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취업난 미끼로 급여도 멋대로, 계약도 멋대로

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아 공영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는 일부 사업자들이 장애인 고용 촉진 제도를 교묘히 악용해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제천시가 민간에 임대해 위탁 운영 중인 노상 공영주차장 중 일부가 장애인 고용을 통해 부당하게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제천시는 관내의 주요 교차로마다 방위별로 네 곳씩 설치돼 있는 노상 주차장 16개소의 운영권을 민간 입찰 방식으로 2년 동안 위탁해 2006년 말 현재 13개의 업체가 주차장 수탁 사업자로 영업 중이다.

이 중 상당수의 사업자들은 주차장 관리인들을 장애인으로 우선 채용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고용장려금’이란 장애인 노동자의 직업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고용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 사업주에게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로서, 사업장별로 장애인 의무고용(2%) 초과 인원마다 각각 수십만 원씩의 장려금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민간 위탁 주차장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지불하는 급여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 60만 원선.

2007년 최저 임금이 주 당 44시간 근무 기준으로 78만 6480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일 11시간씩 주차 관리원으로 근무 중인 장애인 주차 관리원들의 급여가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일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보다도 18만 6480원이나 낮게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국고에서 지원되는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제하고 나면 실제 고용 사업주들이 자비로 부담하는 급여액은 1인 당 평균 30~50만 원 선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돼 일부 주차장 위탁 운영권자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장애인들은 별로 문제될 게 없다며 되레 사업주들을 두둔하는 눈치다.

제천 A로타리 주차장에서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한 장애인 노동자는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을 월등히 능가할 만큼의 특출난 재능과 기술을 갖추지 못하는 한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는데, 그나마 노상주차장 관리원으로라도 채용돼 매달 60만 원씩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며 “월급이 적든 많든 직장을 갖게 된 것 자체가 고맙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애인은 자신의 근무지와 인접한 B로터리의 충격적인 장애인 고용 실태를 넌지시 전해주면서 “보도를 하려면 그곳 장애인들의 실태를 취재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확인 결과 B로터리를 비롯한 몇몇 위탁 사업자들은 주차 수요에 따라 주차장을 등급으로 나누어 매일 일정액의 돈을 장애인들에게 거두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비교적 주차 수요가 많은 B로터리의 동북쪽 주차공간은 하루 기준 7만 원, 주차장이 한산한 서남쪽 주차공간은 4만 5000원을 각각 장애인 주차 관리원에게 사납금으로 거두어들이는 방식으로서, 사업주들은 그날의 영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매일 일정액의 수익금을 확보하는 최상의 셈법이다.
반면, 장애인 주차관리원들은 약정한 사납금보다 입금이 덜 되는 경우에는 부족한 만큼을 사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월급제보다 위험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루 사납금이 4만 5000원인 B로터리 주차관리원 K씨는 주차장 일을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인 경우다. 거의 매일 주차료 수입이 사납금을 크게 밑도는 바람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지난 신정에는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았지만, 주차요금으로 징수한 금액은 고작 1만 2000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날 하루에만 3만 3000원을 고스란히 사업주에게 빚지게 됐다. 이따금 수익을 남기는 날도 있지만, 요즘 들어서는 사납금을 채우기도 빠듯하다는 게 K씨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이를 지도·감독해야 하는 제천시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천시 관계자는 “시로부터 위탁받은 주차장 영업권을 장애인들에게 재임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행정 처분의 대상”이라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 뒤 급여나 운영 등에서 문제가 적발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