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 동호회 김민선씨 장비조작미숙으로 고압배전선에 걸려

지난 9일 오후, 단양군 양방산에서는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르는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 지역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소속으로 이날 오후 회원들과 함께 양방산에 올라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던 김민선 씨(31·여)가 장비 조작 미숙으로 산을 가로지르는 고압 배전선에 걸려 위험한 곡예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고압선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2만2900볼트가 통과하는 상시 운용선이었으나, 한전 측이 고수대교를 관통하는 새 케이블을 설치하면서 현재는 단양읍내에 정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예비전선으로 활용되고 있어 다행히 사건 시각에 전류가 흐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압선에서 지표까지의 높이가 40여m여서 김 씨가 약간만 움직이거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더라도 곧바로 땅바닥에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매우 긴박한 상태였다.
김 씨는 다행히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의 극적인 구조로 사건 발생 3시간 여 만에 구출됐으나, 당시 현장을 목격한 많은 시민들은 “소방대원들의 초동 대처가 너무 안일하고 허술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주민 안모 씨(45·단양군 단양읍)는 “사건 발생 이후 약 1시간 정도 지나 소방대원 여러 명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한동안 에어매트만 깔아놓은 채 대원들끼리 우왕좌왕하다가 시간을 허비했다. 이후 매포소방서에서 사다리차가 출동했지만 이마저 사다리가 전선줄까지 닿지 못해 별 쓸모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한 목격자는 “처음부터 고압선까지 닿을 수 있는 소방차를 현장에 출동시켰다면 구조는 1시간 이내에 쉽게 종결됐을 것”이라며 당국의 안이한 초동대처를 지적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출동한 사다리차는 최고 높이가 27m에 불과해 고압선까지는 10m정도가 부족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들은 고압선에 로프를 걸고 양쪽에서 로프 끝을 잡아 김 씨에게 보내어 아슬아슬하게 로프를 잡게 하여 다시 고가사다리로 이동시키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소방 당국이 신고 접수와 동시에 제천소방서가 보유하고 있는 46m짜리 고가사다리차를 출동시켰다면 김 씨와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건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됐을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단양소방서 측은 “사고 현장이 선착장이어서 진입로가 비좁아 46m 높이의 고가사다리차를 출동시킬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가사다리차의 실제 규격은 오히려 46m사양이 더 작은 것으로 확인돼 소방서 측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46m 차량은 27m 사양에 비해 높이만 10㎝ 정도 더 높았을 뿐 길이나 폭 등에서는 오히려 더 작게 제작됐다.
한편 고압 배전선은 사실상 별다른 쓰임새가 없음에도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이 있는 남한강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어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 씨와 같이 양방산을 찾았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원들은 “이륙장에서는 고압선이 보이지 않아 이와 관련한 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내려왔다”며 “초보자나 현지 상황에 익숙치 않은 외지인들의 경우에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도 패러글라이더가 고압선에 걸려 조종사가 남한강에 떨어졌다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사건이 벌어지기도 해 선이 제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현재 송전 선로의 철거를 적극 검토 중이다. 고압선 제거 작업에 들어가는 예산 1200만원 가량이 확보되는 대로 전선을 철거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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