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이의 엄마·연극인·방송인으로 1인3역 해내

봄바람처럼 아찔한 외출을 한 이가 있다. 17년간 뚝심으로 연극을 해오던 김옥희씨(37)가 방송국 문을 두드리게 된것. 그는 현재 매주 화요일 7시 CJB청주방송이 방영하는 ‘인생서포터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프로그램을 방금 끝내고 왔다는 그는 “방송국에 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팅되는 느낌이에요. 옷협찬부터 헤어, 방송용 메이크업까지 말이죠. 처음엔 참 어색했는데 지금은 외적인 변화도 쏠쏠한 재미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변 연극인들로부터 자모회 회원들까지 소위 ‘떴다’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나를 보는 시선이 고정될 수 있으니까, 화면에 비춰지는 모습이 전부로 인식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네요.”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매주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 기획의도다.
이 프로그램은 총 5명이 만든다. 촬영2명, 작가2명, 그리고 진행자 김씨. 소수정예다. “제가 하는 멘트를 따져보면 약 3분정도 밖에 안되는데 처음엔 무지 헤맸어요. 다들 연극인이라는 기대치가 커서 부담도 됐구요, 지금은 담대하게, 자신감있게 하려고 노력해요.” 3분멘트를 두고 2시간을 넘기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 시간이 많이 단축했다고 웃어보인다.

연극은 내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
그는 고등학교때 ‘배비장전’에서 사또역할을 맡은 것이 연극과의 첫만남이었다. 대학교때 충북대 연극동아리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을 했고 가족의 반대에 부딪쳐 휴학도 하고 연극을 포기하려고 맘을 돌린 적도 있었다. 질긴 운명과도 같이 연극을 다시 하게 됐고 대학을 졸업하며 극예술연구회 동아리 멤버들과 극단새벽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새벽의 초장기 멤버이자 동아리 선배였던 이상관(40·연극인)씨와 결혼식도 올렸다.
세아이의 엄마가 김옥희씨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는 욕심이 많은 엄마라고 했다. 6개월된 아이를 데리고 연극판을 돌아다녔다. “연극을 하기 위해 가족들의 희생이 많이 필요했죠. 지금은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정말 감사해요.” 이들 부부는 육아와 경제문제도 합리적으로 해결해 한 사람이 연극을 하면 한 사람이‘숙제’를 맡는 식으로 한다. 남편이 많이 희생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일년에 한 작품씩 무대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 남편 이씨는 지난해 늙은도둑이야기에서 ‘더 늙은 도둑’으로 출연하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그는 91년부터 새벽인쇄·출판사를 운영하며 그동안 연극계의 포스터, 인쇄물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극단 새벽의 색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연극하는 사람이 중심을 잃어버리면 극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없어요, 배우가 입을 떼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도 그 이유겠죠. 어려운 연극토양에서 극단새벽이 추구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적인 사실을 끌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대중이 없는 연극은 연극자체로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는 정책적인 지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겠죠.”
마지막으로 인생 서포터즈의 진행자로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마디를 부탁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것이 괜찮은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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