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언론 ‘정치적 의도’ 해석에 불만

“신청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일환이 아니라고 하는데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나. 거듭 말하지만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 보고서’는 단순 판결문 수집 보고서다. 왜 기자들이 판사 실명공개만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 억울하게 인권침해를 받은 사실을 알리는 게 위원회의 목적이다. 판결문을 정리하면서 판사 실명을 특별히 빼야 할 이유는 없다.”

김동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31일 오후 5시 37분경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 기자들이 반복적으로 ‘실명공개의 정치적 의도’가 뭔지 묻자 짜증 섞인 답답함을 토로했다.

진실화해위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 판사’들의 실명만 따로 공개한 것도 아닌데 유독 그 부분만 떼서 질문하는 ‘의도’가 뭔지 묻고 싶어하는 심정인 듯했다.

김동춘 상임위원은 “언론이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당시 벌어진 긴급조치 관련 모든 판결문을 정리해서 이후 추가 진실규명 작업을 위한 기초조사 목적으로 조사를 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상임위원은 “사건에 대해 평가하거나 당시 기소검사가 누구인지 규명하는 작업은 위원회 차원에서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며 “이 문건의 언론유출 경위나 직원징계에 대한 처벌여부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송기인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 분석보고서’ 등이 담긴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 발간에 즈음한 입장을 발표해 “오늘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다”며 “이 보고서는 총 483쪽 분량으로 ▲개요 ▲진실규명 접수 및 처리 현황 ▲진실규명 결과 ▲기록분석 보고 ▲평가 및 과제 등을 담았다”고 밝혔다.

송기인 위원장은 “이번 조사보고서는 위원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진실규명 결정 또는 불능 결정사건 7건의 내용을 수록했다”면서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김익한 일간 고문·가혹행위 사건 ▲태영호 납북사건 ▲이수근 위장간첩 사건 ▲이준호 가족간첩 사건 등 총 5개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를 통해 긴급조치 판결문 1412건을 분석한 긴급조치 위반 판결분석 보고서도 함께 실었다”면서 “화해를 위한 방안 연구활동 등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업무를 규정하는 바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중대 인권침해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목적수행을 위해 적용실태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 차원에서 긴급조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적용실태를 파악한 것”이라고 밝힌 뒤 “개별적인 판결의 당부를 다루지 않았고 어떤 정치적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송 위원장은 “진실화해위는 명예에 관련된 문제나 반성, 인적 청산의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다”면서 “오로지 객관적 입장에서 역사적 자료인 긴급조치 판결실태를 사실적으로 분석했으며 판사실명을 특별히 공개한다는 식의 보도는 맞지 않다”고 재차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한다는 위원회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발표한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를 통해 진실규명 불능 결정 사건으로 ▲김진수의 중국 내 항일독립운동 ▲김예태의 영동군 황간장터 만세운동을 꼽았다.

‘긴급조치 위반 판결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진실화해위가 입수한 판결문 1412건 가운데 1심 판결이 589건, 항소심 판결이 522건, 상고심이 252건이며, 1심 판결 중에서 긴급조치 1?4호 위반이 36건, 3호 위반이 9건, 긴급조치 9호 위반이 554건이며 이에 연루된 총 인원은 974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1심 판결 589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재야인사 관련 85건, 간첩행위 관련 2건, 학생운동 관련 187건, 발언관련 252건, 국내재산 해외도피 등 29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긴급조치 제1호부터 제9호까지의 내용, 긴급조치 위반 판결 전체에 대한 심급별 및 유형별 통계, 개별사건별로 분석해 실었다.
/ 오마이뉴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