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불법낙인, 코리안드림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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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불법낙인, 코리안드림 막지 못한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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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불안정한 신분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사는 외국인들이 훨씬 더 많다. 열악한 작업현장에서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이른바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충북도내에만 1만여명(추정)이 얼굴을 감춘채 3D업종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물론 1만명 모두가 불법체류자는 아니며 이 가운데 4000명은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합법적인 취업을 한 경우다. 진천군 면지역의 외딴 곳에 위치한 플라스틱 재생공장에서 일하는 라비(28·인도)는 불법체류자다. 언제든지 출입국관리국 직원들의 눈에 띄기만 하면 청주교도소에 보호(?)됐다가 강제출국당해야 한다. 라비가 일하는 공장에는 같은 인도인이 16명에 달하고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도 30명에 이른다. 생산현장의 일꾼은 모두 불법체류 노동자인 셈이다.
라비는 지난 97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 진천에 터를 잡아 4년째 살고 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선적으로 핸드폰 구입이 필수적이다. 물론 고향의 가족들과 안부를 나누기도 하지만 이국땅에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최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알음알음으로 전화연락을 하며 서로 취업정보를 알려주고 입국 선배(?)에게 신변문제를 상의하기도 한다. 핸드폰 네트워크 덕분에 라비 공장에 인도인 16명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핸드폰 ‘필수품 1호’

이들의 숙소는 공장 한켠에 위치한 컨테이너 박스다. 서너명이 4평 안팎의 공간에서 먹고 자고 휴식을 취한다.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하면 오후 6시에 끝나고 저녁식사후 9시까지 잔업을 한다. 하루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으로 휴일은 격주 휴무제로 쉰다. “부모님이 제일 보고 싶지만 전화요금이 비싸서 한달에 너댓번 정도 연락을 한다. 음식은 우리들이 직접 인도식으로 요리해 먹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다. 휴일이면 교회에 가기도 하는데, 그냥 숙소에서 쉬는 경우가 더 많다. 앞으로 2년정도 더 벌어서 고향으로 갈 것이다” 라비의 경우 숙련공 수준이기 때문에 한달에 80∼90만원의 급료는 받는다는 것. 또한 공장에서 꼬박꼬박 본국의 가족에게 급료을 송금해 왔기 때문에 지난 4년간 저축액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년만 더 벌어서 고향에 가면 결혼부터 하겠다’는 라비는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작업복을 깨끗한 스웨터로 갈아입기도 했다. 불법체류 신분임에도 전혀 꺼리는 기색이 없었다. 아마도 함께 동행한 진천 외국인 형제의집 직원이 충분한 사전설명을 한 탓이리라. 라비의 한국말 수준은 4년 체류가 믿기지 않을만큼 기초적인 대화만 가능한 정도였다. 공장내에 한국인 노동자가 없다보니 우리 말을 접할 기회가 많지않고 휴일에도 같은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TV가 유일한 한국어 선생인 셈이다.
라비는 자신을 ‘시크’라고 소개했다. 함께 일하는 16명이 모두 시크교도이고 숙소에서 고유한 전통의식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주의 사진을 소중하게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지출 가운데 큰 부분은 국제전화료다. 라비의 경우 인도 가족들과 한번 통화하면 1만원이란다. 10만원의 용돈에서 4∼5만원이 전화통화료다. 불법체류 노동자는 본인 이름으로 핸드폰 구입이 불가능해 직장내 한국인에게 부탁하거나 아예 명의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구하기도 한다. 이들 브로커들은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직업소개 역할도 하고 있다.

주말 시내집결 20여명

외국인 연수생이 500여명이며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2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특히 연수생의 경우 당초 계약된 최저임금 이상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연수기간내에 사업장을 이탈하고 만다. 그러다보니 영세한 3D업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인력을 쓰지못해 애를 태우는 곳이 많다.
진천에도 주말마다 20∼30명의 외국인노동자가 모여드는 시내 모의류상가 주변에는 한국인 사업주들이 직접 찾아와 즉석에서 급여조건등을 상의하기도 한다.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다보니 이들에 대한 대우도 크게 향상됐다. 임금수준을 보면 잔업수당을 포함 대체로 70만원선은 보장받고 숙련공의 경우 10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하지만 최악의 작업현장에서 하루 10∼12시간의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결코 정당한 대가라고 할 수는 없다. 동행한 형제의 집 직원은 ‘지역의 빈민보호사업 일환으로 취업알선도 도와주는데 3D업종에서 한달이상 버티는 한국인을 보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국내 산업에 꼭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하지만 정부의 이중적인 법규정 때문에 불법체류자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도내 유일 외국인 노동자 보호단체 진천 외국인 형제의 집
진천군 길상사 진입로 옆에 위치한 진천 외국인 형제의 집(대표 고은영)은 지난해 4월 충북도에 민간단체 등록을 마쳤다. 전국 조직인 한국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에 가입, 지역 센터역할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육, 상담, 의료부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95년 고대표의 부군인 이창언목사가 선교차원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돌보다 96년 ‘형제의 집’ 간판을 내걸었다. 초기에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폭력, 갈취등 반인권적인 상담이 많았지만 요즘엔 체불임금에 대한 민원이 대부분이다.
또한 3D업종의 열악한 작업현장에서 장시간 일하다보니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분진등으롱 인한 안과질환이 많고 프레스 작업시 손가락 절단, 화공약품 취급에 따른 피부병등 대부분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질환을 앓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허용했지만 의료보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외노협을 중심으로 의료비의 50%까지 지원하는 의료공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고대표는 지난 11월말에도 진천지역 외국인노동자 35명을 인솔해 청주보건소에서 무료 건강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2층에 예배당이 있는 ‘형제의 집’에는 주말이면 5∼20명까지 외국인노동자가 찾아와 서로간의 친교를 나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뚝섬경기장에서 국내 외국인노동자들의 미니 월드컵 경기대회가 벌어졌다. 총 14개국 팀이 참가했는데, ‘형제의 집’에서는 페루팀을 구성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진천지역 페루 노동자 3명을 주축으로 전국의 200여명 페루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선수를 선발한 것이다. “정부는 전국의 외국인노동자 적정선을 30만명 정도로 잡고 매달 몇 명씩 쏙아내듯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들을 단속하고 있다. 도내에서 한달에 100명 정도 붙잡아 강제출국시키고 있다. 현재의 외국인연수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한해 500억원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이권사업으로 변질됐다. 정부간 협약을 통해 정식으로 노동계약을 체결해 취업할 수 있도록 양성화해야 한다” 김홍식사무국장이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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