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당내 경선 지지층 따라 양분 현상 보여

청주시의회 초선 의원들 이 전 시장 쏠림 뚜렷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지지도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의 지방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이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앞에 앞다퉈 줄을 서고 있다. 이는 줄세우기라기보다는 자발적인 줄서기 수준으로, 여기저기에서 무리를 이룬 뒤 ‘우리 여기 모여있다’를 외치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의 줄서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오는 6월 후보경선이 실시되는 마당에 지방의원들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거나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당내에서 자리를 잡아보자는 심산인데 착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차기 지방선거가 3년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목숨 걸고 한편에 서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 대한 충성경쟁이 5.31 지방선거 당시 당내 충북지사 경선의 2라운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한대수 도당위원장을 지지했던 세력은 이명박 전 시장을 밀고, 정우택 지사 지지파는 박근혜 전 대표 쪽에 줄을 서고 있다는 얘기다. 12월21일 박 전 대표가 충북을 방문했을 때 사전일정을 취소하고 옥천에 내려간 정 지사의 행동을 놓고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양상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정 지사의 커밍아웃이 ‘의도된 것이었다’는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역 정치인들의 이같은 ‘드러내기’가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한나라당 지역정치인들의 대선 후보군에 대한 줄서기가 벌써부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 충북지사 당내 경선에서 정우택 지사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박 전 대표를, 한대수 도당위원장을 지지했던 세력은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 심규철 전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인간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와 함께 포즈를 취한 한대수 위원장과 정우택 지사. 심 전 의원은 마로탄광에 채탄 체험을 한 손 전 지사와 함께 했다.

당원협 운영위원장은 박3 : 이1 : 손1
과거 지구당 운영위원장 격인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은 대부분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청주 흥덕갑의 윤경식, 청주 흥덕을의 김준환, 제천·단양의 송광호 위원장 등이 박 전 대표 지지세력이다. 이에 반해 청원의 오성균 위원장은 이명박, 보은·옥천·영동의 심규철 위원장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윤경식, 송광호 전 의원은 1월 3일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열린 신년행사에 참석해 자신들이 서있는 좌표가 어딘지를 확인시켜줬다. 송 전 의원은 마이크까지 잡고 대선 필승을 다짐했다. 김준환 위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탄핵정국으로 당의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던져 당을 구했다. 국가보안법 개헌 등을 막기 위한 저지선을 확보한 것도 박 전 대표의 공이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오성균 위원장은 충북지사 당내 경선에서 송태영 전 도당 사무처장과 함께 당시 한대수 예비후보를 밀었다. 오 위원장은 경선장에서 일부 선거인단에게 ‘한 후보를 찍으라’고 당부한 사실이 적발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송 전 사무처장이 이 전 시장의 선거캠프인 안국포럼 공보특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오 위원장의 현재 위치는 분명하다. 송 전 사무처장과 오 위원장은 고교 선후배 사이.
심규철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심 위원장은 “손 전 지사는 함께 국회에 있을 때부터 나를 아껴주신 분이다. 당의 대권주자들이 모두 존경받을만한 분이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나 개인적인 친분에 있어서나 나는 손 전 지사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규철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손 전 지사가 민심대장정에 나섰을 때 보은 마로광업소에서 채탄작업을 한 손 전 지사를 찾아가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도의원-‘박’ 對 시의원-‘이’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처음으로 실시된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청주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확실히 뚜렷한 정치색을 보이고 있다. 나름대로 입지를 갖춘 재선 이상 의원들에 비해 초선 의원들은 더욱 그렇다. 청주시의회 초선 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 전 시장 캠프의 외곽조직인 희망농정포럼의 청주시 조직책을 맡고 있는 이대성 의원이다. 희망농정포럼은 도 조직과 시·군조직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도 조직책은 조방형 전 청원군 의원이 맡고 있다.

이밖에도 초선인 김갑중, 김경식, 박종규, 서명희, 이행임 의원 등도 이 전 시장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이에 반해 재선 이상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의 이같은 쏠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 다선 의원은 “벌써부터 어느 한 곳에 줄을 서려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행태다. 주도권을 잡아보자는 속셈인데, 착각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 초선의원들이 이명박 지지를 노골화하고 있다면 일부 도의원들은 행동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 1월3일 박 전 대표 신년 행사 때 오장세 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이기동, 김법기, 정윤숙 의원 등이 참석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앞서 언급한 당원협 운영위원장과 도의원 등 3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오장세 의장은 이에대해 “당원 자격으로 참석한 것일뿐 특정인물에 대한 지지선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당구 당원협 조직위원장 공모의 경쟁자이자 차기 총선에서도 당내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이는 한대수 도당위원장이 이명박 편에 서있다는 점에서 오 의장의 행사참석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머지 도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기동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이만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든 사람이 바로 박 전 대표”라며 “당의 간판이 나서야 정치적 일관성이 지켜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한나라당 소속 대다수 지방의원들은 심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미리부터 위험한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충북도의회 의원은 “비록 사석일지라도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아끼는 상황인데, 일부 의원들이 드러내놓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신중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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