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바람에 고단한 삶 파묻힌 한 해

① 한미FTA·하이닉스 분규, 농민·노동자 속울음 울다 정부의 한미FTA 강행으로 지역 농민, 노동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고달픈 한해를 보냈다. 비정규직 노사분규의 대명사가 된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 복직투쟁은 이제 3년째를 맞고 있다. 1년이 넘는 회사앞 천막농성에 이어 본사 점거농성, 도청 옥상농성, 송전탑 고공농성 등 여론의 무관심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은 3년전과 똑같은 상황이다. 회사측은 하청노조는 교섭대상자가 아니라며 고용문제를 외면하고 있고 충북도는 하이닉스 제2공장 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점거농성 과정에서 이미 10명의 조합원이 구속됐고 수십명이 집시법위반 벌금형의 전과자가 됐다. 조합원들은 1억3천여만원의 벌금과 4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당사자가 됐다. 하지만 100여명의 조합원들은 지난 21일 박근혜 전 대표의 도청 방문에 맞춰 피켓시위를 벌이는등 복직투쟁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한편 민관이 참여한 범도민중재위는 1년여간 하이닉스측의 고용문제 ‘절대불갗 방침만 확인했을 뿐 지난 10월이후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사측은 개인당 1500~2000만원의 위로금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현재 회사측과 하청노조가 간접대화 방식의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역시 고용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노동부의 일부 불법 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사법부가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면 원직복직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청노조와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신속한 사법처리에도 불구하고 사측에 대한 수사는 1년이 넘도록 지연되고 있다. 지난 10월 청주 한미FTA 반대집회로 인해 도민대책위 지도부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돼 20여일간 복대성당 천막농성을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충북도와 경찰은 집회 당시 훼손된 도청 정문, 철책과 경찰버스에 대한 수리비 1014만원에 대해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민형사상 압력을 받은 한미FTA저지 충북도민운동본부 지도부 3명은 경찰에 자진출두했고 청주지법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과 마찬가지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기각 사유는 ‘범죄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 도주우려가 없다’는 것이지만 한미FTA에 대한 국민의식이 재판부에 투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② 민선4기 출범, 국회의원·단체장 불안한 동거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도지사를 비롯해 청주, 충주, 제천, 청원, 단양 5곳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다. 열린우리당은 이용희 의원의 텃밭인 남부 3군에서 강세를 보여 보은, 옥천, 영동과 진천에서 승리했다. 이밖에 음성, 증평, 괴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중부권 벨트를 형성했다. 이밖에 광역·기초의원은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 낙승을 거뒀으나 단체장 분포는 여야와 무소속간에 5:4:3의 황금분할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분할구도는 취임직후 충북시장군수협의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측은 유명호 증평군수를 밀었으나 남상우 청주시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2번째 회의에서 투표직전까지 갔으나 유 군수가 후보사퇴하면서 남 시장이 1년 임기의 협의회장으로 선임됐다.

