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장관, 관변단체 국고보조 중단·지자체는 자율맡겨
도내 새마을·바살협·자유총연맹 정액보조 지방비 20억넘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일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모언론과 인터뷰에서 “관변단체에 대한 국고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자율에 맡기겠다”고 천명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해마다 국가로부터 정액 보조금을 지원받아온 국민운동단체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물론 지방의 경우 ‘자율지원’ 방식을 내세워 특정 관변단체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릴 소지도 있다. 하지만 민간사회단체의 기본은 자발적인 참여와 회비모금을 통해 최소한의 자립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자치단체를 상대로 예산확보를 위한 로비에 힘을 쏟다보면 결국 단체의 설립취지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충북도, 청주시, 청원군의 정액보조 민간사회단체 지원실태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은 ‘지방재정법’과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등을 근거로 한다. 지방재정법에는 새마을운동단체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한국자유총연맹·한국예총·대한노인회·한국소비자연맹·체육회·상이군경회·전몰군경유족회·전몰군경미망인회·대한무공수훈자회·지방문화원·광복회 등 13개 단체를 해마다 일정액을 지원하는 ‘정액보조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충북도는 새마을운동 5000만원, 바르게살기운동 3100만원, 자유총연맹 36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청주시는 새마을 1억3000만원, 바르게살기 6300만원, 자유총연맹 2640만원을 지원한다. 청원군은 새마을 1억800만원, 바르게살기 4000만원, 자유총연맹 2040만원을 정액보조하고 있다.
새마을운동단체의 경우 수년전부터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운동 충북도지부는 지난해 청주시 수곡동에 5층 규모의 단독건물을 매입해 상당한 임대수익을 얻게됐다. 이에따라 그동안 중앙본부가 지원해온 시·군보조금을 도지부가 떠맡고 있다는 것. 청원군새마을운동협의회의 경우 올 예산 1억3700만원 가운데 회비 및 출연금이 3300만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예산 가운데 인건비(2명)가 2600만원을 차지해 회비수입을 더 늘려야 할 형편이다. 현재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은 남녀 새마을지도자에 한정돼 1071명에 그치고 있다.

새마을은 재정자립 준비했다
새마을운동단체는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회장단 출연금 기준을 제시했다. 도지부 회장 2000만원, 시지회장 1000만원, 군지회장 800만원 등으로 세분화했고 지역지도자회장, 부녀지도자회장은 연 200만원으로 못박았다. 또한 99년 강문규회장 취임이후 조직 활성화를 위해 상근자 공채모집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따라 중앙과 지방조직의 상당수 사무국장이 30∼40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도시지역 새마을단체는 사업내용과 시민인식이 걸맞지 않아 회원저변을 넓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특정한 소수그룹의 친목모임으로 운영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새마을충북도지부장 선거는 관변단체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청원지회장이 단독후보로 출마했으나 정작 대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의결정족수 부족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 총 대의원 68명의 과반수인 34명이 참석해야 의결이 가능한데 1명이 부족하자 서둘러 대의원 한명을 불러내는 촌극을 연출했다. 회장선거를 앞두고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은 선거거부 의사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참여의식이 저조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회비없는 관변단체 살길 막막
새마을운동단체보다 발등의 불이 시급한 곳은 바르게살기운동과 자유총연맹 조직이다. 청주시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의 경우 올해 순예산은 4000만원이며 이 가운데 시보조금은 정액 1600만원을 포함, 2500만원이다. 결국 나머지 1500만원을 자체수입으로 충당해야 하고 회장이 연간 출연금 60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766명의 회원 가운데 월 2∼5만원씩 정기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은 동위원장 등을 포함 5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조직으로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청주새마을부녀회 회장단과 충북도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사무국장이 시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사법처리 당하기도 했다. 바살협 사무국장은 도협의회에서 국고보조금으로 제작, 도내 각 시군에 협의회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친절 홍보용 배지를 대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것 처럼 속여 시군협의회로부터 19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또한 학원폭력추방운동 홍보용 어깨띠 400개를 구입한 것 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100만원을 횡령하는등 충북도, 청주시협의회 기금 200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것. 결국 단체재정이 소수의 임원들에 의해 집행되다보니 사적인 경조사비와 식비 등으로 많이 유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의 ‘두얼굴’을 우려한다
선출직 단체장 ‘부익부 빈익빈’ 만들 수도

최근 청주시 새마을부녀회 전 회장·총무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위반죄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혐의사실은 시보조금을 당초 사업목적대로 쓰지 않고 허위자료를 작성한 것이었다. 당시 리뷰 취재진은 취재과정에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지난 2000년 청주 항공엑스포에서 식당을 운영한 새마을부녀회는 시설 임대료로 750만원을 시에 납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익금이 예상보다 적어 당시 시장을 직접 찾아가 부탁했고 결국 150만원만 내는 것으로 처리했다는 것. 민간여성단체의 청탁(?)을 거절하지 못해 시수입 600만원을 포기한 셈이다. 또한 지난해 4월 강원도 1박2일 야유회를 떠나면서 시장에게 손을 벌리자 양 구청에서 질서캠페인 행사비 명목으로 100만원씩 편법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선거를 2개월 앞둔 시점에 민간단체 야유회 비용을 편법지원한 것은 선거법위반 여부를 따져 볼 심각한 사안이다.
임의단체 보조금을 이렇게 ‘임의적’으로 지원하다보니 자치단체장은 집행내역을 밝히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지않고 있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충북도, 청주시, 청원군을 상대로 2001년 임의단체보조금 예산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끝에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각종 민간단체의 지원요구를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관변단체의 중심인물이 지역유지로 통하는 경우가 많아 정액보조금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단체장이 이해관계를 통해 특정 민간단체를 집중지원할 경우 ‘부익부 빈인빈’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민간단체 재정지원은 민간단체의 양적성장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질적 성장 측면에서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보수적 관변단체를 정부와 지자체의 힘으로 지탱해 오면서 시대적 개혁과제 등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변단체에 대한 지원은 결국 순수 시민단체의 활동여지를 축소시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시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시민단체는 퇴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분앞에 향후 도내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선택이 어떨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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