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토플러는 ‘제3의 물결’ 저서에서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일시되는 내일의 경제가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앨빈토플러의 이러한 언급은 ‘프로슈머(Prosumer)’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는데 21세기를 맞는 요즘 이같은 개념이 실제로 새로운 마케팅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는 게임, TV드라마, 소프트 웨어, 다단계판매업, 대학교육에 도입되면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대량생산된 제품만을 일방적으로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제3의 물결’속에서 어떻게 제품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지 알아보았다.
현재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위치를 확실히 지키고 있는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대표적인 ‘프로슈머’의 작품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미래인류 테란족과 프로토스와 저그라는 두 외계종족간의 싸움을 배경스토리로 갖고 있다. 때문에 어느 한 종족도 특별히 강하거나 약하게 되면 게이머들이 흥미를 잃기 쉽다. 때문에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사는 베타테스트의 과정을 거쳐 게임을 완성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세 종족간의 전력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베타 서비스 시절 수십만번의 게임결과를 토대로 종족간의 유불리를 없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지금도 계속되는 패치작업으로 종족간 우열을 없애고 있다. 현재는 테란족이 비교적 강하다고 회자되고 있지만 ‘PC방 리그’의 동네게이머들에겐 별 차이가 없다. 스타크래프트 말고도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각종 온라인게임의 경우도 베타테스터의 모집없이 바로 유료서비스에 들어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베타서비스를 실시하는 회사측에서는 서버관리등 하드웨어적 문제와 소프트웨어의 버그 및 게임진행속도등을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베타테스터들의 홍보로 게임시장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베타테스터의 입장에서도 공짜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더러 ‘게임지존’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 마다할 까닭이 없다.
국내외 IT업체들도 프로슈머의 개념을 제품개발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오라클, HP, 한글과 컴퓨터, 나모인터랙티브등도 모니터요원과 베타테스터들을 두어 제품개발에 소비자 의견을 적극반영하고 있다. 한글과 컴퓨터의 경우 ‘아래아 한글을 사랑하는 동호회원’을 대상으로 베타버전을 배포, 제기되는 문제점을 찾아 다시 제품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성향의 제품을 발표했으며 출판사관계자·교수 등의 베타테스터를 구성,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까지 취했다.
TV드라마도 마찬가치다. 일방적으로 작가의 손끝에 주인공이 죽고 사는 시절은 지났다. 시청자들의 의견때문에 죽어야 할 주인공이 살고, 해어져야할 연인이 다시 만나는 경우는 허다하다. TV드라마가 시청자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프로슈머의 개념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된 분야는 네트웍마케팅 분야다. 소비의 일부가 매출로 잡히고 매출의 얼마가 회원의 수입으로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소비는 곧 생산을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이러한 프로슈머를 더 자세하게 나눠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와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 디슈머(Disumer)로 부르기도 하며 말 그대로 ‘소비하는 유통업자’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수능력평가제는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스스로 강의의 질을 평가하고 개선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면에서 학생들은 당연히 프로슈머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현재의 추세이기도 하다.

공짜만 좋아하는 건달인가
현명한 소비자인가

요즘 맞벌이 부부들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있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다. 유료온라인 서비스의 경우 아이들의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베타서비스 게임의 경우 하루종일 빠져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베타서비스를 중단하고 유료서비스로 전환하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시달리기 일쑤다.
다단계 판매업의 경우, 회원들입장에서 소비가 곧 수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그동안 사용해 오던 제품을 계속사용할 리 만무하다. 이것은 곧 다단계 판매업체의 고정고객확보로 이어지는 것이며, 회원들의 브랜드 선택권 포기로 이어진다. 만약 제품이 좋아 브렌드체인지가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현재까지 이러한 이유로 다단계업체로의 회원등록은 경계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게임 베타서비스는 안정된 서버구축과 소비자선호 상품개발에 이용되고 있으며 스타크래프트같은 대작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다단계판매업체의 억대 연봉 회원 등장도 엄연한 사실이어서 언젠가 ‘현명한 소비자’로 인정해야 될지도 모른다.

청주와 프로슈머의 등장

인터넷이 곧 프로슈머 등장의 인프라라 해도 지나칠게 없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누구나 다 정보생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정보고속도로를 가진 우리나라, 또한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청주의 초고속전산망은, 앞으로 프로슈머의 등장을 앞당길 것이다. 또한 2005년 완공예정인 문화산업단지의 입주업체들과 청주 네티즌과의 교류는 프로슈머 업체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며 ‘제2의 스타크래프트’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산업지도를 바꾸겠다는 대망을 갖고 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청주시는 프로슈머 사회를 염두에 두고 사업진행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 되든 되지 않든 미래는 컴퓨터 안에 무한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곽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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