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충북대 교수

며칠 전 청주시가 무심천 사업에 대해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시민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2002년부터 135억원을 투입, 무심천에 각종 시설물을 추진하는 청주시가 오는 연말 쯤이면 자연형 생태하천으로의 복원이 가능하다는 보도자료를 의욕적으로 냈는데 시민단체가 사실과 다르다며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물론 현재 진행중인 무심천 사업에 대해선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피라미 몇 마리만 나타나도 지방언론의 머리를 장식하던 7, 80년대의 심각한 오염을 생각하면 분명 지금의 무심천은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보도자료에도 적시됐듯이 33종의 어류가 관찰되고 철마다 각종 새들이 찾을 정도로 과거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깨끗해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청주시가 시민들에게 내세우고 싶었겠지만 그렇다고 자연형 상태하천으로 완전 복원됐다고 단정짓기에는 문제가 있다. 시민단체는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무심천은 해가 바뀌고 시장이 교체될 때마다 공사소리가 요란하다. 똑같은 장소가 서너번씩 파헤쳐졌다가 다시 뒤덮히면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미 설치된 각종 시설물들이 과연 얼마나 영구적이고 또 생태복원에 실제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엄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더 간단히 말해 여름철 큰 물이라도 들이닥칠 경우 지금의 시설물들이 어떻게 변할까를 생각하면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같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언론이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왜 무심천은 틈만 나면 파헤쳐지고 또 거기에 관여하는 업자는 누구이며, 이미 낭비된 예산에 대해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따져 물으며 사업의 적정성을 가리는 것이다.

청주시와 시민단체간 일종의 공방은 이미 지나간 사안이 됐지만, 언론의 시각에서 보면 아주 의미심장한 것을 건드린 꼴이 됐다. 바로 언론의 이중성이다. 일반인들이 언론에 대해 아주 크게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언론을 제 4부로 부르는 배경엔 의연하게 권력을 감시하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라는 이른바 언론 소명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겠지만 실상은 이와 많이 다르다.

언론은 권력과 힘있는 자로부터 끊임없이 조작과 통제의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언론 스스로 이런 조작과 통제에 걸려드는 것을 죄악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통제는 과거 군사정권이나 권위주의 시대의 우악스럽고 거친 간섭이 아니라 해당 집단의 정치적 목적이나 이익에 맞도록 정교하게 뉴스거리를 가공하고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언론 매카니즘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처사다.

예를 들어 부시대통령이 이라크에 돌연 나타나 장병들을 위로하고, 푸틴이 평창과 경쟁하는 소치 홍보를 위해 스키를 타고 깜작 쇼를 벌인 것은 사실 언론과 짜고 친 고스톱이다. 이 때문에 미군에 의한 이라크에서의 무고한 민간인 학살과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엔 형편없는 소치의 기반시설은 언론에서 잠시 관심 밖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자신들의 표현대로 식물대통령으로 만든 조 중 동 역시 이중성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정권의 민주화와 탈 권위주의에 편승해 살아 있는 권력인 현역 대통령을 원없이 두들겨 팼지만 현재 조 중 동의 왕회장격인 방우영 이건희 김병관은 전두환에 대한 용비어천가도 부족해 급기야 1989년 10월 26일 청와대 만찬에서 노태우 앞에 무릎을 꿇고 “각하 제 술 한잔 받으시죠”라는 희대의 코메디를 연출한 장본인들이다.

물론 한 참석자의 오버가 발단이 됐지만 대통령 주석에서 서로 멱살까지 잡으며 추태를 부린, 어찌 보면 그 날짜로 대한민국 언론정신을 생매장시킨 그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언론은 지금 ‘황당하게’ 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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