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은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정치 개혁의 대의명분을 살리면서도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민주당은 여당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으면서도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개혁당을 배려할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양쪽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는 단연 ‘연합공천’이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개혁당은 실리를 챙기자니 자칫 명분이 퇴색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민주당도 정치적인 명분 없이 후보를 양보할 경우 당내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양당이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나서고 있다. 개혁당 일각에서는 개혁 세력의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을 통한 후보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양당간의 합의를 통해 공동 국민경선 방식의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 명분을 잃어버리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개혁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민주당, 개혁당, 거기에 민주노동당까지 나오면 유시민이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선거 패배의 타격은 기존에 선명함, 깨끗함을 기치로 내걸었던 개혁 세력들의 무수한 패배에 또다시 한 방울의 물을 더하는 것”이라며 연합공천 불가피론을 역설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어느 면에서는 개혁당보다 더 개혁적이라는 당 개혁안을 만든 이른바 신주류가 민주당의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며 “이들과 경쟁하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합전선론을 주장했다. 특히 재보선은 총선 때보다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민주당의 후보 포기론’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경선 등을 통한 적극적인 전술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주장은 아직까지 개혁당 안에서 공론화되지 않은 소수 의견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이같은 방안에 대해 적극 수용할 뜻을 밝힌다면 의외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개혁당과 민주당 안에서도 연합공천을 통한 단일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의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유시민씨는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간도 촉박하고 민주당이 그런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면서도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해 온다면 검토해볼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유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개혁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공동 국민경선 방식을 통해 단일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개혁당 안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건 이미 물 건너간 이야기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고양시 덕양갑만이 아니라 전체 재·보선 지역에 모두 적용돼야 한다. 또한 당헌이나 당규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그걸 할 수 있는 관리 주체나 룰이 없다.
(절차만 놓고보더라도) 어느 한 쪽에서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토론하고, 양쪽 의견을 조율하고, 공동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또한 공직후보 선출 방식 등을 바꿔야 하는데 민주당이 과연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가. 민주당에는 그런 얘기를 할 주체조차 없다.”
- 향후 국민경선을 통한 단일 후보론이 공론화된다면.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제안을 해온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정을 지켜보면) 민주당은 개혁당을 협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대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우리에게 쪽지 한 장 건넨 적 없고, 만나자는 제안을 해온 적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민주당에 그런 제안을 할 계재는 아니라고 본다.”
결국 유씨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상황 논리를 펴긴 했지만, 명분있는 연합공천이라면 충분히 검토해볼만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민주당의 신주류는 고양시 덕양갑 선거에서만큼은 개혁당과 유시민씨를 배려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비록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김원기 고문과 천정배 의원 등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재·보선 후보선출 방법을 논의할 공식 기구인 민주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도 ‘유시민 단일 후보론’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강특위 위원인 이상수 사무총장은 “개혁당과의 연합공천이나 단일후보론에 대해 얘기된 바가 없다”며 “지역에 대한 실사를 토대로 의견을 정리할 것”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강특위 위원이자 당 조직위원장인 이호웅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개혁당과의 연합공천을 통한 단일후보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호웅 의원은 “민주당이 명분 없이 후보를 안낼 수는 없지만 지난 대선 때 개혁당이 우리 후보를 도왔던 전례나 앞으로의 관계를 볼 때 연합공천이 필요하다”며 “고양시 덕양갑에서는 개혁당 후보를, 의정부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내세우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조강특위 위원들도 대체로 개혁당과의 연합공천에 대해 긍정적”이라며 “조만간 김원웅 개혁당 대표와 유시민씨를 만나 공식적으로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양시 덕양갑 재선거에 한나라당에서는 15대 의원을 지냈던 이국헌(67) 현 지구당위원장, 황교선(65) 전 고양시장, 손범규(37) 부대변인, 박보환(47) 한나라당 중앙연수원 교수, 유지양 효자건설 대표 등 5명이 공천 신청을 내고 경합중이다. 한나라당 공천심사특위는 현지조사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이달 안에 공천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이한기 기자 hanki@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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