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폭→북 응전→동북아 불바다 최악의 시나리오
핵무장도 막고 전쟁도 막게 한국 중재능력 키워야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전력 증강을 추진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모든 선택이 가능하다”며 군사 행동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역시 “선제 공격할 수 있는 권리는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전력 증강 및 군사 행동 암시, 이에 맞선 북한의 핵 시위 및 군사적 준비태세의 강화는 한반도 정세를 전쟁 가능성까지 포함해서 더욱 예측불허로 만들고 있다.

전쟁시 미증유 핵참사 불가피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북한 군사행동에 대한 미국의 고민(?) 및 향후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부시 행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대이라크 전쟁과 대북한 전쟁을 동시에 벌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큰 변수’가 없는 한,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현상을 유지·관리하면서 이라크 침공을 우선적으로 단행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이다. 여기서 큰 변수란 대이라크 전쟁을 강행할 명분과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반면에, 북한의 재처리 강행 등 북한에 대한 긴급 행동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대북한 군사 행동이 대이라크 전쟁보다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고, 그 피해도 훨씬 클 것이며, 군사적으로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총구를 돌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구나 이라크 침공은 ‘석유’라는 확실한 이권이 있지만, 대북한 전쟁에는 군수산업체 호황 외에 이렇다할 이권이 없다는 점도 부시 행정부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로서는 한반도에서는 가급적 현상태를 유지하면서, 이라크 전쟁에 몰두하고,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한을 본격적으로 상대하고 싶어하고 있다. 그러나 대이라크 전쟁 이후 총구가 자신에게 향할 것이라고 불안해하고 있는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의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북한이 가만히 있어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미국이 협상테이블로 나와 불가침 조약을 체결해주기를 희망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사용후 연료봉의 재처리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북한은 미국이 빨리 협상테이블로 나오던지, 아니면 북한의 핵무장을 감수하던지 양자택일하라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고,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시위가 높아질수록 총구를 돌리고자 하는 유혹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복잡하고도 위험한 게임의 본질이다.
두 번째는 북한의 핵시설을 정확히, 또한 방사능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파괴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영변 핵시설의 경우, 지상에 노출되어 있고 이미 위치 파악까지 마친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대상이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의 경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전역을 공습하지 않는 한 완전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영변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방사능 오염이 북한은 물론 남한, 중국, 일본, 러시아로까지 확대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가동한 상태에서 폭격이 이뤄지면, 체르노빌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방사능 유출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핵문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방사능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밀 타격 방법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그 위험성은 여전히 상존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하면, 북한이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에 있어서 ‘최후의 변수’와도 같은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이 대응공격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나오고 있다. 즉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제한적인 공격을 받더라도 보복공격에 나서면 파멸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엄포만 놓고 보복공격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강력한 항전 의지를 밝히는 것만이 전쟁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미국에 대한 마땅한 보복 수단이 없다. 미국의 북폭에 대응해 남한의 주한미군을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정확도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남한 영토를 공격한 셈이 되기 때문에 한미동맹과의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 위험 부담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노동 미사일을 이용해 오키나와의 주일미군을 공격하기도 쉽지 않다. 일본은 이미 북한이 일본을 미사일 공격할 확실한 징후가 보이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놓고 있고, 실제로 일본을 공격할 경우 북한은 미일동맹과의 전쟁을 감수해야 한다. 가장 가능성 높은 전쟁 시나리오는 북한 대 한미-미일 동맹과의 전쟁이 될 것이다.
어떠한 형태의 전쟁이 되었든, 상대방에 대한 큰 피해를 입힐 수는 있으나, 북한은 괴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대응공격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정부로서는 폭격을 당하더라도 보복공격에 나서야 할지를 그야말로 ‘생사’를 걸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대응공격에 나설 확률이 낮다고 보고 북폭을 감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반도 운명을 건 도박과도 같은 것이다. 북한의 대응공격 여부는 미국의 판단에 달린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결정에 달린 것이고, 적어도 이성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북한의 대응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게는 북폭이 ‘정치의 수단’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정치의 실패이자 민족공동체의 운명을 건 도박이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시 행정부의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북한의 대응공격 가능성을 낮게 보고 북폭을 단행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무력 사용이라는 ‘딴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군당국의 단호한 입장이 무엇보다도

‘부시 오판’ 방지 최선 필요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무력 사용 배제’라는 마지노선이 흔들리면, 그것은 부시 행정부의 ‘오판’을 불러올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작년 한미 연례안보회의(SCM)와 합참회의(MCM)에서 작전계획 5027 ‘개악’을 통해, 미국의 북폭을 상정한 한반도 전쟁 계획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군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군의 근본 임무는 ‘전쟁 억제’이지, 미국의 북한과의 전쟁에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군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를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땅에서조차도 전쟁과 평화의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겠지만, 이는 전시 작전권 환수를 비롯한 동맹관계 전체를 재조정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위적인 요구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인정하기 고통스럽겠지만, 지금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은 전쟁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무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쟁’ 아니면 ‘협상’ 두 가지로 모아지기 마련이다. 국민들의 강력한 반전(反戰) 의지를 바탕으로 정부가 미국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서 북한에 먼저 무력 사용을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을 부시 행정부에게 주지시킬 때, 미국이 전쟁이 아닌 협상을 택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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