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부 형제, 수녀 소환조사, 천주교계 ‘구명로비설’나돌아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충북 음성 소재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국고보조금 및 후원금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오 신부 소환 여부와 소환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이 사건의 수사를 둘러싸고 천주교계와 정치권 등에서의 전방위 ‘오신부 구명로비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한편 천주교 내부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둘러싸고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세인들의 평가와는 달리 교계 일부 인사들로부터는 ‘구악’으로 평가돼온 오 신부와 관련,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천주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전체의 개혁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자성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겉으로 분출되지는 않고 있다. 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 신부 횡령혐의 수사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등 이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검찰 수사 상황= 이번 사건을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는 검찰의 오웅진 신부의 소환 여부와 소환 시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주초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수사상황에 대해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오 신부의 소환 여부와 관련, 조만간 기자 브리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7일 오 신부의 매형인 정모씨 소환을 시작으로 오 신부의 가족들을 상대로 청원군에 땅을 매입한 경위와 자금 출처, 오씨가 송금한 돈의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또 지난 10일에는 오 신부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윤시몬 수녀를 소환 조사했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오 신부의 소환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윤 수녀를 상대로 오 신부 형제(충북 청원군 거주)들에게 보낸 10여억원의 출처와 송금 이유, 오 신부 등의 명의의 막대한 부동산 소유 배경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주에도 오 신부 가족들을 계속 소환, 보강수사를 펼친 뒤 다음주 초에 오 신부의 소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에 걸쳐 꽃동네와 오 신부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꽃동네와 오 신부의 계좌와 수표 추적 결과 유죄를 입증할만한 ‘유의미’한 단서들을 포착해 구속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이 본격수사에 착수한 지난 1월초부터 오 신부 개인비리 혐의 등에 대한 많은 제보들이 쏟아져 들어와 검찰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범죄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꽃동네의 예산규모와 소유 부동산이 워낙 방대해 제한된 수사 인력으로 이를 확인하는데만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의 인사가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어, 자칫 담당검사가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수사 공백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담당검사가 이번 인사에 포함되는지를 지켜보면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 오신부 구명 전방위 로비설= 꽃동네와 오 신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천주교계 고위지도자들을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이 나서서 ‘오신부 구명로비’를 전방위로 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의 ‘구명로비’는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어 여론의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당 인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천주교계 고위 인사들이 꽃동네 검찰수사와 관련해 엄청난 압력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꽃동네)수녀님들이 내게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계속해서) 오지 말라고 거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주교 지도자들을 비롯해 수녀·수사들까지 나서서 오 신부에 대한 구명로비를 펴고 있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인 지난해 12월에는 꽃동네 수녀·수사 240여명 명의로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로 꽃동네와 오 신부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와 법무부, 대검, 청주지검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천주교 관계자들에 이어 정치인들도 ‘구명운동’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에는 박관용 국회의장 등 가톨릭신도위원회(회장 윤영탁 한나라당 의원) 소속 여야 의원 20여명이 최근 꽃동네와 오 신부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 공동명의의 ‘호소문’을 통해 오 신부와 꽃동네의 조속한 명예회복과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도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호소문에서 “오웅진 신부와 같은 성직자가 아니라면 오늘의 꽃동네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감히 누구도 이런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수사가 진행중에 있으면서 오 신부와 꽃동네가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국민에게 알려져 금전적 후원마저 중단되고 봉사 의욕을 잃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현직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특정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검찰 수사에 대한 압력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한편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측은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외압 로비설’와 관련,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소문을 퍼뜨리는지 모르겠다.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이같은 로비의혹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 천주교 내부 분위기=오신부 문제에 대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공식입장은 현재로선 “오 신부가 기소될 때까지 입장표명 유보”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최근 상임위 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천주교 인사들은 이와 관련 극도로 언론 등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사실상 이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일부 개혁성향의 신부들을 중심으로 이번 ‘꽃동네 비리의혹’건을 계기로 천주교 뿐만 아니라 그간 성역으로 여겨져온 종교계 전반에 걸쳐 실천적인 정화운동이 시작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부는 “아직까지도 이 사안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한 우리들이 부끄럽다. 하지만 일부 신부님들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있고, 또 깊이 고뇌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 사건이 불거진 뒤 `꽃동네 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했던 천주교 청주교구(교구장 장봉훈 주교)의 한 관계자는 “대책위가 활동중이지만 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면서 “대책위에서 나름대로 조사가 끝나면 그 때 공식적인 주장을 언론에 발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98년 국정감사는 왜 불발로 끝났나
당시 보건복지위 의원 증언, “외압전화 수없이 받았다”

‘꽃동네’의 의혹들을 해소하려던 98년 국정감사가 흐지부지 짧게 끝나면서, 꽃동네의 의혹과 문제점을 최초로 기록한 한 의원 보좌관의 ‘보고서’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 여기에는 꽃동네를 비호하려는 중앙 정계, 종교계 인사들의 힘과 압력이 무엇보다 컸다. 결국 이들은 꽃동네의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98년 국감에서마저 이 모든 의혹을 덮게 만들었고, 지금처럼 문제가 커지게 만들었다.
