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정식운영, ‘사이버 조문’ 등 차별화 시도

충북대병원은 23일 암예방검진센터 개소와 함께 지난 1월 준공한 신축 장례식장도 정식운영을 시작했다. 정규호 충북대병원 사무국장은 "충북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장례식장 운영도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닌 유가족들이 숭고한 마음으로 고인의 가시는 길을 애도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 가급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장례식장 분위기를 탈피해 밝은 느낌을 주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기 위해 건물의 외관과 실내 디자인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신축장례식장을 설명했다.

연건평 4,305㎡,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건축된 장례식장은 7명의 고인을 모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빈소의 규격도 타 장례식장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150평 1실, 80평 2실, 50평 2실, 30평 2실로 다른 장례식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30평 규모의 빈소가 눈에 띈다. 정 국장은 "사고사 등 가까운 친족만이 빈소를 지키는 경우 필요이상으로 큰 빈소는 비용도 만만치 않거니와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돼 적절치 않다. 빈번하게 사용되진 않겠지만 유가족들의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저렴한 소규모 빈소를 2실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곳곳에는 유가족과 고인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장례식장을 담당하고 있는 황재권 팀장은 "장례식장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조문객 중에 잠잘 곳이 마땅치 않아 접객실 한쪽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장례식장 2층에 객실 10개를 마련하고 빈소의 규모에 따라 2~3개의 객실을 배정해 멀리서 온 친척들이나 조문객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접객실에는 생전에 제작한 고인의 동영상을 보며 고인을 회상할 수 있도록 PDP시설을 갖췄다. 이 밖에도 빈소 내에 유가족이 사용하도록 샤워시설과 3일간의 업무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컴퓨터 시설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이용한 ‘사이버 조문’
고인과 유가족을 배려한 시설의 현대화 외에도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의 편의를 위한 시설과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장례식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무료 사이버조문'을 충북대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 조문이란 직접 장례식장을 찾지 못하는 조문객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상가에 조의를 전달하고 상가별로 유가족의 선택에 따라 조의금을 계좌이체 등의 형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계좌번호를 명시할 수 있도록 했다.

황 팀장은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조문을 클릭해 조문 예문 가운데 전달하고 싶은 말을 클릭하면 된다. 사이버 조문을 하게되면 접객실의 PDP 자막을 통해 조문 신청자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선택 문구가 나타나 유가족들도 누가 사이버 조문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대병원 측은 기획단계에서 국내 최초의 사이버 조문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모 유료 사이트를 통해 2곳의 장례식장이 사이버 조문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팀장은 "2곳이 운영되고는 있지만 사용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병원의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운영하는 곳은 유일한 것으로 안다. 또한 조문 문구도 일부 악성 글이 올라올 것을 우려해 규격화 된 문구만을 사용하도록 제한해 놓았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 중에는 부득이하게 직접 빈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이버 조문을 통해 새로운 장래문화가 정착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은 현재 장례식장 문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 음식물의 청결성과 안전성에 대해서도 방법을 마련했다. 정 사무국장은 "고인의 시신을 모신 빈소와 주방, 조문객들이 식사를 하는 접객실이 함께 있다보니 시신에서 나올 수 있는 병원균이 공기나 음식물을 통해 조문객 등에게 옮겨질 수 있어 환풍장치를 분리 설치해 오염가능성을 차단했다.

67억원을 들인 장례식장 신축건물은 장례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설계 공모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 정 사무국장은 "병원을 찾는 환자나 문병인들이 장례식장을 혐오스럽게 생각할 수 있어 이러한 것을 고려해 공모를 선택했다. 공모에는 총 8개 작품이 출품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고 그 가운데 선정된 것이 현재의 장례식장 모습이다. 장례식장 신축건물은 벽면의 굴곡과 반투명유리를 사용 실내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건축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충북대 병원은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5명의 장례지도사 가운데 여성 장례지도사 2명을 채용했다. 정 사무국장은 "시신이라고는 하지만 고인이 여성인 경우 남성 장례지도사가 염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있어 여성을 채용하게 됐다"며, "충북대 장례식장이 새롭게 시도하는 여러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장례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오옥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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