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강령 등 증거미흡' 추가 조사 요구

<한겨레신문>공안정국이던 지난 1991년 청주대 재학생 등 20명이 이적단체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른바 ‘자주대오’ 사건이 뚜렷한 증거 없이 실체보다 부풀려졌다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8일 “당시 경찰이나 국군 기무사가 신빙성이 약한 강령·규약을 증거로 채택해 그 일부 내용을 범죄사실로 인정한 점에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자주대오라는 조직의 실체를 인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명칭, 강령, 규약 등이 모두 이등병 신분이던 송아무개씨가 기무사 조사 도중 자필로 작성한 서류에만 나오는 점을 들어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약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이를 범죄사실로 그대로 인정했다.

사건 관련자인 이아무개씨는 “송씨의 자술서는 그 당시 수사관이 ‘너 하나 없어져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그가 불러주는 대로 쓴 것일 뿐이라는 게 송씨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사위는 경찰이 당시 언론에 이 사건을 발표하면서 일반적으로 간첩들이 쓰는 암호해독문 사진 등을 공개한 것을 두고 “사건이 과대하게 해석될 만한 여지를 제공했고 관련자 및 가족들의 인권침해 여지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암호해독문은 이후 공소장이나 판결문, 수사기록 등에서 언급조차 없는 ‘뻥튀기용’이었다.

한편 권아무개씨 등 사건 당사자 4명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를 찾아와 “관련자 20명 가운데 송씨 등 5명이 기무사에서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는데도 과거사위는 기무사를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에 과거사위는 “우리는 (기무사를) 조사할 권능이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