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왕(文王)이 어느 때 사흘동안 목욕재계를 한 뒤 위수(渭水)에서 낚시질을 하는 태공(太公)을 찾아갔습니다. 그 곳에 가면 3대를 도울 스승이 있다는 사관(史官)의 점괘를 듣고서였습니다.
문왕이 물었습니다. “선생이시여,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군주로서 만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들려주십시오”
태공은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오직 백성을 사랑하는 길뿐입니다.”
문왕이 다시 물었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태공이 말했습니다. “이롭게 하되 해치지 말며, 성취하게 하되 실패하지 않게 하며, 살게 하되 죽음으로 가지 않게 하며, 주되 빼앗지 말며, 즐겁게 하되 괴롭히지 말며, 기쁘게 하되 성나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왕이 말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백성이 생업을 잃지 않으면 이는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농사짓는데 때를 잃지 않으면 이는 이루어 주는 것이며, 무고한자를 벌하지 않으면 살리는 것입니다. 세금을 가볍게 한다면 주는 것이 되고 궁실(宮室)과 대사(누각과 정자)를 검소하게 하면 즐겁게 하는 것이 되며, 관리가 결백하여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문왕은 요(堯), 순(舜)과 더불어 고대 중국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주(周)나라의 임금이요, 태공은 문왕과 그 아들 무왕을 도와 은 나라를 토벌하고 주나라를 세워 그 공으로 제(齊)나라의 제후가 된 당대 제일의 전략가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낚시꾼 ‘강태공’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문왕이 성군(聖君)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태공이라는 비범한 인물이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유족들의 애끓는 오열 속에 노무현 제16대 대통령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정부는 앞으로 5년, 이 나라를 맡아 국정을 이끌 것입니다. 취임식 장면을 TV로 지켜 본 많은 국민들은 전임자들 때 느껴보지 못했던 기대감으로 설레임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외 정세가 말해주듯 노무현정부가 앞으로 헤쳐 가야 할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D-day가 임박한 미국의 이라크공격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악화 일로의 북미간 갈등 또한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니 그 해법이 걱정인 것은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되살아나지 않는 경기, 여전한 계층간 지역간 갈등, 부정부패의 척결 등 산적한 난제들도 앞으로 노 대통령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입니다.
그것뿐입니까. 국정개혁은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노무현을 지지한 국민들의 기대가 국정의 개혁에 모아진 것이라면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보수 기득권 층의 저항과 반발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기에 말입니다. 거기다 거대 야당, 거대 보수언론이 버티고 있기는 김대중정부나 마찬가지이고 절반의 국민이 냉소하고있는 현실 역시 다를 게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고 쓴 글로 취임 전 줄곧 자신의 뒤를 치장했습니다. 또 당선이 확정되던 날 새벽에는 첫 마디로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습니다”라고 공언했습니다.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그렇게만 하십시오. 초심(初心)대로 국민을 하늘로 알고,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그런 겸허한 마음과 각오만 잊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모두 대통령의 편이 될 것입니다. 그럴 때 북핵이 됐든, 경제가 됐든 어떤 어려움인들 극복하지 못 할 것이 있겠습니까.
2천여 년 전 태공의 치세 관이 오늘에 비교할 것은 못 된다하더라도 그 근본이야 다를 게 없을 것입니다. 모쪼록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박수를 받으며 국민 속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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