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씨, 군출신답게 적극활용 YS·DJ는 가족과 조용한 쉼터로

청남대를 활용하고 거쳐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4명의 전직대통령이다. 묘하게도 군 출신 2명과 민간인 2명으로 나뉘는데 청남대를 활용하고 이용한 방식에서도 뚜렷이 구별된다.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군 출신답게 골프 라운딩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독서 등 정적인 휴양을 한 것으로 대별된다. 대외적으로 외부인사 초청이나 활동도 전·노 두 군 출신 대통령은 장관, 정치인 등 폭넓게 주변인물을 초청해 같이 즐기기도 한 반면, 양 김 대통령은 대체로 가족 단위로 내려와 휴양하는 곳으로 활용했다.
따라서 나인홀 퍼블릭 코스 골프장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까지 활용되었을 뿐 양김 대통령 시절 10년은 그저 관리에 그쳤다. 또한 청남대 본관 앞에 어린이 놀이 시설인 시소 및 그네가 설치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데 손자, 손녀들을 위한 시설로 만들어졌다. 실제 손자, 손녀들도 데려와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이웃과의 유대 관계도 차이
청남대는 대통령 경호 시설로서 민가와 동떨어져 있지만 넓게 보면 문의면 지역, 나아가 충북지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의면 지역 주민들은 청남대로 인해 개발제한 등 갖은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에 이웃을 잘못 만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웃에 대한 배려에서도 청남대 주인들의 특징이 나타난다.
전·노 두 대통령은 가을에 문의초등학교 체육대회를 참관하기도 하고 지역 주민 대표들을 초청, 접대를 하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체육대회를 관전하고 문의초등학교에 피아노를 기증했다.
지역의 한 인사는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청남대 이용에 대해 “주민과의 직접 접촉 등 한마디로 시끌벅적 했다”고 회상했다. 지역 기관장들의 초청도 빠지지 않았다.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수급 기관장들은 대통령의 청남대 휴양 때마다 한 차례씩 ‘알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 때는 지역의 현안을 보고하고 현안 해결을 위한 선물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뿐만 아니라 지방 수장이 대통령의 눈에 들어 중앙으로 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관선시절 충북도지사와 그외 검사장, 지방경찰청장, 안기부지부장 등 충북지역 수급 기관장 자리는 타 지방에 비해 꽤 근수가 나가는 요직으로 분류됐다. 지역기관장 초청 자리에는 청남대가 소재한 청원군의 청원군수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초청 자리 덕택에 청원 문의 문화재단지 사업, 청소년수련관 건립, 체력단련 시설 등 문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예산들이 그때 지원 결정됐다. 92년 관선 충북도지사 였던 이원종 지사는 노태우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남대 만찬에 참석하고 돌아와 당시 인기를 끌던 소설 ‘목민심서’를 사 계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돌린 적이 있다. 노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금일봉으로 직원들에게 책 선물을 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외부 인사 초청이 단절되는 등 두 김 대통령은 ‘조용한 휴식처’로 활용했다. 문민정부들어 지방자치가 실현되고 민선단체장을 맞은 것도 원인이 있지만 연로한 이들 두 대통령은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할애했고 지역 기관장 초청도 거의 없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지역 인사들 초청을 일절 하지 않았다. 당연히 청남대가 지역에 있음으로 해서 가질 수 있었던 이점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문의 주민과의 대화 및 접촉도 단절됐다. 그렇지만 문의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행정기관, 경찰, 청와대 경호실 등을 통해 수시로 전달됐고 경호실 및 관련부서에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김대중대통령 시절 청남대 제 13관문이 개방된 것 등이 그것이다.
/ 민경명 기자

대통령의 특별식 구하기 ‘특급작전’

청남대에 내려온 대통령 식사는 어떻게 준비될까? 청와대 검식관이 내려와 충북도에 협조를 요청해 부식을 구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충북도 보건과 위생계 직원들이 협조하게 되지만 자문 및 안내 정도에 머물게 된다. 계산도 할 수 없다. 지역 특산품 및 신선하고 특이한 야채 등을 주문한다는 것이 청남대 부식 조달에 참여했던 관계자의 말이다. 가끔 역내 방역을 요청해오기도 한다. 특별한 것은 직접 도지사 비서실에 협조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반적 부식 조달은 별 문제가 없는데 급히 청남대 측으로부터 “○○을 잡숫고 싶다고 하는데...”라는 말이 떨어지면 긴박해진다.
지역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추석명절인데 노태우대통령이 왕만두룰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추석명절이라 모두 철시를 하여 왕만두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향에 내려가 있던 복대 시장 유명 왕만두집 주인을 충주에서 찾아, 긴급 호출하여 해결하는 007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충북의 대표적 특산 ‘진상품’은 쏘가리였다. 거제 바닷가 출신인 김영삼대통령까지도 대표적 민물인 쏘가리를 좋아해 충주에서 쏘가리를 대는데 명절 같은 경우 차량 정체로 제시간 수송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도지사는 청남대의 이런 협조 요청 이외에 제철에 나는 지역 특산물을 진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더덕, 고구마, 괴산 대학찰옥수수, 사과·배 등 과일 등이었다.
이를 전달했던 충북도 한 관계자는 “특별한 의미보다 지역에 내려와 계신 대통령께 지역 특산품을 맛보시게 하려는 것으로 정문에서 관리인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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