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평 부지에 경비원·비서3명 상주 유지 비용만 연간 수천만원대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 개방문제는 지난 14대 대선이후 충북도의 ‘단골’ 선거이슈가 됐다. 김영삼 문민정부부터 통제를 완화하기 시작했고 김대중 국민의 정부는 청남대 군사경계구역을 축소하는 조치를 내렸다. 마침내 노무현 참여정부는 대통령제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지방 청와대’의 개방을 결정했다.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사 처리문제가 민선시대를 맞아 지방선거의 단골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6·13지방선거 이후 청주시, 충주시, 제천시, 청원군, 영동군 등 도내 5개 시·군 단체장이 관사 사용을 거부하고 매각 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청주법원장, 청주지검장, 안기부 청주지부장 등 고위공직자들의 관사도 모두 매각됐거나 매각추진 중이다. 하지만 청주시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도내 최대 규모의 관사가 있다. 우암산 끝자락의 2870㎡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충북도지사 관사는 굳게 철문을 닫은채 묵묵부답이다. 공직사회 개혁이라는 도도한 흐름속에 도심의 고도(孤島)처럼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주시 대성동 56-1번지에 위치한 충북지사 관사는 우암산 남쪽 2877평의 땅을 차지한 대저택이다. 일제식 건물인 구관(60평)과 지난 69년 건립한 신관(79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창고, 경비실 등 부속건물이 있다. 이러한 대규모 관사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별정직 7급인 공관비서 1명, 경비원 2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원종지사는 딸 4명을 모두 출가시켰고 관사에서는 부인과 단촐한 생활을 하고 있다. 결국 한 부부가 사는 2800평의 집에 3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뒤를 돌보는 셈이다.

도청, 연간 유지관리비 ‘쉬쉬’
이들의 인건비 이외에 관리운영비만도 만만치않다. 충북도 관계자는 연간 유지관리비를 총집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난방비, 전기세, 수도세, 보수비등 연간 30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상주직원 3명의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8000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 셈이다. 넓은 대지, 빼어난 조경수, 여유있는 생활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관사에 외부인이 출입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도지사가 주관하는 공식모임의 대부분은 시중 음식점, 호텔 등에서 이뤄지며 비공식적인 일부 모임만을 공관에서 치를 뿐이다.
도지사 관사 다음으로 규모가 컸던 것은 청주지검 맞은편에 위치한 지검장 관사였다. 부지가 1276평에 달했으나 법무부의 관사 정리방침에 따라 지난 99년 청주시가 매입했고 청주지검은 53평형 아파트를 새 관사로 다시 구입했다. 지난 89년 복대동 택지개발지구내 472평 부지에 건립한 청주법원장 관사도 수년전 청주 모변호사에게 매각하고 아파트를 관사로 구입했다. 청주시 사직동 고갯마루에 위치한 안전기획부 청주지부장 관사도 부지가 318평에 달했다. 하지만 매각방침을 정해놓고 원매자를 찾찾던중 최근 15억원대에 개인에게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의 잔재인 지방기관장 관사는 중앙에서 부임하는 도지사, 시장, 군수들을 위해 마련된 숙소였다. 그러나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에서 터잡고 살았기 때문에 별도의 관사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부산시는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시장관사를 박물관, 노인복지시설, 영상미디어센터 등이 입주한 주민 편의시설로 용도를 바꿔 활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95년 심완구시장 취임직후부터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시장 관사도 최기선 전 시장이 인천시사편찬위원회에 공간을 내주면서 안상수 현 시장도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이밖에도 염홍철 대전시장과 제주지사도 관사를 주민 복지·문화시설로 용도변경해 활용하고 있다.

도내 5개 시·군 관사 폐지
최근에는 김혁규 경남지사가 지역 시민단체의 관사폐지 요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도내 35개 시민단체는 ‘관사폐지 도민 여론수렴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관사폐지 여부는 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하지만 김지사는 관사폐지 공약에 대한 도의원의 도정질문에 대해 “도의회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라”는 식의 성의없는 답변을 해 지역여론을 악화시켰다.
한편 이원종 지사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공관폐지 여부에 대해 “도민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도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청남대 개방방침의 환영과 함께 충북지사 관사도 주민에게 돌려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대해 도관계자는 “관사는 제2의 집무실이고 각종 회의나 간담회 개최, 외빈 접견 등에 필요한 시설이다. 도정의 규모와 범위를 감안한다면 지사관사는 폐지하기 힘들다. 부지는 2800평에 달하지만 실제 구릉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공간은 많지않다. 구관은 너무 낡아 사용하지 않고 신관 한동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역 인사들은 “충북도가 시대변화의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사관사는 부지가 넓고 주변여건이 빼어나 여러 가지 활용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제대로된 미술관 하나없는 상황에서 도립미술관과 같은 문화시설 입지로도 좋고 주민 복지시설 유치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청주·충주·제천시장은 자택에서 출퇴근

도내 민선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관사를 폐지한 주인공은 김환묵 전 괴산군수다. 김 전군수는 지난 95년 230평 부지의 관사를 포기하고 23평 아파트를 관사로 사용했다. 가장 최근에는 충주 이시종시장이 호암동 임대아파트로 이사짐을 옮겼다. 35년간 충주시장 관사로 썼던 건물을 헐고 농촌지역에서 통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여학생들을 위한 학사를 건립키로 했다. 지상 3층 건물로 신축해 내년부터 150명의 여학생을 수용할 계획이다. 이시장은 호암동 임대아파트도 자부담으로 임대보증금을 냈다.
청주시 한대수시장, 제천시 엄태영시장과 영동군 손진문·보은군 박종기 군수도 당선직후부터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청원군 오효진군수는 청주시 석교동 관사를 지난 2월 2억3000만원에 매각하고 53평형 아파트를 군수관사로 매입했다. 하지만 주민편익시설 활용약속에도 불구하고 청주시 우암동 관사는 한시장 부인의 외빈접견 장소로 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관계자는 “건물이 낡고 협소해 다중시설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현재는 시장님 내외의 외빈접견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장 관사도 아직까지 뚜렷한 활용계획을 세우지 못해 최근 과별로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동군수 관사는 자원봉사센터로 전환해 활용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지난 95년 민선 1기로 당선된 김영완 진천군수는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관사신축에 나서 군의회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