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 했다”“개혁 앞에 서열 없다”
40대 여변호사 강금실 법무 취임놓고 검찰 안팎 기대반 우려반 엇갈린 반응

“끝내, 강금실...”
27일 오후 3시경 민변 부회장인 강금실 변호사(46세)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는 발표를 접한 검찰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미 예고돼 왔지만, 검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끝내 ‘강금실 카드’를 관철시킨 것이다.
특히 강 변호사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여러 신문에서 검찰의 우려와 반대의 소리를 전하는 기사가 실렸는데도 새 정권이 ‘강금실 카드’를 관철시켰다는 데 더욱 놀라워하는 반응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내각의 인선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검찰을 향해 다음과 같은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SK 수사, 신문 보고 알았다. 과거 검찰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일거의 칼을 빼들고 열심히 일하는 척 하더라. 그것이 과거에는 정권의 의도와 맞닿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 차근차근 평소 시험을 준비하듯 시험을 치르라. 청와대 눈치보지 말고 법대로 하라고 할 것, 국민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수사하라고 할 것이다.”
검찰의 최근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직설적으로 쏟아낸 것이다. 검찰이 현실화되기를 극구 꺼렸던 ‘강금실 법무장관’ 카드가 확정되고, 곧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충격적인 발언은 검찰을 ‘경악’케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우선 강 장관은 보수적인 검찰사상 첫 여성장관이다. 또 그는 사법시험 12기인 김각영 검찰총장과는 11기 차이가 나는 한참 후배다. 사법시험 기수가 조직의 뼈대인 검찰조직으로서는 사시 23회인 강 신임장관의 취임은 이전과 비교해 볼 때 분명 파격적이다. 강 신임장관의 사시 동기들은 현재 부장검사급으로 약 50명이 검찰에 남아 있다.
검찰이 ‘강금실 법무장관’이 현실화되는 것을 극구 막으려 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강 장관이 검찰의 조직 생리를 잘 모른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수원지역의 한 검사는 “검찰로 하여금 모멸감을 갖게 하려는 것 같다”며 “새정권이 검찰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검사는 이어 “기수가 낮다는 등의 문제가 아니라 신임장관은 검찰에 대해 모를 뿐더러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서울지검 한 검사는 “문제는 검찰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라며 “예전 안우만 장관의 경우 대법관까지 지내 경륜은 넘치지만 검찰을 너무 몰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강 변호사 장관이 되면 옷 벗고 나간다고 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나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강금실 장관’은 실패할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나보고 법원장 하라고 하면 안 한다고 할 것이다. 법원 내부에 대해 뭘 알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검찰조직의 성격상 동기가 검찰 부장검사급인 강 장관이 조직을 장악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강 신임장관과 동기인 한 부장검사는 “관례대로라면 고검장급 이상들은 다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며 “동기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부장검사도 “정무직인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이 동네가 워낙 보수적인 곳이라 검찰총장보다 연배가 높은 게 자연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법무부와 검찰이 유기적인 결합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얼마 전 전국 각 지청별로 진행된 평검사 회의에서 사실상 강 변호사의 장관임명에 대한 반대의견을 모았던 모 지청의 한 검사는 “노 대통령 당선에 공이 있는 민변 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권을 의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검에서 사건보고를 법무부에 보고 안 하고 별도 운영하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환영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기수에 따라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아는 서울지검 분위기가 꼭 반대인 것은 아니다”라며 “장관은 정무직이지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꼭 검사여야 하고 기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이상 외부의 인물이 들어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내각 인선 발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강 신임장관을 발탁한 배경에 대한 설명은 더욱 더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독립시킬 생각이다. 지금까지 법무부는 검찰 산하처럼 돼왔다. 법무부가 검찰의 이익을 변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법무부를 독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서열주의에 구속되지 않으려 한다. 서열주의 해소되길 바란다. 서열주의 억지로 깰 생각은 없지만 구속될 생각 없다. 사시 몇 기가 장관이 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강금실 장관은 검찰의 고유한 권한을 존중할 것이다. 국민의 검찰, 국민을 위한 검찰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지금까지는 권력의 검찰이었다. 이게 커보였기 때문에 국민의 검찰이라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배경 설명에 대해 재경지청의 한 검사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라며 “우리 검찰이 어떻게 이런 말을 들을 정도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민변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기대가 크다는 반응이다. 민변의 김인회 수석사무차장은 “법무부가 국민서비스 기관으로, 검찰을 통제하는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강 신임장관은 검찰의 독립성 확보와 문민적 통제라는 개혁과제를 해결해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그렇게 촉구해왔는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안 해왔다”며 “검찰의 반발은 외부인사가 들어가서 검찰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또 “얼마 전 서울지검에서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이 났을 때 법무부는 오히려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냈었는데 이는 검사들이 만든 것”이라며 “이처럼 법무부를 좌지우지해온 검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노 대통령이 밝힌 ‘법무부의 검찰로부터의 독립’의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27일 오후에 발표한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법무부와 검찰의 분리를 역설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발표했다.
전제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우선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무부의 대국민 서비스 기능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민변 소속의 김형태 변호사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강 변호사 혼자 들어가는 상황에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돼 반대했었다”면서도 “강 변호사가 대단한 강단과 능력을 갖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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