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온 쉰 여덟.
곳곳에서 대보름 행사가 열린다는 말을 듣는 동안
어렸을 때 유난히 연 날리기를 즐기던 일이 떠오릅니다.
연을 날릴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는데도
어찌나 맨손으로 연실을 풀고 감았는지
오른손 검지손가락 마디 사이가
그 풀고 감는 실에 쓸려 깊게 패이고
그 패인 자리가 벌겋게 피가 배어나 쓰리던 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무엇보다 가슴에 아프도록 와 닿는 일은
대보름이 되면 그 아끼던 연을
실 끊어 날려보내라던 어른들의 말씀이었습니다.
대보름이 지나고 나면 바람이 훨씬 좋아
연 날리기도 훨씬 잘 되었을 법 한데
미련없이 연실을 끊어 날려보내라던 가르침 안에
'잘라냄의 미학'이 담겨 있었음을 보는 아침,
이번 대보름 놀이에는 또
어떤 어린 가슴에 속 깊은 가르침이 가 닿을지를 생각하며
두 손을 모으는
정월 열나흘 아침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김태종 시민기자
dp475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