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실패인가 위기인가- 2인 긴급좌담
진보의 분화는 성공, 총체적 국가의제 불발은 잘못

노무현정권은 분명 우파 분단 때문에 좌파로 오해
폭력시위는 학습효과 사회구성원 성숙함 관건


김승환교수(충북대)와 송재봉사무처장(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은 우선 노무현정권과 진보를 동일시하는 보수 시각의 오류를 지적했다. 김교수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진보의 이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분배의 담론에 있어 우리나라에선 지금까지 분배형 리더십이 발휘된 적이 한번도 없다. 단순히 소외계층에 복지예산을 늘리고 고용을 확대한다고 해서 진보가 주창하는 분배가 아니다. 이건 가진자의 시혜(施惠)일 뿐이다. 분배는 정강정책에 의해 사회안전망을 완전하게 제도화해 이를 누려야 할 대상들이 당연한 권리로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성사된다”고 지적했다.

   
▲ 두 사람은 참여정부에서 진보의 분화는 성공적 궤적을 이뤘다고 공감하면서도 이를 하나의 아젠다로 묶지 못한 게 진보세력의 과오라면 과오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이어 “그런데 역으로 노무현정권에서 분배적 개념은 오히려 더 황폐해졌다. 양극화와 각종산업의 자본종속화 심화로 기층민중들의 삶은 전례없이 피곤해진 것이다. FTA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이를 잘 대변한다. 농민과 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절규하는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으로 이들에게 무한경쟁에 알몸으로 노출될 것을 강요한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오로지 화두는 기업유치다. 다른 것은 아예 언급조차 못하는 분위기이다. 우리는 지금 알게 모르게 자본의 무한독재 속으로 향하고 있고 이는 언젠간 엄청난 모순으로 다가올 것이다. 노무현정권은 분명 우파다. 그런데 남북분단상황 때문에 좌파로 오해받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송재봉처장은 “우리나라 정치의 비극은 항상 대통령 당선자가 지지자들로부터 먼저 이탈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무현대통령 역시 자신의 절대적인 지지층 즉 진보세력을 배신했기 때문에 지금 실패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FTA 강행과 이라크 파병이 배신의 사례다. 이를 보수언론이 진보의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라고 지적했다.

송처장은 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 과반수 이상은 여전히 진보를 지지하거나 자신이 진보라고 자처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개혁과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이런 간절한 욕구를 참여정부가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노대통령 스스로 보수와 수구에 막혀 중립적 지도자니 중도 좌파니 하며 줄곧 이념적 허구에 갇히곤 했다. 이런 와중에서 진보는 실패한 게 아니라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참여정부에서 진보가 분화적 성장엔 성공한 반면, 이를 큰 틀로 묶어 국민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분명 오류라고 냉정한 비판을 가했다. 진보의 내공을 총체적 의제로는 견인하지 못했다는 자성인 것이다.

김승환교수는 도내 대표적 진보 지식인으로 그동안 적극적인 사회운동은 물론 대중 투쟁에 발벗고 나섬으로써 항상 주목을 받아 왔다. 송재봉처장 역시 도내 운동권 출신의 1세대로 사회현상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으로 시민운동을 주도하는 등 남다른 이력을 이어 왔다.

보수쪽의 단골 공격대상인 진보단체의 폭력시위에 대해선 둘다 시기론을 폈다. 김교수는 “만약 폭력시위가 있었다면 그를 유발시킨 원인에 먼저 천착해야 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항상 진보가 불리하다. 자기주장의 정확한 이슈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는 언론에도 큰 책임이 크다.

언론이 비폭력, 조용한 시위에도 관심을 갖고 기사화한다면 굳이 과격시위를 고집하겠나. 대한민국이 소통과 교감의 성숙된 사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고 말했다.

송처장 역시 학습효과를 지적하며 같은 해석을 내렸다. 그는 “한번은 신행정수도와 관련해 과천에서 1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지만 다음날 한줄의 기사도 없더라. 평화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 때 나온 반성이 우리도 격한 행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과격시위에 대한 유혹은 보수쪽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우리사회의 전체적인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회의 각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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