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사에게 말도 없이 흥덕사복원추진위 임원 맡겨 ‘물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단순한 사찰 복원 반대 입장

흥덕사 복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청주시에서는 흥덕사 복원에 대해 용역기관을 공모한 결과 청주대 산업과학연구소(소장 장태현) 1곳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 17일 이 연구소에 대해 용역수행능력 평가를 위한 평가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연구소측 관계자는 흥덕사라는 사찰 복원에 의미를 둔 반면 이종배 부시장과 강태재 청주문화사랑모임 대표,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사찰보다는 직지와 관련된 것을 복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후문이다.

“사찰보다는 공방 복원하라”

강태재 대표의 말이다. “용역을 맡은 곳에서는 발굴조사가 끝난 흥덕사의 중문, 강당, 회랑 등을 복원하고 그밖의 시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흥덕사를 찾는 이유는 직지를 인쇄한 곳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공방이나 인쇄소, 주자소 등을 복원해야 한다. 단순히 사찰만 복원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순위를 정한다면 사찰보다는 공방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강 대표는 용역을 청주대에서 하되 이런 내용을 마스터플랜에 넣을 것을 주문했다며 “공간이 좁아 우선 당장 공방이나 인쇄소, 주자소 등을 만들지 못한다면 인공폭포 쪽이나 문화 류씨 종중 산, 고인쇄박물관 광장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뜻있는 시민들은 흥덕사를 복원하는 이유가 직지를 만들어 낸 곳임을 알리고, 이 곳을 관람객들이 직접 역사문화 체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사찰만 복원했을 때는 시민들에게 직지와 관련된 것을 아무 것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문제는 공간이 좁다는 것이다. 흥덕사는 중심축 선상으로 중문, 금당, 강당이 있고 좌우에 동·서 회랑이 둘러싸고 있다. 따라서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이 날 평가위원들은 연구소 관계자들뿐 아니라 직지전문가를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청주시에서도 이를 받아들인다고 했다는 게 강대표 말이다.

“이름 빼달라” 반발
흥덕사 복원의 진원지는 청주시민회 내 직지찾기운동본부 임원이었던 김현문 청주시의원을 비롯한 몇 몇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윤경식 의원이 행자부로부터 특별교부세 5억원을 확보한 것도 김의원의 주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의원 등은 지난 14일 고인쇄박물관에서 (가칭) 흥덕사복원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고 “직지를 인쇄했던 흥덕사를 복원하여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물질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까지도 계승 발전시켜 자긍심을 느끼며 삶을 영위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흥덕사 복원은 우리 후손들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사업계획으로 회원총회, 서명운동, 학술세미나·시민 대토론회·직지의 날 기념 축제한마당 개최 등을 들었다.
그리고 이 날 이상훈 충북지역개발회장을 상임위원장, 곽동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김명자 충북여성단체협의회장·김효동 한국유네스코 충북협회장·박종호 충북정론회장·이재희 한국여성의 전화 연합 대표 등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 인사들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임원을 맡겼다며 이름을 빼줄 것을 요구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모씨는 “김현문 의원이 곽동철 대표에게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해 그런줄 알고 들어갔으나 시민단체와 이쪽은 전혀 별개다. 그래서 곽 대표도 회의에 전혀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상훈 회장도 아무 말 없이 상임위원장을 맡겨 그만 둔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재희 대표도 “김현문 의원이 발기인대회에 오라고 해서 한 번 간 것 밖에는 없는데 공동위원장 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내 의견을 묻지 않은 상태로 임원이 돼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고 해 김의원이 무리하게 지역인사들을 끌어들였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모씨는 “이 쪽에서 흥덕사 복원을 먼저 선점하려고 서둘러 창립총회를 연 것 같다. 과거 직지찾기운동본부와 사단법인 직지와 문화 일을 하면서 시민단체 쪽과 의견이 엇갈려 쌓인 감정이 있는데 이번에도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 안타깝다. 흥덕사 복원이 이렇게 가다가는 될 일도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재청 허가 ‘난관’

실제 현재 흥덕사 복원에 대한 각계의 움직임을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청주시와 시민사회단체, 김의원을 포함한 불교계 등이 서로 주도권을 갖고 추진하려고 한다는 것이 그 것이다. 석좌행 스님(청주·청원 불교사업연합회 사무국장)은 “세 군데가 동상이몽이고 서로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청주시는 돈도 없고 아무 것도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원을 한다고 하는데 실제는 할 마음이 없다. 이들을 조율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의 세 싸움 때문에 오히려 직지가 후퇴한다는 점이다”며 “현재의 자리로는 요사채 지을 공간도 없다. 회랑과 강당 들어갈 자리 밖에 없어 문화관광부에서는 흥덕사 복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관광부는 청주대박물관이 절터와 ‘서원부흥덕사(西原府興德寺)’라고 새겨진 청동금구를 발굴, 이 절터가 직지를 인쇄한 흥덕사지로 판명되자 86년 흥덕사지 1만711평을 사적지로 지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흥덕사를 복원하려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사적지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나무 한 그루 옮길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일부에서는 흥덕사에 대한 고증자료가 부족해 설계도 없이 집을 지어야 하는데 과연 문화재청에서 허가를 해주겠느냐고 비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문화예술계 인사들 중 직지에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심으로 곧 ‘직지포럼’이 발족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여기에서 흥덕사복원에 대해 의견을 모은다는 구상이다. (사)직지와 문화가 창립도 하지 못한 채 깨져 이번에는 작은 규모로 알찬 논의의 틀을 만든다는 것. 문화예술계 인사 모씨는 “흥덕사 복원은 어느 한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원점에서 논의해 힘을 합할 필요가 있다. 직지와 흥덕사가 개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전제하고 “민간인들이 흥덕사복원추진위를 구성할 수는 있지만 일부 몇 사람이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앞장서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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