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도예가 이무아·최미애의 특별한 전시회
새 작업실 마련한 김정희 작가의 행복한 작업일기
서용석 선생의 아들 서영민 첫 개인 발표회

창작과 어울리는 계절은 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으레껏 봄이 되면 누구든지 소소한 변화를 시도한다. 헤어스타일을 바꾼다거나,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거나, 때로는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겨울보다 봄이 가까운 이때, 따뜻한 봄소식을 전하는 예술가들을 만났다. / 편집자

■ 이무아- 나비 통해 신에게 가는 꿈

이무아(46)·최미애(44)부부가 올 봄 전시회를 벌인다. 홍익대 도예과 선후배사이인 이들은 도예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가정과 각자의 작업세계를 꾸렸다. 최미애씨가 백자 위주의 선이 고운 작업이라면, 이무아씨는 질감이 거친 분청도자를 선보인다. 이씨는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 가마미술대학원에서 조형학과 무사시노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작업하던 이씨 부부는 10여년전 아무 연고도 없던 청주와 인연을 맺게 된다. 작업실을 고르다 지금의 오창까지 내려왔는데, 당시 시골집 대청마루에 반해 터를 잡게 됐다고 한다.

오창의 시골집을 개조해 집과 작업실을 만들고, 작업실 뒤에는 장작가마를 놓았다. 그는 사실 전국에 몇 안되는 장작가마 소성을 하는 작가다. “장작가마는 그 자체가 작품입니다. 우리나라가 도자기보다 더 자랑해야 할 것은 아마 장작가마일꺼예요. 작가는 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에 압도될 뿐이죠. 좋은 작가는 처음 흙을 만질 때부터 완성품이 어떻게 나올지 짐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씨는 3~4일동안 줄곧 불을 때면서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담은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다. 또한 장작가마 소성을 하는 날이면, 지인들과 함께 소소한 파티도 벌인다.

사실 이무아의 도자기는 그동안 이름도 없는 들풀, 들풀의 에너지에 집중했다. “들풀이 형식도 규칙도 없이 피어나지만, 그 자체로 강한 생명력을 나타내죠. 그러한 에너지를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씨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들풀의 에너지를 보았고, 작품에 그려넣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최근 작품의 소재가 바뀌었다. 바로 나비다. “꿈에서 우연히 나비를 보게 됐어요. 나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전체’로 통합니다.” 어찌보면 나비의 변태는 도자기의 탄생 과정과도 많이 닮아있다. 이제 작가는 관찰자에서 한 발 나아가 동행자로 발전했다. 이씨가 꿈에서 보았던 나비와 이미 동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신앙인인 그에게 나비는 신에게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를 뜻한다.

이씨는 “이번전시에서는 접시 40개를 벽에다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전에 작업했던 풀은 결정체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나비는 아직 불완전한 모습입니다”고 설명했다. 최미애씨는 “모두 모양이 다른 접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미애씨는 용암동에서 ‘무아공방’을 운영중이기도 하다. 전시는 한국공예관에서 3월 13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 김정희-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을 캔버스엡

작가 김정희(50)와 어울리는 단어는 ‘철학자’다. 특히 인간의 행복을 강력히 주장했던 르네상스 시대 철학자 같다. 충북대 미술교육과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에서 10년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청원군 문의에 새 터를 잡았다. 부부교사였던 이들은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앞으로 즐겁게 살자”고 결의하고 내려왔다고. 그의 부인인 전상화씨는 후에 다시 교편을 잡아 현재 개신초에서 근무중이며, 토석조각회 총무라고 했다.

문의에 정착한 김씨는 ‘튀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당시만해도 문의에 살던 예술가들이 많아 연대가 가능했다고. 해마다 면사무소전을 벌이고, 수자원공사에서 관내미술실기대회를 개최했다. 한때 그는 문의 특산물을 그림으로 홍보하자고 나서, 문의화가들을 문선대(문의선전대)로 부르고 다녔다고 했다. 또한 95년에는 청주시를 위한 제안전을 펼쳐 이슈를 낳았다.

7년전 문의에서 청주로 나온 이후에도 김씨는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샌디애고 아트페어에 참여했고, 올 초에는 ‘북경798 예술고’에서 개인전을 벌였다. ‘북경798 예술고’는 한때 군수물자였던 창고를 미술관으로 개조했는데, 100여개 화랑과 작가 작업실이 입주해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쪽에서는 여전히 공장 기계가 돌아간다고.

