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등록 윤리시험서…
150명중 50여명이 답안지 베껴

변호사 윤리시험에서 집단 커닝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정재헌)는 13일 현재 변호사 윤리 답안지를 제출한 150명의 1/3인 50여명이 답안지를 베꼈다고 밝혔다. 이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은 32기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전직 판·검사들이다.
변협은 최근 변호사간 수임경쟁 격화 등으로 변호사들의 윤리의식이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지난달 20일부터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등록할 때 윤리시험을 보도록 의무화했다. 이 시험 문항은 총 10개이며 100백 만점에 40점을 합격 선으로 정했다.
시험은 응시자들이 변협에서 문제지를 받은 뒤 법전을 참고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오픈 북’방식으로 진행되며, 각자 작성한 답안지를 변호사 등록할 때 같이 제출하도록 돼 있다.
시험문제는 판사 재직 시절 맡았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이후 수임해도 되는지 등 변호사로서의 윤리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논술 식으로 돼 있어 답안이 같게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토씨하나 남김없이
나의 답안 베끼기도

변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씨까지 똑같이 베껴서 제출하거나, 아예 타인의 답안지를 이 메일로 받아 출력본으로 제출한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몇 사람이 쓴 답안지를 집단적으로 베껴 썼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변협은 오는 17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창우 대한 변협공보이사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이라 한 짓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상임이사회에서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결정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재시험 외에 별다른 제재수단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하 공보이사는 “재시험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윤리시험 자체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장제일 간사는 “대상자 개개인의 잘못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변호사윤리시험이 확정될 때부터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다”며 “보다 실질적으로 변호사 윤리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생 부정행위는 벌금형 받기도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중견 변호사는 “얼마 전 사이버대학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이 벌금형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며 “윤리시험 정도의 수준이 아니고 선발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혀를 찼다.
한편 지난해 9월 서울지검은 사이버대학이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한 시험에서 서아무개씨 등 7명의 부정행위를 적발,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1백만 원에서 150만원까지 약식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시험감독자가 없는 시험이라는 점을 이용, 한 PC방에 모여 서로 상의해가면서 시험을 치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다음은 시험문항 중 일부

1. A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형사부 재판장을 마지막으로 법관생활을 마치고 최근 변호사개업을 한 변호사이다. 그런데, 의뢰인 B가 A변호사를 찾아와 A변호사가 형사부 재판장으로 재직시 구속기간연장결정만 하고 본안심리를 하지 아니한 사건을 A변호사에게 의뢰하려고 하였다. A변호사는 의뢰인 B로부터 위 형사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가.
2. A지방변호사회 소속 B변호사는 A시에 단독으로 개업하다가 서울의 유명로펌인 C법무법인의 구성원이 되었고, C법무법인은 A시의 분사무소를 B변호사의 종전사무소가 있는 곳에 설치하였다. 그런데 B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소가 위치한 건물의 외부에 C법무법인의 간판을 설치하면서 주사무소에 근무하는 변호사 D, E, F, G를 자신과 함께 표시하려고 한다. B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소가 위치한 건물의 외부에 설치하려는 C법무법인의 간판을 어떤 방식으로 표시하여야 하는가.
3. A법무법인은 ‘B가 C앞으로 금 1억원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으로 된 B명의 보증서를 인증받은 후, 보급서상 권리자인 C로부터 위 보증서를 근거로 B를 상대로 보증채무를 지급받아달라는 사건을 수임하여 B를 상대로 보증채무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소송에서 A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 D가 사건을 담당하여 수행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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