당시 의욕적으로 국감을 준비했던 보건복지위 한 의원은 꽃동네에 수도 없이 자료요청을 했지만 모두 묵살당했고, 심지어 복지부 고위 공무원마저 꽃동네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또 오 신부가 ‘삭감된 예산을 되살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한 뒤, 국감 직전까지 엄청난 외압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 지난 98년 꽃동네가 국정감사를 받았는데, 당시 문제는 무엇이었나.
“대략 문제는 두 가지였다. 우선 꽃동네가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나 규모가 비대해져서 제대로 된 사회복지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사회복지시설이라는 것은 소규모로 몇 명씩 모여 평안한 생활을 보내야 하는게 맞는 것이다. 그런데 한 군데 시설에다 3000명씩 집어넣고 매일 일어나서 똑같은 사람 얼굴보고, 그 안에서 살다가 죽는 것은 올바로 된 사회복지시설의 개념이 아니다.”
- 국정감사를 하게 된 동기는.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해 왔다. 문제는 지난 시절 꽃동네가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감사하라고 계속 난리를 쳤다. 아무리 종교재단이고 오웅진이 신부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꽃동네만 감사를 못하느냐고 복지부장관을 다그쳤다. 그래도 효과가 없어서 ‘아무리 신부님이지만 할 일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오웅진 신부를 증인으로 불렀다.”
- 한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 꽃동네에 공식적인 자료 요청을 해 봤나.
“수도 없이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할 때마다 복지부장관에게 꽃동네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그러면 장관은 ‘예, 제출하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돌아서면 감감 무소식이다. 복지부에 수도 없이 난리를 쳤지만 자료 하나 받지 못했다. 물론, 복지부장관은 내가 그렇게 난리를 치니까 아래에 지시는 했을 것이다. 복지부 심의관이나 과장들이 꽃동네로 직접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 그렇다면 꽃동네의 공식 자료는 보건복지부도 없다는 말인가.
“내가 그 때 그렇게 난리를 쳤으니 혹시 꽃동네측에서 ‘복지부 제출용’으로 회계자료나 뭐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못 믿겠으면 복지부에 지금이라도 지난 5년간 꽃동네 회계감사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봐라. 절대 안 나온다. 복지부에서도 감사를 나가지만, 공무원들 내려가서 하는 일이 꽃동네에서 불러주는대로 써서 가지고 올라오는 형편이다.”
- 꽃동네의 배후에 정치권의 실력자들이 막강해서 그런 것 아닌가.
“지난 96년 이듬해에 쓰일 예산 심의 당시 꽃동네측이 거창꽃동네 착공을 위해 약 37억원의 돈을 지원해 달라는 예산안을 올렸다. 그러나 꽃동네 시설이 너무 커지는 것은 현대 사회복지개념에 맞지 않기 때문에 보건복지위 예결산소위에서 그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그런데, 분명 해당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국회 예결산특별위에 가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통상 해당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은 그대로 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사업에 비해 국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줄인 예산을 예결산특별위에서 살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러나, 꽃동네 관련 예산은 분명 삭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살아난 것이다. 그때 오 신부의 로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꽃동네 관련해 저 위에서 그만두라는 압력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
- ‘저 위’라면 어디를 말하나.
“많았다. 당시 내가 속해 있던 당 뿐 아니라 3선 의원, 4선 의원들이 수도 없이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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