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남동 A아파트 경리직원 6000여만원 빼돌려 잠적
2년간 지속적 횡령, 예결산 감사서 잔고증명 확인안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20대 경리직원이 6000여만원의 공금을 횡령하고 도피한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의 경리직원은 2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돈을 빼돌렸으나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입주자대표회는 경리직원 가족의 변제약속에 따라 형사고발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10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대단지인 청주 산남동 A아파트. 지난 98년 A아파트 경리직원으로 입사한 J씨(26·여)는 2001년 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직원 퇴직충당금 2315만원을 입금시키지 않고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01년 4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장기수선충당금 4284만원을 빼돌렸고 지난 1월에는 소독용역비 132만원을 해당 회사로 입금시키지 않고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총 피해액은 6228만원이지만 지씨가 회계장부까지 가지고 도피한 상태라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J씨는 매월 수납한 아파트관리비 가운데 일정액을 퇴직충당금, 장기수선충당금 계좌로 입금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2년간 상습적으로 횡령해 온 것이다. 한편 입주자대표회는 매년 실시하는 정기감사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고 관리소장도 감쪽같이 속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 횡령사건의 책임에 대해서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까지 입주자대표회장을 맡았던 S씨는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감독하는 책임은 관리소장에게 있다. 2년동안 달달이 돈을 빼돌리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경리직원 아버지가 피해액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약속해 집에 근저당을 설정하는등 재산보전을 해둔 상태다. 피해가 원상회복되지 않을 경우 관리소장도 함께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해당 관리소장 L씨는 “난 말뿐인 관리소장이지, 입주자대표회장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다. 10원 한 장도 내맘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직원이 빠져나가도 비용절감한다고 충원을 하지않아 정신없이 일에 치여 살았다. 나한테 책임을 다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입주자대표회가 최종 결재권자인데, 감사를 제대로 하지못한 책임 더 큰 것 아닌가”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 감사가 실시하는 연말 회계감사시 통상적으로 은행 잔고증명을 통해 결산을 최종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A아파트는 경리직원이 작성한 서류보고로 대신하는 바람에 횡령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 다행히 올해부터 임기가 시작된 새 대표회가 인계인수 과정에서 은행잔고를 확인하면서 횡령사실을 알아채게 됐다. 경리직원 지모씨는 범죄사실이 발각될 처지에 놓이자 지난달 21일부터 출근을 중단하고 잠적해 버렸다. 지씨의 가족들은 관리사무소에 2000만원을 우선변제하고 나머지 피해액도 모두 갚는 조건으로 형사고소를 하지 말 것을 간청하고 있다는 것.
이번 사건은 현행 아파트관리 체제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명목상 관리책임은 관리소장에게 있지만 실제로 관리사무소의 사용자는 입주자대표회장이 된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사실상 입주자대표회장인 직원인사, 회계집행 전반까지 모두 간섭하며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령의 취지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는 예산결산 심의의결권을 갖고 관리사무소가 집행을 맡아야 한다. 따라서 인사·관리는 관리소장의 권한이지만 관리소장 인사권을 쥔 입주자대표회가 나설 경우 실권없고 책임감없는 소장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A아파트 횡령사건은 책임감없는 관리주체의 무사안일과 방심이 불러들인 화라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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