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청주문화대전 오픈 1년…쌍방향 소통 미미
한국공예관 보털사이트 4년만에 블로그 형태로 개편

21세기 디지털은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미용실에서조차 디지털 파마가 유행이고, 디지털 대학까지 나왔다. 음악계의 LP음반은 아날로그의 상징이 돼버렸다. 디지털 문명은 오늘도 ‘초고속’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로 개인의 소소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문화와 역사까지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시대다. 따라서 지자체도 다양한 정보들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사이트를 개설한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문화정보사이트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접근성이 떨어진다. 단순한 통계 개요만이 떠돌고 있고, 이마저도 업데이트가 늦어 ‘죽은 정보’가 버젓이 실려있기도 하다. / 편집자

향토문화의 전자화, 디지털 청주문화대전

▲ ▲ 디지털 청주문화대전(http://cheongju.grandculture.net) ▲ ▲ 한국공예관 보털사이트 (http://www.koreacraft.org)
청주시는 2004년 4월 ‘디지털 청주문화대전’사업을 시작해 2006년 2월 사이트를 열었다. 이번 사업은 한마디로 21세기판 향토문화 편찬사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전국 232개 시·군·구 지역의 향토문화 자료를 총체적으로 수집, 분석해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이른바 국책사업. 현재 충북에서는 음성, 진천, 충주등이 추진중이다.

2005년 디지털성남문화대전이 첫발을 내딛었고, 청주는 성남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이 추진됐다. 국비 3억원과 시비 3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사업에는 교수및 학자 등 전문가 200여명이 참여해 세부항목을 분류, 집필했다. 시 관계자는 “기초항목조사위원회와 자문위원단을 따로 구성해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역사와 문화유산을 비롯한 정치 경제 생활 문화 등에 대한 정보가 개요 수준이 아닌, 논문에 가까운 심도 깊은 콘텐츠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사실상 디지털 청주문화대전은 향토문화백과사전이자 시지(市誌)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지의 경우 인쇄가 되면 수정이 어렵지만, 인터넷은 수정이 용이하다.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민족문화대백과 사전’을 링크하면 전국적인 정보의 연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는 시지를 디지털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국비를 신청했는데, 때마침 이번 사업이 진행중이라 자연스럽게 국비를 확보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디지털청주문화대전은 ‘내가 쓰는 청주백과’ 코너를 통해 정보가 순환되도록 했다. 하지만 오픈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올라온 내용은 십여건에 불과해 활용도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터넷의 특성상 업데이트가 필수인데, 오픈 이후 개편이 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에 시 관계자는 “집필자들과 시민들이 정보및 사진, 영상자료를 올릴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했지만, 호응도가 높지 않았다. 업데이트 및 항목의 수정 보완은 내년도에 예산을 세워 추진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한편 청주시지는 54년, 76년, 98년에 나왔다. 충북도지는 92년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시대의 시지가 기록물로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영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계 종사자 Y씨는 “문화대전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항목을 생성해야 한다. 편찬위원회를 별도 구성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일한 쇼핑몰, 한국공예관의 공예보털사이트

지난 2003년 오픈한 한국공예관의 공예보털사이트는 지자체가 만든 충북 유일의 공예쇼핑몰이다. 그러나 이용실적을 보면 극히 저조하다. 일년에 거래되는 숫자가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공예제품은 가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화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가 따랐다. 한 공예인은 “공예품은 기성제품이 아닌 예술품으로 화면에서 섬세한 기교와 완성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접근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즉, 감수성을 디지털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는 “보성 차 축제가 열릴 때 디지털을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줄 수는 있지만, 차의 맛은 전달할 수 없다”고 비유했다.

공예보털사이트는 한국공예관, 공예종합정보센터, 공예쇼핑몰, 공예비엔날레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공예업체와 공예작가를 지역별로 분류해 놓았지만 그 내용이 이력서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정보활용이 안된다는 것. 또한 작품세계, 작품평, 활동영역 등 기본적인 내용도 빠져있다. 이번 사업은 국비포함 총 6억 1500만원이 소요됐다. 한국공예관 관계자는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기초공사의 문제점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개인블로그 형태로 전환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공예아카데미 수강생들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홍보나 이벤트는 취약하다. 문화계 종사자 H씨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이트들이 생겨나므로, 끊임없이 이벤트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국공예관 관계자는 “사이트를 놀이터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정보전달에 치중하다보니 재미없어지는 측면도 있다. 작품전시및 생활속의 공예이야기들을 스스로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 개편을 위해 이미 예산도 세웠다”고 답했다.

사이트, 사후관리가 더 중요해

이밖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화정보사이트들이 있다. 논문을 준비하는 김모씨는 “도내 사이트를 통해 박물관프로그램의 개요를 조사했지만, 예전 자료들이 올라와 있어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충북도청 문화예술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박물관’이라고 치자 많은 페이지가 떴지만, 정작 도내 박물관들의 현황이 한눈에 나온 자료는 없었다. 또한 페이지를 링크하면 절반이상 ‘에러 메시지’가 떴다. 청주시청 홈페이지는 기본적인 개요만 나와있고 자세한 기록들이 빠져 있었다. 오히려 유명검색엔진을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사이트 오픈 이후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운영관리 담당자가 있어야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자료들이 축적되는 것에 대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또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보전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접근성을 높여가야 한다.

김승환 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인터넷의 쌍방소통를 살린 문화정보사이트들은 긍정적이지만, 사실상 유저(user)들이 자기시간과 열정을 보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능동적 생산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소비자에 머물러 있다. 반면 전세계 네티즌들의 백과사전인 ‘위치피디아’http://www.wikipedia.org/)는 쌍방향 지식소통의 성공사례를 보여준다. 하지만 위치피디아의 한국어판은 다른 나라보다 미약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도 한 원인이다. 한국의 디지털 의식은 아직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오르지 못했다. 표피적인 반응에만 대응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충북도지의 경우 과거처럼 단순자료 통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사적인 의미에서 문화사를 편찬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이라면 더욱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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