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문화의집에서 열리는 베트남어 교실을 가다

“진정한 연대와 소통위해 언어부터 배우자”동기유발
도종환 시인의 제안으로 두달전부터 열려
충북민예총, “베트남 관련단체들과 네트워크 구축해”


“짜오 깍반” “또이 뗄다 김강곤” “또이 자앗 부이 뜨억 깝 깍 반.”

작곡가 김강곤씨가 칠판에 도통 알아볼 수 없는 문자를 적는다. 알고 보니 이는 베트남어로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김강곤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란 뜻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흥덕문화의집에서는 베트남어 수업이 열리고 있다. 누군가 이곳에 가면 유명인사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었는데, 이날 폭설로 인해 미처 길을 나서지 못했다는 이홍원·손영익 화백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모두 제 자리에 있었다. 충북민예총의 어른이자 일꾼들인 윤석위 시인, 도종환 시인, 김희식 흥덕문화의집 관장, 김강곤 작곡가, 탁영주(민들레의 노래)씨가 바로 베트남 수업의 학생들이었다.

김강곤씨가 칠판에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적는 것으로 지난주 복습을 마치고, 1월 8일 새해 첫 수업이 시작됐다. 때가 때이니 만큼 “측멍남머이(베트남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로 인사를 건넸다.

김희식 관장은 “도종환 시인이 공부모임을 제안했고, 본인이 모집책”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수업을 시작한지 벌써 두달째다.

   
▲ 지난 1월 8일 흥덕문화의집에서 열린 새해 첫 수업에서 베트남 유학생인 옥이씨가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있다.
/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민예총은 베트남 교류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시성 성과보다는 내면적인 교류, 즉 민예총 다운 행사를 지향해왔다. 2004년 베트남 교류의 물꼬를 텄고 지난 2년동안 양국의 예술가들이 서로 방문해 공연행사를 펼쳤다. 또 지난해 9월 충북민예총 예술가들이 전시와 공연으로 모은 기금으로 베트남 오지에 평화학교가 건립됐다.

그리고 충북민예총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제3세계 국가와 연대를 구상중이다. 또한 베트남 이주이민 여성 가족들을 위한 사업과 베트남 관련단체들인 ‘나와우리-베트남 사랑방’,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모임’, ‘평화박물관 추진위원회’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어찌 보이지 않는 교류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수업은 개설됐고, 앞으로도 쭉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베트남어 수업은 여느 교실 풍경처럼 복습해 오라고 외치는 선생님이 있고, 꾀부리는 제자들이 있었다. 베트남어 수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옥이(28)씨다. 현재 충북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베트남어와 한국말의 차이를 설명했다.

“베트남어는 고립어이고, 한국어는 첨가어입니다. 따라서 베트남말은 조사가 따로 없어요. 단어만 알면 쉽게 배울 수 있지만, 한국어는 문장에 꼭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배울 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죠.” 반면 베트남어는 6가지 성조마다 발음이 다 다르기 때문에 처음 배울때 많이 헤맨다는 것.

옥이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베트남 언어는 처음 한자에서 출발했어요. 13세기 ‘쯔놈’ 글자가 나오는데 한자의 뜻과 음을 빌려 만들었어요. 한글 창제전 이두와 비슷한 문자입니다. 이어 16~17세기에 선교사들이 로마자를 빌려서 베트남 말을 만들었는데 지금 베트남 말의 원형이 됐어요. 후에 언어학자들이 내용을 보충해서 보급했고요.”

오늘 배운 내용은 교재 중 제 3강. 제목은 ‘가이 나이 구아 아이(이것은 누구의 것입니까?)’다. 이날 모자, 신문, 펜, 책 등의 기본적인 단어들을 배우고 지문을 나누어 읽었다. 중학교 영어 수업에서 많이 해봤던 A, B로 나눠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은 것이다. 그러다가 누군가 엉뚱한 발음을 하면 교실은 한바탕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지난주 한 주 빠졌다는 도 시인이 자꾸만 “한 번 더”를 선생님에게 주문했고, 윤석위 시인은 “중국어와 60%가 비슷하니까 한문해석을 통해 발음을 유추하면 된다”며 나름의 터득방법을 설파했다. 기자도 이날 한 단어를 배웠다. 신문기자가 바로 “냐 바우”라는 것.

옥이씨에게 충북 민예총 베트남 교류사업들을 어떻게 지켜봤냐고 물어보자 “너무 좋았다”는 대답부터 들려온다. “사실 베트남에서는 예술단이 공연해도 관심있게 안봤는데 여기서 보니까 정말 뭉클해지더라고요. 진정성을 갖고 교류하고자 하는 민예총 분들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가르치고 싶은데, 제가 욕심이 많은 건지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웃음)”

그는 “처음에는 도종환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잘 하셨는데, 요즘에 상을 많이 받으셔서 그런지 주츰하신다”며 선생님으로서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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