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다한 죽령 국도에 오르막 차로 공사 강행… 주민들은 ‘갸우뚱’

건교부 충주 국도유지건설 사무소가 도로 기능이 크게 저하된 국도 5호선 단양∼풍기 구간에 5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오르막 차로를 설치 중인 것으로 드러나 주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건교부 충주 국도유지건설 사무소에 따르면 급경사와 극심한 도로 굴곡 등으로 인해 교통 사고의 위험이 큰 국도 5호선 죽령 지구 4.61㎞구간(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 일원)에 오르막 차로를 설치키로 하고 지난 2000년 4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총 공사비 47억 1700만 원이 소요되는 이번 공사는 오는 9월께 준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영남 내륙 지방과 충북 북부 내륙 지방을 연결하며 물류 교통의 대동맥 역할을 해 온 이 도로는 지난 2001년 12월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통행 차량이 급감하기 시작해 현재는 1시간에 5∼6대의 차량만이 운행할 정도로 한산하다.
교통량 조사 통계 책자에 따르면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이전인 2000년 말 현재 이 구간을 통과한 차량 대수는 편도 기준 하루 평균 9353대였다. 그러나 현재는 하루 통행량이 100여 대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중앙고속도로가 국도 5호선 죽령 구간의 기능을 대부분 잠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중앙고속도로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제천∼단양 구간 7633대, 단양∼제천 구간 7368대로 고속도로 개통 이전에 국도 5호선이 소화했던 9353대의 80%선에 이르고 있다.
결국 국도유지 사무소 측은 고속도로가 국도의 교통 기능을 대체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거나, 이를 알고서도 공사를 강행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단양 지역 주민들은 “그 동안 국도 5호선 죽령 구간에 오르막 차로가 없어서 운전자들이 대형 사고를 겪는 일이 빈번했고, 이 때문에 국도 확포장은 단양뿐 아니라 경북 지역 주민들에게도 숙원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던 정부가 고속도로가 개통된 뒤에서야 뒷북치기 식으로 오르막 차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화물차량 기사 변모 씨(43·단양군 단양읍 별곡리)는 “2001년 말에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될 예정이었음에도 정부가 국도 죽령 구간에 뒤늦게 오르막 차로를 설치키로 한 이유를 모르겠다. 차라리 5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중앙고속도로 교통 환경 개선에 썼다면 훨씬 의미 있었을 것”이라며“이미 용도가 폐기된 국도에 오르막 차로를 개설하는 것은 죽은 아이의 나이를 세는 것처럼 한심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충주 국도유지건설 사무소 측은 원활한 교통 순환과 중앙고속도로 죽령 터널 구간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국도 5호선 죽령 구간의 오르막 차로 공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충주 국도유지건설 사무소 관계자는 “소백산 축제 기간이나 귀성 귀경 차량이 몰리는 민속 명절 등에는 고속도로와 국도 모두 차량 통행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도로 여건 미비로 사고 위험이 있는 일부 구간에 오르막 차로를 개설하려는 것”이라며 “국도 5호선은 고속도로 죽령 터널 구간에 화재나 대형 교통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유일한 대체 도로이므로 죽령 구간에 대한 공사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록 예기치 못한 사고 등으로 인해 고속도로 통행 차량이 국도로 몰린다고 하더라도 고속도로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일시적인 교통 수요와 안전 상의 문제를 핑계로 국도 5호선에 47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오르막 차로를 설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공자인 남화개발(주) 관계자도 “교통 수요가 고속도로 쪽으로 급격히 분산된 상황에서 오르막 차로 공사를 하는 것은 다소 시의에 맞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공사의 불요불급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번 공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철저한 감사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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