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언론계의 대표적인 개혁인사인 김중배 문화방송사 사장이 돌연 사퇴했다. “후배에게 길을 터주고 새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퇴임의 변을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비웠다. 문화방송의 개혁과 발전에 성과를 거둔 김사장은 지난해 2월 재선임돼 임기 2년을 남겨둔 상태였다. 한편에서는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처신으로 보고 있다. 김사장은 5공정권 당시 동아일보 기자 해직 사태를 맞아 편집국장직을 던지고 항거한 전력도 있다. 떠날 때 떠날줄 아는 사람, 그의 사퇴에 대해 많은 이들은 ‘아름다운 퇴장’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사퇴배경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하는 이도 있지만 김사장의 자연연령이 69세인 점을 감안하면 ‘후배를 위한’ 그의 용퇴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선거를 앞두고 지역여론이 분분하다. 특히 이태호 회장의 재출마 여부를 놓고 자격·자질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이회장에 대한 언론보도 가운데 ‘회장이 직업’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주조회사의 지분없는 형식적(?) 대표인데다, 전에없이 상공회의소 업무추진비를 많이 쓰다보니 붙여진 별칭일 것이다. 또는 지역상공인의 봉사자로 일해야할 상공회의소 회장직이 공익적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아냥이거나.
청주상의 회장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자 시민사회단체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는 재출마가 확실한 이회장의 자격문제와 절차상 하자를 들어 선거중단을 요구했다. ‘포스트’ 이회장의 노림수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던 부회장단은 선거 불출마를 공식선언해 이회장을 압박했다. 함께 불출마하거나 자진 사퇴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회장은 묵묵부답, 선거를 위한 내 사람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진흙탕 싸움’을 거쳐 재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과연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더구나 임의단체로 탈바꿈할 상의가 지지기반이 취약한 회장단이 구성될 경우 과연 200여개 회원사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겠는가. 이번 상의회장 선거는 새로운 시대변화에 따른 청주상의의 생존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같은 진흙탕 선거를 그대로 방치해선 한다. 도지사 등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지역인사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상의회장감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있는 상공인들에게 선거참여를 권유해야 한다. 까마귀 노는 골에 가지 않겠다는 백로들을 허리춤을 잡고서라도 끌어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벗어던지고 지역 ‘경제도지사’를 뽑는 일에 제대로 나서야 한다. 그 역할을 거부할 경우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힘들 것이다. 이회장 또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영세 교육감, 변종석 청원군수 등 청주엔 유독 ‘아름다운 퇴장’에 실패한 경우가 많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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