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업체 공동구매 선정에 브랜드 대리점 ‘찬물’
13개 소규모 업체 “유명브랜드 담합” 의혹 제기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 발생 등 교복 자율화의 문제점이 지적되며 부활한 교복이 천차만별인 가격으로 인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상의, 하의, 와이셔츠 등을 포함한 교복 한 벌의 가격이 최대 7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의 경우 이와 같은 고가의 교복이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최저 12만원에서 최대 24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가격차가 최대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을 전후해 실시된 교복자율화는 학생들이 가정형편에 따라 옷차림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자 1991년 부활됐다. 부활 초기에는 교복착용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메이저브랜드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복도 서열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홈플러스에 입점한 M사 매장. 1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는 것이 업주의 설명이다. / 사진=육성준 기자
한 교복업체 대표는 “예전 학생들은 학부모가 사주는 교복을 불평없이 입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교복에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길 원한다. 여기에 ‘다리가 길어 보인다’ ‘S라인이 살아있다’ 등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복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교복 서열화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공동구매다. 학교단위로 이뤄지는 공동구매를 통해 대개의 학생들이 같은 업체가 제작한 저가의 교복을 착용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도내의 경우 현도정보고등학교만이 유일하게 공동구매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공동구매를 선호하지 않는데다 대부분의 학교가 입학 전 교복을 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학부모들이 공동구매를 논의할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현도정보고는 지난해 9월 공동구매를 통해 학생들의 교복을 구입할 것을 학부모들과 합의하고 업체선정에 나섰다. 입찰공고에 3개 업체가 참여했고 소규모 업체인 M사가 선정됐다. 현도정보고 김상웅 교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최저가 낙찰제가 아닌 적정가 낙찰제를 채택했다. 각 사에서 제시한 샘플을 확인한 결과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양호한 M사를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모직을 소재로 한 교복의 납품가는 12만원, 유명 브랜드사 제품이 23만원~24만원선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격이다.

M사 대표는 “공동구매를 통해 현도정보고 학생 80%이상이 교복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모 브랜드 업체의 훼방으로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23만원 교복, 12만원으로 둔갑
지난해 12월 22일 예비소집을 실시한 현도정보고는 당일 공동구매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예비소집이 실시되기 며칠 전 유명브랜드 E사 청주대리점이 23만원에 판매하던 교복을 현도정보고 학생들에게는 12만 2000원에 판매한다는 홍보물을 학교 앞에 내걸었다.

청주 교복업체 사장 K씨는 “유명 브랜드사의 담합에 의한 결과다. 유명 브랜드 사업자들은 공공연하게 공동구매가 활성화되면 브랜드사들이 죽는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마진율을 고려했을 때 23만원 이상 가격을 받던 제품을 12만원대에 판매하면 대리점도 손해를 보지만 공동구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E사의 행위는 제값에 교복을 구입한 타 학교 학부모들에게도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브랜드사들의 교복 가격은 학교별로 몇천원 정도의 차이를 보일 뿐이다. 일반 의류브랜드와는 달리 교복의 경우 본사에서 소비자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점주가 가격을 책정하도록 돼있다. 청주지역에서 이같이 천편일률적인 가격이 제시된 것은 대리점주들의 담합이다”고 주장했다. 취재결과 유명 브랜드사의 교복가격은 모직의 경우 학교별로 23만원에서 24만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도정보고는 264명 신입생 중에 110명만이 공동구매를 참여했다. 김 교사는 “어쨌든 아이들이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구매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M사 대표 J씨는 “공동구매의 경우 다량을 판매한다는 가정 하에 마진을 크게 책정하지 않는다. 저조한 참여로 이익이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담합의혹 조사
이에 대해 E사 A대표는 “12만 2000원에 판매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착순 10명에게만 그 가격에 판매했다. 그 외에는 제 가격에 판매했다. 담합의혹 또한 사실이 아니다. 대개의 유명 브랜드들이 비슷한 가격으로 출고되고 마진율을 25%내외로 책정하기 때문에 판매가격 또한 비슷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 양성영 경제과장은 “청주지역 브랜드 교복업체들의 담합의혹이 접수됐다. 현지조사를 통해 담합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담합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사업의 규모와 법위반정도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교육청

충청북도교육청이 교복 구입비 부담 논란에 대해 연일 보도가 이어지자 때늦은(?) 행정지도에 나섰다. 30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교복 구매에 따른 학부모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신입생의 교복 착용 시기를 신축성있게 운영하도록 각 학교에 권고했다.

또한 신입생 학부모회가 자율적으로 교복을 공동구매 할 수 있도록 연건 조성과 함께 공동구매 추진시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 이난경 청주지부장은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일도 아니고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인데 도교육청이나 일선학교의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떤 절차를 밟아 공동구매를 해야하는지도 학부모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등교육과 생활지도 관계자는 "해마다 행정지도는 해왔다. 올해는 공동구매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 9일 생활지도담당자회의(초중고 교감회의)를 열고 공동구매를 실시한 현도정보고 교사를 초청해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많은 학교들이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교복업자는 "이미 신입생 절반이 교복을 구입한 상태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공동구매의 경우 신입생 80% 가량이 구입을 할 경우 타산이 나오는데 2월 9일 이후 공동구매업체를 선정한다면 참여할 업체가 없을 것이다"며 도교육청의 한 발 늦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도내 중고교 가운데는 현도정보고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구매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내에서는 충북과학고, 충북체고, 양업고 등 고등학교 3곳과 보은 내북중, 괴산 장연중, 감물중 등 소규모 중학교 10곳이 교복을 입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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