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충북 인재 풀은 고갈 심각

지난 3일 발표된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첫 차관 인사에서 충북인사가 4명이나 포함돼 충북도민을 크게 고무시켰다. 한꺼번에 충북지역 인사가 4명이나 차관에 임명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안재헌 충북도 행정부지사의 여성부 차관 발탁은 새정부에서 충북이 잊혀지지 않은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했다. 이날 이원종도지사는 충북도 지역 출신 인사 4명의 차관 인사 발탁을 크게 반기며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자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에 충북인재 풀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걱정도 피부에 와 닿고 있다.
노무현 정부들어 충북 인사의 중앙부처 인맥을 살펴보고 대를 이을 충북인재 풀을 점검해본다.

지난달 27일 새정부 내각 발표에서 충북인사는 윤진식 산자부 장관뿐이었다. 충주 출신인 윤장관은 청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통령 비서실 재경비서관, 세무대학장, 재경부 차관을 지내 일찌감치 입각이 점쳐졌었다.
윤장관 이외 장관급으로 청와대에 반기문 외교안보좌관이 있다. 반기문 외교보좌관은 94년 북핵위기때 주미공사를 지냈으며 소탈한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해 신망이 두터우면서도 일 처리에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문 외교 관리다. 충주 출신으로 충주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이번 차관인사에서 4명의 충북 출신 인사는 안재헌 여성부 차관, 변재일 정통부 차관, 성광원법제처장, 유창무 중기청장 등이다.
괴산 출신인 안재헌 여성부차관은 1971년 23세의 나이로 행시 10회에 합격해 내무부·행정자치부에서 일해온 정통 내무관료로 통한다. 모나지 않은 성격에 업무를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다. 선배들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승진이 늦었다는 평가도 받을 만큼 일찌감치 장관감으로 지목되었었다. 뒤 늦게나마 차관 발탁은 중앙 무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진식 산자부장관, 변재일 정통부 차관 등과 함께 청주고 40회 동기다.
유창무중기청장도 괴산 출신이다. 52세. 행시 13회로 충북도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옛 동력자원부로 옮긴 이후 자원과 에너지 분야를 두루 거친 자원통으로 통한다. 선이 굵고 소신이 있는 데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평이다. 괴산중학교를 나와 용산고,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청주 출신인 변재일 정통부 차관은 1998년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 재직중 `사이버코리아21’을 입안, 세계 최고의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한 주역이다. 서울올림픽조직위, 국무총리실 등을 두루 거쳐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부처간 업무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주 출신인 성광원 법제처장은 행정고시 13회 출신의 상공·중소기업 관련법 전문가. 법제처 근무 당시 중소기업 법제분야 강사로 자주 초빙됐고, `문민정부’ 때 전문성을 인정받아 신한국당, 한나라당에 법사전문위원으로 파견 근무했다. 활달한 성격에 대화와 토론으로 회의를 이끌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법제처에서 내부 승진한 케이스다.
이와 같은 충북출신의 차관 4명 입각에 대해 충북도 고위 관계자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지역인물들이 소외되어 왔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새정부에서 지역 인사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등 노 대통령의 충청지역 공약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다”라며 반겼다.
그러나 이들의 대를 이어 중앙 부처에서 커갈 충북지역 인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 부처 1급(관리관)과 2급(이사관) 위주로 살펴보면, 지방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행정자치부에는 오제세 인천시 부시장, 김영호 행정관리국장, 이재충 정부기록보존소장 등 3명이다. 오제세 부시장은 타 지방 근무로 중앙부처 인맥과 멀리 있고 이재충소장도 행자부 핵심부서와 거리가 있다.
충주 출신인 김영호 행정관리국장은 총무처 출신이지만 행자부 요직 국장을 맡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행정부지사 발탁이 가장 유력시되는 인물로 행정부지사로 내려와 관리관으로 승진하고 다시 중앙무대로 올라가 장·차관을 바라볼 수 있는 연령(49)으로 꼽힌다. 다만 김국장도 성균관대 출신으로 이원종지사와 동문이라는 점이 어떻게 작용될 지 미지수다.
보건복지부에는 송재성(옥천, 보건사회연구원 파견), 안효환씨(음성) 등 2명이다. 정보통신부에는 김창곤기획관리실장(제천), 김동수 감사관(청주)이 있고 환경부에 정도영수질개선기획단장 등이 있는 정도다.
1, 2급으로 한정하여 일부 부처만 살펴봤지만 충북지역 출신 인사의 중앙부처 인맥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고위직에는 더 하다는 것이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런 열악한 인맥 풀로 볼때 충북지역 인사의 차관 4명 임용은 더욱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역과 연고를 맺고 있는 중앙인사들이 격감하고 있는 것은 민선 단체장 이후 중앙부처 근무자들에 대한 인사상 인센티브가 사라지면서 인사 교류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 근무 고위직들이 중앙 부처에 도전하지 않는 안일한 제자리 안주자세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도 한 인사는 “예전에는 중앙부처 근무가 할 만했다. 중앙에서건 지방에서건 그 만한 배려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단순히 생활면만 따져보자. 똑같은 월급을 받아 지방보다 생활비가 2-3배 더 들어가는 서울 근무를 무엇 때문에 원하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현실적인 면을 뛰어넘어 젊은 인재들은 크게 보고 뛰어야 한다. 아울러 중앙인맥 축적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책도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전과 충남 등은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젊고 유능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주요 보직을 줘 경력을 쌓게 한 뒤 중앙 부처로 전출시키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새정부의 청와대 인사비서관(1급)으로 발탁된 권선택 전행정자치부 행정국장(48)이다. 권 인사비서관은 대전시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정무부시장을 거쳐 2급으로 행정부지사 직무대리 경력을 쌓아 중앙부처에서 능력을 인정 받도록 했다. 이번 청와대 인사비서관 발탁에서도 대전시에서의 주요 보직 경력이 큰 평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현재 대전시 구기찬 행정부시장(51)도 2급으로 직무대리를 하고 있으며 이명수충남도행정부지사(48)도 파격적인 발탁 인사로 꼽힌다.
이에 반해 충북도는 틀에 박힌 서열 인사로 역량있는 인사들이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근무하는 관행을 만들지 못해 전략적인 지역인물 만들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주요 보직을 맡겨 경력을 쌓은 후 중앙에 진출시켜 지역에 기여하는 인사 구조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번 충북도 행정부지사의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재헌차관의 입각에 맞추어 충북도에서 한 명이 중앙 부처에 들어가고 중앙부처 인사를 받는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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