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차갑던 지난 주말저녁 청주에서는 ‘3·1민족자주 반전평화 촛불 대행진’이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민예총, 여성민우회, 전교조, YWCA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이날 반전평화캠페인은 상당공원에서 성안길을 거쳐 철당간광장으로 이어지며 때마침 주말을 즐기는 시민들에게 민족자주와 반전의식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정진동 노영우 두 원로목사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 촛불행진은 많은 시민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적인 반전운동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시점에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았습니다. 캠페인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가정에서 24시간 촛불을 밝혀 놓고 평화를 기원하는 주부들이 있을 만큼 오늘의 국내외 사태는 결코 예사롭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기원전 1500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치른 전쟁은 약 8000회가 넘는다고 합니다. 어느 시대나 당대의 인간들은 저 마다 행복을 꿈꾸지만 역사가 되풀이되듯 전쟁은 쉴 사이 없이 되풀이되었던 것입니다.
1450년에서 1850년에 이르는 400년 동안 스페인은 271년간, 오스트리아는 234년간, 러시아는 210년간, 영국은 198년간, 프랑스는 192년간을 각기 전쟁을 치렀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평화의 시대보다는 전쟁의 시대가 더 많았음을 보여줍니다.
성서에는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칼과 창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므로 농사짓는 연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전쟁은 기아, 질병과 함께 인류의 3대 공적(公敵)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기아와 질병이 자연 재해 적인 것이라면 전쟁은 인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인위적인 재앙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역설적인 것은 전쟁도발자들은 어떤 전쟁이든 ‘평화를 위해서’라는 구실을 내 건다는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 평화를 깨뜨린다? 그것이 침략자들의 해괴한 궤변이요, 억지입니다. 힘을 가진 자들은 언제나 그렇게 말합니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반전여론도 아랑곳없이 이미 ‘건너서는 안될 강’을 건너 이라크문턱에 가 있고 다음 대상으로 북한을 점찍고 있습니다. 정말 소름이 끼칩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면 남과 북 수백만의 민족이 앉은자리서 희생되는 것 역시 불을 보듯 뻔합니다. 대체 미국이 무슨 권리로 이 땅에 불을 지르려 합니까. 왜, 우리는 동족끼리 싸워야하고 죽어야만 됩니까.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시민단체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모두 일어서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됩니다. 친미고, 반미고 내 나라의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자주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84년 전 3월에는 민족이 한 목소리로 민족자주를 외쳤는데 오늘은 왜, 그렇지 못합니까. 부끄러운 일 입니다.
‘민족자주’. 그것을 모르는 민족은 외세에 운명을 내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국민이 결코 잊어서는 안될 네 마디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민족자주’입니다. 누군가 말했지요. ‘민족은 그 어떤 이념보다도 앞선다’고요.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엊그제. 꽃샘추위 속에 봄이 저 아래 올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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