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동 시작으로 2∼3곳 더 생길 예정…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영업
목숨을 담보한 수술과 가족으로 부터의 외면… “기댈 곳 없어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싶어… 여성으로 인정해주길”

작년 12월 초 청주 용암동 지역에 문을 연 트랜스젠더 클럽.
자정이 되어서야 문을 여는 이곳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렸다.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서 오는 사람도 있었으나 단골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는 모두 9명. 처음 만난 이들은 생각외로 솔직했고, 자신의 아픔을 애써 감추려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그들의 현재 생활과 성장과정 등 제 3의 성으로 살아가는 그들만의 아픔에 대해 들어봤다.

남과 다른 성장과정
이곳에서 트랜스젠더로서 일하고 있는 K씨. 남자로 태어난 그가 자신을 여자라고 느낀것은 초등학교때였다. 어머니가 청소나 설걷이를 할 때면 자신도 하고싶어 도와드렸고 그때만해도 집안 어른들은 ‘고추떨어진다’는 농담으로 넘겼다.
그러나 그가 점점 성장하면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여자같은 행동과 성격탓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고, 학교생활은 갈수록 힘들었다.
중학교때까지는 상위권이었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를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친구들과 너무 달랐고, 가느다란 여자 목소리때문에 놀림을 받았다. 그 시기 그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주고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같은반 친구에게 끌린 것이다.
고 2때 만난 친구로 부터 용기를 얻어 자신을 추스렸던 그는 친구의 도움으로 서울에 있는 모 대학 (기악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보려 안간힘을 썼다.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날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잃어버린 성(性)을 찾아야 했다.
그는 왜소한 자신의 몸이 싫어 헬스와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감정을 바꿀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은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머리도 기르고 화장도 했다. 여자로서의 삶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집안에서 나와 독립해 생활한 것도 이 무렵. 대학생활도 2학년을 마친채 접었다.

따가운 사회시선에 외국행
“가족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위사람들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고, 기댈곳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집을 나와 혼자 생활하며 자신이 할 수있는 일을 찾아 헤매던 ‘그녀’는 큰 키와 몸매 덕에 모델생활을 할 수 있었다. 호르몬 치료를 하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쯤. 그러나 진정한 여자가 될 수 없었던 그는 가는 곳마다 제약을 받았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 자살도 여러번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진 못했다.
모델 실습을 위해 해외로 출국하다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이 들통나 회사도 그만 두어야 했다. 그는 아는사람도 없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해외로 가기로 마음먹고, 미국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모델로 생활할 수 있었고, 클럽생활도 어떤 제약없이 할 수 있었다. 개방된 사회에서 그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호르몬 등 테스트를 거쳐 자신의 몸도 여자로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 수 없다는 것이 한(恨)이었다. 원망도 많이했지만 떳떳하게 고국에서 살고싶었던 그는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된다.
그녀는 “우리를 바라보는 사회인식이나 시선이 아직도 외국에 비해 너무 폐쇄적”이라며 “태국이나 일본처럼 우리같은 트랜스젠더도 자신의 꿈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 박재남 기자

인터뷰
청주 용암동 다찌클럽 윤수지 실장

“사회 인식변화 절실”

트랜스젠더로서 용암동에 있는 다찌클럽에서 마담으로 일하고 있는 윤수지씨(36)를 만나 봤다.

- 어떻게 이곳에서 일하게 됐나.
개방되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법적으로 성별이 남성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으며 살고 있다. 사장님의 도움으로 이곳(청주)까지 오게됐다. 진정으로 우리를 여자로서 이해하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현재로서는 이 일이 우리에게 유일한 행복을 가져다 주고 또 많은 위안이 된다.

- 주로 어떤손님들이 이곳을 찾나.
대부분 30∼50대로 중년층이다. 호기심으로 왔다가 단골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엔 소문을 듣고 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처음에는 우리 아가씨들에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자보다 더 여자같아 놀랐다’거나 ‘더 아름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 청주에 클럽이 더 생긴다는 얘기가 있는데.
가경동과 하복대 지역에 2∼3개 업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음성적으로 생활하거나 고국을 떠나 생활해 왔지만 이제는 나부터 감추지 않고 떳떳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것이라 기대한다.

-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우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진정한 여자로서의 새로운 삶이다. 민증(주민등록증)에서 여자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염원이자 소망이다. 여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모든 재능을 발휘해 열심히 살 것이다.

- 꿈을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있나.
지금 소송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트랜스젠더를 대표해 투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소망을 이룰 생각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대접을 받으며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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