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바람에 고단한 삶 파묻힌 한 해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도지사를 비롯해 청주, 충주, 제천, 청원, 단양 5곳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다. 열린우리당은 이용희 의원의 텃밭인 남부 3군에서 강세를 보여 보은, 옥천, 영동과 진천에서 승리했다. 이밖에 음성, 증평, 괴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중부권 벨트를 형성했다. 이밖에 광역·기초의원은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 낙승을 거뒀으나 단체장 분포는 여야와 무소속간에 5:4:3의 황금분할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분할구도는 취임직후 충북시장군수협의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측은 유명호 증평군수를 밀었으나 남상우 청주시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2번째 회의에서 투표직전까지 갔으나 유 군수가 후보사퇴하면서 남 시장이 1년 임기의 협의회장으로 선임됐다.
한편 지자체장의 대폭 물갈이로 인해 전임자의 특수시책이 중단 또는 변경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우택 지사는 오송 국제바이오하이테크박람회 추진 일정을 변경하고 밀레니엄타운 조성 사업 재검토에 착수했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직지사업 예산 투자에 제동을 거는 한편 이러닝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김재욱 청원군수는 청원생명쌀 유채꽃축제를 접었고 황포돛배를 오창 호수공원으로 이전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낙승으로 지난 총선에서 배출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9명(비례대표 1명 포함)과의 정관(政官) 협조체계에 불안감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8월말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를 위한 도내 국회의원 간담회에 도청 국장급 인사가 참석해 핀잔을 받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 지사가 해외출장 중이면 부지사라도 참석해 정부예산 확보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올해 충북도 국비확보 실적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 정관계의 공조체제를 확인했고 하이닉스 제2공장 유치 등 주요현안에 대한 공동대응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전임자와 비교해 정 지사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아쉬움과 함께 국회, 정부부처에 대한 ‘최고 관리자급의 적극적 로비활동’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행정고시를 거쳐 재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정우택 지사는 5·31 지방선거전에서 경제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또한 취임 일성으로 ‘경제특별도’ 건설을 공언했고 기업인 출신인 노화욱 정무부지사를 전격 임명했다. 정 지사 취임당시 충북도는 하이닉스반도체와 2가지 현안문제가 얽혀 있었다. 하청노조 노사분규와 낸드플래시 제2공장 증설로 인한 공장유치 건이었다.
노 정무부지사의 발탁은 이같은 현안문제를 해결할 ‘지렛대’로 삼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하청노조 문제는 한치도 변한 것이 없고 공장유치는 회사측이 반대가 정부방침을 무색케 할 정도로 완강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이닉스 제2공장 유치의 주력이 충북도에서 청주시로 옮겨간 상황이다. 지난 14일 정부합동실사단의 청주방문에서도 시청팀이 안내를 맡아 청주공단 (주)삼익 부지의 적합성을 강조하는등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하이닉스 반도체 수도권 공장 증설 허용여부에 대한 결정은 해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강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천 공장 증설은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동양강철 자회사인 현대알루미늄의 옥천 공단조성 투자양해각서(MOU) 체결도 관심을 모았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8315억원을 투자해 옥천군 청산면 효목리 일원 33만㎡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수도권 등에 있는 공장을 이전하고 공장이 완공되면 추가로 66만㎡를 개발해 20여개 협력업체도 이전키로 했다. 여기에 골프장과 수상레저시설 등 위락시설도 함께 개발한다는 단서가 붙어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건축·단열분야 내장재를 생산하는 영보화학(주)이 대전과 안성공장 및 13개 협력업체를 청원군 강내면 태성리로 이전키로 MOU를 체결했다. 충북도의 공식적인 기업유치 1호인 셈이다. 또한 충주기업도시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엠코를 참여시켜 자동차 부품클러스터를 구상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였다. 이밖에 내년초 결정될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오송 유치여부도 지역 경제기반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대단위 국책사업으로 평가된다.
올해는 충북 교육계에 유난히 불미스런 사건이 많았다. 모국회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청주를 교육도시로 알았는데 교육사건 도시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5월 진천 모초등학교 급식 담당 영양사가 잔반을 섞은 음식을 학생에게 억지로 먹이고 이를 거부하는 학생을 체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학교의 급식잔반 사건의 배경은 공모제로 임용된 학교장과 교직원들간의 대립구도에서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과 관계를 중시하는 공모 교장과 학교장의 운영방식을 거부하는 교직원간의 갈등이 원인으로 부각됐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청주 모초교의 ‘무릎꿇은 여교사 사건’도 발단은 학교급식에서 비롯됐다. 2학년 학부모들이 3교대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채근하고 늦게 먹는 아이들을 체벌한 여교사에게 항의하고 나섰다. 문제는 학교장실에서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여교사의 모습이 그대로 촬영돼 방송뉴스로 방영된 것.
결국 ‘교권침해 사건’으로 부각돼 전교조, 교총이 한 목소리로 비난성명을 발표했고 청주시교육청이 학부모 2명을 고발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결국 수사기관에서는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8월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3교대로 운용되는 학교급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이같은 학부모-교사간 갈등을 일으킨 원인이었다. 지난 9월에는 제천 모초교 교사의 여학생 성추행사건도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해당 교사는 사직서를 내고 잠적했으나 학부모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사표수리를 반대하고 파면조치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경찰 고발도 검토했으나 피해 학생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법적절차는 밟지 않았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단체협상 과정에 교육감 참석문제로 50일간 도교육청 정문앞 천막농성을 벌였다. 결국 이기용 교육감이 본교섭 참석을 약속하면서 천막농성은 끝났지만 교육감의 대처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줬다. 이 교육감은 전임자들과 달리 사업을 일일이 챙기기보다 부서별로 일임하면서 조직관리에 사각이 생기고 있다는 것. 특히 내년 교육감 직선제를 앞두고 친정체제를 강화한 인사 가능성이 예고돼 교육계가 긴장하고 있다. / 특집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