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야박하게 뛰어넘어도 이해해 주실 것
“노태우, 전두환 밟고 넘었듯… 이번엔 내갚

▲ 김두관.
“벚꽃 축제를 앞둔 경남 남해군수실… 관광수익을 올리기 위한 회의가 열리고 군수는 남해대교를 번지점프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실제로 남해대교 번지점프대회에서 군수는 직접 번지점프를 선보인다. 이것이 바로 남해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던 ‘김두관 군수 번지점프 사건’이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걸어온 길은 번지점프의 연속이었다.

10여년 동안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으로 일하면서 풀뿌리신문인 남해신문을 창간한 것이 첫 번째 번지점프였다면, 1995년 37살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군수에 당선된 것은 두 번째 번지점프였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의 지방자치 실험을 ‘남해군수 번지점프를 하다(2002년·새움)’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고 앞에 인용한 글은 이 책을 소개한 한 인터넷 서점의 서평 가운데 일부다.

이후 그는 안전장치를 확인할 여유도 없이 거듭 뛰어내린다. 재선 군수의 경력으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경남지사에 출마해 낙선했고,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행자부 장관에 취임했으나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부대 기습시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한나라당의 해임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7개월만에 낙마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에 세 차례 도전한 끝에 2006년 2월18일 정동영, 김근태 의원에 이어 서열 3위로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 참패의 충격 속에서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다시 2선으로 물러났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앞날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원내·외를 가릴 것 없이 당 관계자들의 행보는 우왕좌앙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 전 장관은 이른바 ‘당 사수파’의 대표적 인물로 통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원칙론자다.

김 전 장관은 1월20일 충북도내 옛 개혁당과 노사모 출신 당원들이 당 사수를 내세우며 조직한 ‘열린우리당 혁신운동 충북본부’ 발족식에 참여해 “당을 지키려는 당원들과 연대해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되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자신이 창간한 주간지의 발행인이었던 김 전 장관은 이날 행사에 앞서 충청리뷰를 방문해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 연말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의 도전을 “모든 지방세력의 힘을 모아 서울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있어 청주는 각별한 장소다. 1986년 직선제 개헌 투쟁 당시 재야의 구심이었던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간사였던 김 전 장관은 ‘실무 책임자들이 지방 시위를 직접 조직하자’는 방침에 따라 청주에 파견됐다가 당일 집회과정에서 연행된다. 이날 청주를 처음 방문했던 김 전 장관은 ‘원정데모’를 했다는 것이 빌미가 돼 청주 미평교도소에 구속 수감됐으며 3개월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삶의 전기가 됐다는 것이다.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있던 김 전 장관은 교도소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기층민중운동에 투신하기로 마음을 먹고 출소와 함께 고향인 남해로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중앙무대에서 소리없이 잊혀졌던 김두관은 1995년 초대 민선 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민자당의 아성이던 경남 김해에서 전국 최연소 군수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한다. 김 전 장관은 재선군수로 재임하면서 남해를 ‘문화·생태·관광형’ 자치단체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축구, 야구 전지훈련장을 유치해 세외 수입을 올리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또 전국에서 최초로 기자실을 폐지하고 군수 업무추진비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본사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육성준기자

일부 통합론자 대선보다 총선에 관심
김두관 전 장관은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편차가 너무 심하다”며 “정계개편과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잡탕 신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는 현재 당이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한 원인분석과 진단이 다르기 때문에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사수파 가운데 일부가 기초당원제를 인정하며 갈등 봉합 쪽으로 선회한 가운데, ‘당 해체나 통합신당을 전제로 한 전당대회라면 육탄으로라도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가 그대로 녹아있는 발언이다.

김 전 장관의 이같은 견해는 근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공동책임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대통령과 결별하면 나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통합론자들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통합신당에 대해 “겉으로는 민주평화세력의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고건 전 총리를 통해 서부벨트를 강화하겠다’는 지역주의를 부활시키려다 헛물만 켰다”며 “일부 현역 의원들은 올 연말 대선에 대한 전망은 부재한 가운데, 내년에 실시되는 총선에서 자신의 살길 찾기에 급급해 통합신당에 목을 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정책과 노선, 가치를 중심으로 당이 움직여야 했는데, 강봉균 정책위 의장 등 관료 출신 보수 의원들이 이와 다르게 당을 움직인데서 현재의 위기가 왔다”며 “창당정신에 입각해 당을 쇄신하고 현 정권의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장관은 당 운영에 있어서는 소수파로 분류되지만 참여정부 탄생의 밑거름 역할을 했던 노사모 등 열성당원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서울남부지법도 기간당원제도를 기초당헌제로 바꾼 비대위의 당헌개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당 사수파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2월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계획대로 치를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리틀노무현? 내가 더 크고 무거운데…”
김 전 장관은 ‘연말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원내 의원도 아니고 정치적 경험도 일천한 상황에서 언론이 가끔씩이라도 잠룡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고 ‘정치적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김 전 장관은 그러나 2006년 12월19일 문을 연 민부정책연구원이 ‘대선캠프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화제는 노심(盧心)으로 옮아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탁으로 중앙에 진출했고, 거침없는 입담과 행보로 인해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김 전 장관과 노 대통령 사이에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한 교감이 있느냐’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리틀노무현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내가 더 크고 무거운데…”라는 말로 직접적인 대답을 피해간 뒤 “속된 말로 줄을 잘 서서 중앙정치인으로 성장했는데, 정치적 신의가 중요한 만큼 끝까지 같이 가겠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분명히 했다.

김 전 장관은 다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앞으로 새로운 정책적 대안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 때는 야박하게 (대통령을) 뛰어넘는다 해도 봐주실 것”이라며 노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내비쳤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덧붙여 “전두환 전 대통령도 6.29를 통해 당시 노태우 후보가 자신을 밟고 뛰어넘을 수 있도록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차기 대권을 창출하기 위해 충분히 그럴만한 스케일을 가진 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자신의 대권 도전 의사를 공표하면서, 현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안고갈 유일한 후보가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대통령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은연 중에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장관은 특히 “현재 노 대통령이 국민적으로는 상당한 오해를 받고 있지만 퇴임 후 정치적으로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그러나 자신이 ‘영남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나타냈다. 지역구도가 판을 친 과거 대선에서 수적으로 우세한 영남 유권자가 향배를 갈랐지만 이는 타파해야 할 낡은 과거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나와 김혁규 전 최고위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여권의 영남후보로 거론되는데, 이 보다는 지방화세력의 대표주자, 개혁 후보로 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허용해선 안돼
지방화세력의 대표주자를 자임하고 있는 김 전 장관은 최근 충북지역의 최대 현안인 하이닉스의 공장 증설과 관련해 “수도권 공장 증설을 불허하는 것이 옳다”고 잘라말했다.

김 전 장관은 “경기도 파주에 들어선 필립스·LG LCD공장의 경우에도 원래 공장이 있던 구미에 충분히 증설이 가능했는데, 100억 자본을 쥐고 있는 필립스가 고급 인력 채용과 공항 접근성 등을 이유로 파주를 고집해 어쩔 수 없이 이를 허용하고 말았다”며 “국가 전체를 놓고 고려했다면 이 역시 불허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도 ‘다주택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무조건 시장경제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부동산, 일자리, 노후, 교육문제 등이 국민 최대의 관심사고 차기정부의 역할과 시대정신도 여기서 나온다”며 표심을 겨냥한 정책개발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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