한편 지자체장의 대폭 물갈이로 인해 전임자의 특수시책이 중단 또는 변경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우택 지사는 오송 국제바이오하이테크박람회 추진 일정을 변경하고 밀레니엄타운 조성 사업 재검토에 착수했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직지사업 예산 투자에 제동을 거는 한편 이러닝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김재욱 청원군수는 청원생명쌀 유채꽃축제를 접었고 황포돛배를 오창 호수공원으로 이전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낙승으로 지난 총선에서 배출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9명(비례대표 1명 포함)과의 정관(政官) 협조체계에 불안감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8월말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를 위한 도내 국회의원 간담회에 도청 국장급 인사가 참석해 핀잔을 받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 지사가 해외출장 중이면 부지사라도 참석해 정부예산 확보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올해 충북도 국비확보 실적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 정관계의 공조체제를 확인했고 하이닉스 제2공장 유치 등 주요현안에 대한 공동대응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전임자와 비교해 정 지사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아쉬움과 함께 국회, 정부부처에 대한 ‘최고 관리자급의 적극적 로비활동’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③ 한창희 전 충주시장, 부당한 관행은 유죄 2006년 도내에서는 한창희 전 시장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과거 관행처럼 여겨졌던 출입기자단 촌지제공이 문제가 돼 충주시장 재선 2개월만에 낙마하고 말았다. 충주시 출입기자단 촌지사건은 지난해 9월 보도로 불거졌다. 시청 출입기자들이 추석떡값으로 15만원씩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였고 충주시선관위는 한 전 시장과 공보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 전 시장은 ‘자신이 지시한 적 없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으나 지난 9월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한 벌금 150만원을 그대로 확정했다. 결국 5·31 지방선거에서 낙승한 한 전 시장은 취임 2개월여만에 면직되고 말았다. 하지만 면직은 한 전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출입기자들에게 추석떡값을 전달한 전 공보관 S씨도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공직을 떠나야했다. 또한 전 기획감사과장과 의회계장, 담당직원 등 3명은 추석 명절때 시의원 24명에게 갈비세트를 전달한 혐의로 1, 2심에서 각각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선 경우처럼 상고기각될 경우 3명의 공직자가 또 옷을 벗어야할 상황이다. 한편 한 전 시장은 10·15 충주시장 재선거에 부인 이영란씨를 출마시켜 지역 정치권의 논란거리가 됐다. 소속 한나라당의 눈총을 무릎쓰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이씨는 24% 득표에 그쳐 오히려 정치적 손실이 컸다는 분석이다. 결국 10·15 재선거는 한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법적 심판과 함께 여론의 심판도 종지부를 찍게 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혼자 책임질 수도 있었던 일을 부하 공직자 4명과 많은 지지자들까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안겨준 셈이다.
④ 경제특별도, 하이닉스 공장유치 첫 시험대

행정고시를 거쳐 재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정우택 지사는 5·31 지방선거전에서 경제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또한 취임 일성으로 ‘경제특별도’ 건설을 공언했고 기업인 출신인 노화욱 정무부지사를 전격 임명했다. 정 지사 취임당시 충북도는 하이닉스반도체와 2가지 현안문제가 얽혀 있었다. 하청노조 노사분규와 낸드플래시 제2공장 증설로 인한 공장유치 건이었다.

노 정무부지사의 발탁은 이같은 현안문제를 해결할 ‘지렛대’로 삼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하청노조 문제는 한치도 변한 것이 없고 공장유치는 회사측이 반대가 정부방침을 무색케 할 정도로 완강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이닉스 제2공장 유치의 주력이 충북도에서 청주시로 옮겨간 상황이다. 지난 14일 정부합동실사단의 청주방문에서도 시청팀이 안내를 맡아 청주공단 (주)삼익 부지의 적합성을 강조하는등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하이닉스 반도체 수도권 공장 증설 허용여부에 대한 결정은 해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강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천 공장 증설은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동양강철 자회사인 현대알루미늄의 옥천 공단조성 투자양해각서(MOU) 체결도 관심을 모았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8315억원을 투자해 옥천군 청산면 효목리 일원 33만㎡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수도권 등에 있는 공장을 이전하고 공장이 완공되면 추가로 66만㎡를 개발해 20여개 협력업체도 이전키로 했다. 여기에 골프장과 수상레저시설 등 위락시설도 함께 개발한다는 단서가 붙어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건축·단열분야 내장재를 생산하는 영보화학(주)이 대전과 안성공장 및 13개 협력업체를 청원군 강내면 태성리로 이전키로 MOU를 체결했다. 충북도의 공식적인 기업유치 1호인 셈이다. 또한 충주기업도시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엠코를 참여시켜 자동차 부품클러스터를 구상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였다. 이밖에 내년초 결정될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오송 유치여부도 지역 경제기반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대단위 국책사업으로 평가된다.

