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을 앞두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논란이 분분하다. 일명 나이스(NEIS)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전자 정부’를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서, 2001년 10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1년간 약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교육에 관한 모든 행정 정보를 전자화하는 사업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거대한 계획은 부작용을 염려하는 한 교사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작년 10월 시행이 저지되었다. 이는 모 시민단체에서 주는 ‘밑빠진 독’상을 수상하며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낙인찍혀, 6개월간 각 지역 교육청마다 연구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단점을 보완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는 3월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 ‘시스템 전면 폐기론’이 불거지면서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사단체 간의 전면전 양상마저 띄어가고 있다. 조만간 교육주체들 사이의 심층 논의를 통해 최선의 안이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차제에 이처럼 당혹스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안정적 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몇 가지 전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정부는 충분한 의사 수렴과정을 결여한 채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 사업을 도입하려 했던 비민주성과 성급함을 극복하여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적지 않은 사회적 질타를 받아왔으므로 새 정부는 전향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한편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그릇된 판단 속에 우왕좌왕하는 일부 학부모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피해만 없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무슨 정책이 입안되든 개의치 않는 이기주의는 하루 이틀에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학부모의 사회적 책무를 일깨우는 지속적인 시민 교육을 통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장성을 확보하고 있는 각 교육 단체들은 민주적인 자체 의사 수렴 구조를 확보하고 공익적 책무에 기반한 의견을 내놓아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한다.
사회 각 분야의 상이한 견해들이 우후죽순처럼 대두되는 지금, 공익적 관점을 견지하는 교육 관련 시민 단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교육 시민 단체들은 보다 많은 관련 자료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주의 주장 속에 담긴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짚어냄으로써 시민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나아가 여타 시민단체들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사회적 역량을 키워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 스스로가 학생과 학교를 위한 교육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한 가정 안에서 과연 민주적이고 사려 깊은 부모인지, 또 차분하게 당면 문제를 살피며 해결해 나아가는 성숙된 인격을 지니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날로 새로워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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