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현 화제신문 대표

   
아이들 봄방학을 이용해 홍콩자유여행을 다녀왔다. 가이드도 없고, 정해진 스케줄도 없었다. 홍콩의 한복판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29명의 여행객들이 3박 4일 동안 각자의 취향과 관심, 준비 정도에 따라 홍콩을 휘젓고 다니다 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홍콩은 빅토리아피크나 갔다 오면 되지 뭐 볼게 있냐고 한다.

그렇지만 3일 동안 홍콩에 젖은 우리 일행들은 돌아오는 날 한결같이 며칠 더 있고 싶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대단한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닌데 왜 한결같이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다니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산 교통카드 한 장으로 버스, 지하철, 노면전차, 피크트램, 유람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홍콩에서는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됐다. 중학생들끼리 몰려다니도록 하고도 아이들이 길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았고, 가이드 없이 외국에 처음 나온 어른들도 금방 적응이 돼서 뿔뿔이 잘 다녔다. 발이 자유로우니 홍콩의 구석구석이 다 궁금해졌고, 3박 4일이 짧게 느껴진 것이다.

홍콩속으로 들어가보기 전만해도 홍콩은 복잡한 도시로 그려졌다. 영화 ‘첨밀밀’에서 여명이 뛰어건너던 침사추이의 횡단보도, 그 인파. 차량과 인파가 뒤섞인 모습. 그런데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카오룽에 접어들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도로에 차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카오룽의 중심지에 들어서도 정체가 별로 없었다.

알고 보니 홍콩정부는 일찍부터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지하철,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최대한 이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승용차에 대한 세금을 높여 사기 힘들게 만들었다. 기름값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고, 주차장 이용료를 높였다. 소득이 웬만해선 승용차를 유지하기가 힘들게 만든 것이다. 관공서, 쇼핑몰, 공공시설은 철저히 보행자 위주이고, 주차장은 아주 작았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2km에 이르는 에스컬레이터 도로였다. 홍콩섬의 바닷가 중심도로에서 산비탈의 주택가를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한 것이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출근 시간에는 위쪽에서 아래로 움직이고, 그 외 시간에는 아래에서 위쪽으로 움직인다. 아침에는 주민들의 출근을 도와주고, 낮에는 고지대 주민들이 언덕을 오르기 좋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덕분에 에스컬레이터를 타보려는 관광객이 많이 생겼고, 에스컬레이터도로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골목들이 많아졌다.

부러운 것은 대중교통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홍콩정부의 철학과 의지이다.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은 세계의 모든 문명도시들이 추구하는 바이다. 여건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만큼 그 방법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제대로 된 대중교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최근 충북도에서는 대폭적인 시내버스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원가상승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원가라면 기름값이 올랐다는 것인지, 임금이 많이 올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승객수의 감소가 큰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교통정책 담당자와 버스회사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동안 버스 승객을 늘리기 위해서 실효성 있게 해온 것이 무엇인가? 버스회사의 관계자들이 모여 아전인수식으로 바꾼 버스노선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버스 도착 안내시스템도 결과적으로 버스승객의 감소를 막지는 못 했다. 버스회사는 운송수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기본일텐데, 버스회사가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온 일이 무엇인가?

우리의 대중교통 관계자들은 대중교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기는 한 걸까? 어차피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으니, 시간 지나면 보조금 올리고, 시간 지나면 요금 올리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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