⑤ 충북협회, 20년 묵은 때 벗기 힘드네 재경 출향인사들의 둥지인 충북협회가 21년만에 회장을 교체했다. 장기집권해온 임광수 회장은 이미 작년 신년교례회에서 퇴진의사를 비쳤었다. 하지만 올해 신년교례회에서 아무런 거취표명이 없었고 옛 충청일보 해직기자와 일부 회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행사는 엉망이 됐다. 결국 지난 7월 임기 막바지에 이르자 대의원 회의를 소집했고 임 회장이 또다시 선출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당시 임 회장 체제에 반대하는 충북협회정상화추진위가 정종택 충청대학장을 추대했으나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안팎의 여론이 비등하고 7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정우택 지사가 불참선언을 하자 임 회장은 1개월만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충북협회 21년의 철옹성이 무너지고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8월 회장선거에서 뜻밖의 주자인 이필우 재경영동군민회장이 선출됐고 충북협회는 또다시 내홍에 빠져들었다. 특히 이 회장은 서울로 찾아온 방송 취재진에서 촌지를 건넨 사실이 적발됐고 선거직전 금품살포 의혹이 지역 일간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같은 혼란속에 정상화추진위는 정종택 학장과 쌍두마차 체제를 제안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경찰에 금품선거 의혹에 대한 진정서가 접수되는 사태로 악화됐다. 한편 이필우 회장은 정상화추진위의 핵심인사들이 참여한 재경청주시향우회의 가입결정을 철회시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정상화추진위는 지난 12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 퇴진운동을 선언하는등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내년도 신년교례회는 지사를 비롯한 충북도 주요인사들이 모두 불참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충북협회는 외견상 출향인들의 친목모임이지만 회장단의 의지여하에 따라 중앙무대에서 충북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관철시키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나마 중앙 인재풀이 부족한 충북이 출향인들간의 불화로 모임조차 유지하지 못한다면 도민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⑥ 말많고 탈많았던 충북 교육계

올해는 충북 교육계에 유난히 불미스런 사건이 많았다. 모국회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청주를 교육도시로 알았는데 교육사건 도시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5월 진천 모초등학교 급식 담당 영양사가 잔반을 섞은 음식을 학생에게 억지로 먹이고 이를 거부하는 학생을 체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학교의 급식잔반 사건의 배경은 공모제로 임용된 학교장과 교직원들간의 대립구도에서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과 관계를 중시하는 공모 교장과 학교장의 운영방식을 거부하는 교직원간의 갈등이 원인으로 부각됐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청주 모초교의 ‘무릎꿇은 여교사 사건’도 발단은 학교급식에서 비롯됐다. 2학년 학부모들이 3교대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채근하고 늦게 먹는 아이들을 체벌한 여교사에게 항의하고 나섰다. 문제는 학교장실에서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여교사의 모습이 그대로 촬영돼 방송뉴스로 방영된 것.

결국 ‘교권침해 사건’으로 부각돼 전교조, 교총이 한 목소리로 비난성명을 발표했고 청주시교육청이 학부모 2명을 고발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결국 수사기관에서는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8월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3교대로 운용되는 학교급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이같은 학부모-교사간 갈등을 일으킨 원인이었다. 지난 9월에는 제천 모초교 교사의 여학생 성추행사건도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해당 교사는 사직서를 내고 잠적했으나 학부모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사표수리를 반대하고 파면조치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경찰 고발도 검토했으나 피해 학생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법적절차는 밟지 않았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단체협상 과정에 교육감 참석문제로 50일간 도교육청 정문앞 천막농성을 벌였다. 결국 이기용 교육감이 본교섭 참석을 약속하면서 천막농성은 끝났지만 교육감의 대처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줬다. 이 교육감은 전임자들과 달리 사업을 일일이 챙기기보다 부서별로 일임하면서 조직관리에 사각이 생기고 있다는 것. 특히 내년 교육감 직선제를 앞두고 친정체제를 강화한 인사 가능성이 예고돼 교육계가 긴장하고 있다. / 특집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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