행사·전시업체 ‘줄초상’
한 시장 선거캠프 출신 조직위와 신경전

이번 비엔날레 공모 집단반발 사태는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의 어두운 단면일 수도 있다. 탈락업체들은 자신들이 나기정 전 시장 당시 청주시의 축제행사, 전시관 공사를 주로 맡은 원죄(?) 때문에 배척당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탈락업체 가운데는 작년도 지방선거에서 나 전 시장에 대한 선거홍보물을 제작하는등 직접 관련을 맺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 이력은 현재 비엔날레조직위에서 일하는 일부 실무책임자에겐 눈엣가시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부 조직위 실무책임자는 작년도 지방선거전에서 한대수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하다 특채됐기 때문에 양측은 적대적 관계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그런 것에 결코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청주시의 행사·전시사업을 특정업체들이 독점해 온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처럼 지역제한을 할 경우 실행능력을 갖춘 회사는 휴먼씨와 다산애드컴 2곳 뿐이다. 결국 특정업체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어 지역제한 없이 전국 공모를 한 것이다. 공사를 직접 실행할 능력이 없는 기획사를 배제하자는 뜻은 있었지만, 특정 회사를 따돌리기 위한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주)다산애드컴과 (주)휴먼씨는 전국 전시공업협동조합 회원사로 가입한 순위가 도내 1·2위를 차지하는 업체다. (주)휴먼씨는 청주시의 공예비엔날레, 항공엑스포, 인쇄출판박람회를 비롯한 충북도 오송바이오엑스포에 참여해 상당한 기획력과 경험을 축적했다. (주)다산애드컴은 항공엑스포, 백제유물관, 청주공예관 공사를 통해 실행능력을 인정받았다. (주)다산애드컴은 전국규모의 설계공모에 몇차례 당선됐고 2002년 도급순위가 전국 350개 회원사 가운데 10위권에 드는 중견업체로 알려졌다. 지역의 대규모 행사·전시공사를 통해 지역업체의 기술력을 키우고 전국 수준을 넘볼만큼 성장한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자체적인 행사기획을 위해 지난 2월 총감독, 큐레이터, 디자이너를 포함한 8명의 계약직 직원을 채용했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실행업체는 ‘시설공사만 해내면 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에대해 탈락업체들은 “오히려 기획은 서울 업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설공사는 특수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역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애초에 지역제한을 풀고 서울업체와 컨소시엄을 유도한 자체가 휴먼씨와 다산애드컴을 배제시키자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조직위 한 실무자는 사석에서 특정업체를 거명하며 ‘절대 안된다’고 발언하는등 사사로운 감정표출을 하고 다녔다. 조직위의 편협된 생각이 지역업체를 죽이고 지역경제에 불이익을 낳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200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개념을 산업형 비엔날레로 바꾸고 행사 주제도 ‘쓰임(USE)’으로 정했다. 이 행사엔 산업자원부 교부세 10억원과 시비 15억원을 포함 총 38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오는 10월 2일부터 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18일간 개최된다. 한편 청주시는 2001년까지 전시감독을 맡았던 장동광씨와 결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조직위의 전시감독 지명공모를 통해 계약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되고 말았다는 것. 조직위측은 “장씨가 4억원의 개런티와 함께 자신과 함께 일할 직원들도 서울에 상주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조직위는 개런티를 3억원 이내로 하고 직원들의 청주 상주를 요구했다. 특히 산업형 컨셉으로 바꾸는 부분에 대해 공예 예술성을 지향해온 장씨가 계약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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