올해는 또한 세들어 살던 작업실을 정리하고, 청원군 남이면 양촌리에 새 작업실을 마련했다. 전업작가들의 꿈인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10번째 개인전을 준비중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Some, Thing’이다. 물성, 즉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관한 보고서다. “미술을 하면서 늘 소통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thing’이 곧 ‘object’이기도 하지만, 더 넓은 의미를 담아내죠.”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도형들이 있다. 동그라미와 하트다. 또한 물감을 과량으로 사용해 질감을 표현하고 있다. “물감도 물(物)이라고 봅니다. 물감은 색깔나는 물질이니까요. 사실 가장 친숙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의 문자표 도형들을 작업에 하나씩 대입해 나갔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동그라미와 하트였습니다.”

그의 이번 전시주제는 물(物)이지만, 근본에는 생물학적인 성인 남(男)과 여(女)의 문제를 다룬다. 그의 그림에는 동그라미나 하트의 이미지에 여성의 성기나, 남성의 성기가 표현되기 일쑤다. 따라서 섹슈얼리티를 표현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인간이 소유한 근본적인 감정인 이성에 대한 호기심, 관심을 나타낸 것입니다. 대중과 가장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기도 합니다”고 답변했다.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 그것은 바로 이성이고 사랑이라는 것. 그에게 있어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외계인과 같다. 전시는 3월 9일부터 31일까지 신미술관에서 열린다.

■ 서영민-“민속악 전문 프로팀 창단할터”
시립국악단 해금연주자 서영민(36)이 개인발표회를 3월 28일 저녁 7시 30분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갖는다. 서영민은 민속악의 대가인 서용석 선생의 막내 아들이다. 큰 형 영호씨는 아쟁을 전공했고, 셋째형 영훈씨는 피리주자로 현재 여수시립국악단에서 활동중이다. 이번 그의 개인발표회가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삼형제가 모두 출동한다는 것.

서영민씨의 이번 발표회는 창작음악을 배제하고, 남도음악만으로 판을 짰다. 서용석류 해금산조, 신뱃노래, 시나위, 퓨전난장이 프로그램. 시나위에서는 삼형제가 함께 출연해 형제애만큼이나 끈적끈적한 어울림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시나위 공연에는 대금 정회완, 장단 이경섭씨가 출연한다. 그리고 난장공연에서는 장단 김준모, 장고 유인상, 꽹과리 구본행, 신디 전우실, 대피리 황오수 등 지역의 젊은 국악인들이 출연해 무대를 다채롭게 꾸민다.

서영민씨는 “개인발표회는 3~4년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죠. 청주에 온지 꼬박 3년인데, 청주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인생에 있어서도, 국악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회를 통해 그가 꿈꾸는 것은 지역에서 민속악을 함께할 동역자를 찾는 것. 즉, 민속악 프로팀을 구성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이번 무대에 민속악 중 특히 남도음악을 테마로 공연하는 것은 현 국악계가 전통을 잊고 무조건 퓨전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싶었어요.”
삼형제가 한 무대에 서는 일, 이는 국악가족 계보만이 이룰 수 있는 꿈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민속악의 ‘시작과 날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용석 선생을 아버지로 둔 이들, 이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셋째형 영훈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버지 피를 이어받은 아들이라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음악하는 입장에선 이유없이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 아들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인정을 해주니까요.” 그래서일까. 이들은 ‘국악 2세’라서 해서 예의없이 구는 사람들을 가장 경멸한다고 했다.

서용석 선생은 국립국악원에 민속악반을 만든 주인공이자 연주자로, 작곡자로도 유명하다. 안타깝게도 선생은 몇해 전 갑자기 몸에 마비가 와서, 지금은 고향인 전주에서 요양중이라고 했다.
막내 영민씨는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삼형제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하루 종일 테스트를 하셨어요. 정말 무섭게 가르치셨죠”라고 회고했다. 삼형제의 전공도 아버지가 일일이 정해주었다고 한다.

한편 서용석 선생의 60년 음악인생을 기리는 공연이 서울 국악원 예악당에서 3월 6일 열린다. 서용석 선생의 제자들 70여명이 뭉쳐서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민속악의 꽃인 시나위 공연에서 음악으로 대화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삼형제. 이들은 올 가을에삼형제만의 단독공연을 청주와 전주에서 구상중이기도 하다.

서씨는 “저도 음악을 한지 올해로 20년이 됐어요. 요즘 느끼는 건 예술을 할 시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민속악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해야 겠다는 사명감이 생깁니다. 예술은 무대에서 하는 것이니까, 말을 아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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