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교사·학생 40명으로 구성된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대장 김영식)’가 지난 1월 중순부터 16일간 네팔을 방문했다. 지난 2005년부터 히말라야 오지학교 방문을 시작한 탐사대는 올해 3번째 행사를 마쳤다.
이들은 오지학교를 찾아 후원활동도 하지만 히말라야 등반도 빼놓을 수 없는 탐사목적이다. 코스는 원만하지만 해발 5416m가 넘는 코롱라봉을 38명의 대원이 무사히 등정했다. 대원들의 안전한 등반을 책임졌던 탐사대 박연수 부대장(43·충북산악연맹 산악구조대장)이 탐사일지를 작성했다. 지면관계상 탐사일지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1월18일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을 빼곡히 채운 별은 어서 오라 손짓 하고 산기슭의 초승달은 실쭉실쭉 웃는다. 나를 보고 웃던 달도 이내 안개가 뒤덮는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니 옛 설악을 생각게 한다.
한적한 산길의 물소리는 상념을 잊게 하고, 폭포 소리는 근심을 잊게 한다. 저 멀리 고기 잡는 젊은이는 연실 고기주머니에 고기를 집어넣느라 바쁘고 방울소리 내며 내려오는 나귀는 이곳이 설악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길가에서 짙게 베어 나오는 소똥냄새는 이곳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고 ‘나마스떼’하고 나누는 인사는 정겨움을 가져다준다.
계곡을 건너는 구름다리는 초등학생들에게! 놀이터로, 여선생님들에게는 비명을 지르는 공간으로 변한다. 길가에는 병아리가 노래하고 우리나라 달맞이꽃 같은 노란 꽃은 화사함을 더해준다.
따뜻한 기후 덕에(?) 포인세티아가 더욱 빨갛게 빛난다. 또한 60년마다 한번 핀다는 대나무 꽃이 우리를 반긴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이용해 윤석주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신다. “NEPAL이 무엇의 약자일까?” “Never End Peace And Love”라 하시며 결코 희망과 사랑이 끝나지 않는 나라가 되길 희망하신단다.
앞사람의 궁둥이가 코에 닿을 듯한 급경사를 올라 고레파니에(2,800m) 도착했다. 급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보통의 트레커들이 하루 반나절에 갈 거리를 하루 만에 올랐는데 모두들 잘 오른다.
1월23일 급경사의 언덕을 올라 뒤돌아보니 좌로 닐기리봉이 정면으론 다울라기리, 투크체가 오른편에는 칼리 간다키 강줄기위로 무스탕 산군들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까그베니 마을 윗 쪽으로는 사과나무로 보이는 과수원이 보고 묵니나트로 향한 협곡은 황량한 그랜드캐년을 연상케 하였다.
저 멀리 우리 트레킹의 종착지인 토롱라가 보이고 양쪽으로 야카와캉(6,481m)과 캉츙캉(6,384m)이 위용을 자랑한다. 발을 옮길 적마다 먼지가 풀풀 올라가는 도로길을 걷으며 롯지를 통과 할 적마다 아낙네들은 그네들이 짠 알록달록한 목도리를 사라고 우리를 불러 세운다. 황량한 사막 산속에 나타난 묵티나트(3,600m)는 넓은 공터도 있고 자그만 시장! 도 형성되어 있으며 여유로워 보였다.
묵티나트(Muktinath)는 힌두교와 불교 사원이 모여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티베트 불교의 중요한 구심처이면서 카트만두의 파슈파티나트와 함께 힌두교의 2대 성지 중 하나다. 네팔 사람들 평생소원이 바로 묵티나트를 방문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암석의 갈라진 지표면 틈에서 천연가스가 새어 나오는데, 그 가스를 태우며 타오르는 파란 불꽃을 네팔 사람들은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의 현현(顯現)이라 믿고 있다.
1월24일“표고차 1,800m를 하루에 올라갔다 온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니 몸에 이상이오면 바로 하산하라. 정상에 오르는 것이 최상의 목표도 아니고 내려가는 것이 낙오도 아니니 서로 최선만 다하자.”란 이야기를 하고 새벽4시 초등학생과 여선생님을 앞으로 하여 토롱라를 향해 출발하였다.
고소증세로 출발을 하지 못하는 김종민 팀장을 제외하고 38명의 탐사대원들은 밤하늘의 별빛과 조화를 이루며 지상의 실루엣을 만들고 있다. 햇살이 다가오며 희미하게 보이던 산은 바위절벽처럼 우리 앞에 다가섰다. 발을 헛디디면 온 길로 떼굴떼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급경사의 길은 대원 한명 한명을 아래의 묵티나트로 향하게 만들었다.
토롱! 라가 가까워질수록 투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아침에 먹은 내용물을 신께 반납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졸음을 호소한다. 나또한 졸음과 싸우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앉아있어도 걸으면서도 졸음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집사람이 나를 도우며 오른다. 오후 2시 토롱라 정상(5,416m)에 도착했다. 이곳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넘나드는 고개로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고개 토롱패스다. 이곳을 넘어서면 마르상디강을 따라 마낭 지역이다. 짙은 코발트색의 하늘아래 하얀 설산들이 우리를 반긴다. 바람은 우리를 저 순백색의 산으로 날려 보낼 만큼 세차게 분다.
어느덧 나를 괴롭히던 졸음이 세찬바람과 함께 코발트빛의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야카와캉(6,481m)과 캉츙 캉(6,384m), 푼트런 히말(6,466m), 젠장(6,111m), 출루(6,584m)가 우리 오지학교 탐사대원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낸다. 고개 한가운데에 돌무더기 탑이 있고 룽다 깃발 하나가 가운데 꽃혀 있다.
세찬바람에 펄럭이는 룽다를 바라보며 우리는 각자 적은 소원을 담은 캡슐을 이곳에 묻었다. 함께 오르지 못한 대원들의 소원도 함께 ! 隔殆 묻었다. 감동에 겨워 흐느끼는 대원들이 보인다. 그토록 갈망하던 곳 에 올라 소원을 묻은 대원들은 펄럭이는 룽다를 따라 각자의 소원을 널리널리 전파되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할 것이다.
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우리의 귀염둥이 윤지와 형빈이 그리고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강한 햇살 아래 하얀 설산이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