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당 발전 가로막는 보수중진 청산돼야”
보수파 “당 단합 뒤흔드는 ‘내부의 적’ 혼내야”

오마이뉴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니냐. 인적 청산 대상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실명 거론한 적 없다’고 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
박종희 대변인 “정치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냐. 안영근 의원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얘기했지만 우리가 이 당의 뿌리를 모르고 들어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이회창 전 총재의 공천을 받았지 않나.”

한나라당 내 인적 청산을 둘러싼 보혁 갈등이 ‘멱살잡이’를 하는 폭행사태로까지 치닫자 당 지도부가 13일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박종희 대변인이 이날 “(개혁세력이)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이름을 거명하게 되면 최소한 민사소송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압력’을 가했지만 기자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내 인적청산 논쟁은 불이 붙었고, 국회 내에서의 몸싸움이 기름을 부었는데 언론의 입만 막는다고 되겠느냐는 것이다. 개혁세력들은 ‘신5적 청산론’을 공공연히 거론하며 보수중진들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등 진검 승부를 예고하고 있고, 보수중진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라”며 이들과 결별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다.
개혁세력과 보수중진세력은 특히 오는 18일 예정된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전날 김무성 의원으로부터 국회 본회의장 휴게실에서 멱살을 잡힌 안영근 의원은 연찬회에서 인적 청산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안 의원측은 13일 “연찬회 때 어떤 형태로든 인적 청산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측은 또 “원래 연찬회라는 것이 소수파를 왕따시키기 좋은 구조”라며 “당내 불만세력을 잠재울 필요가 있을 때마다 연찬회를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측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인적 청산을 위한 연판장을 돌린다는 계획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연판장에는 ▲민정계 중심의 한나라당 역사에 대한 평가 ▲인적 쇄신의 필요성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의원도 12일 열린 정치사회개혁연대 정기포럼에서 “인적 쇄신”을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우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갖고 있는 ‘지역주의정당’ 이미지 불식이 중요한 과제”라고 전제하며 “양당의 이미지를 건전한 정책정당이 아니라 ‘수구적 지역당’으로 낙인찍히게 만든 기득권 세력들은 책임을 지고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이 블레어와 헤이그를 발굴하여 당의 얼굴로 삼은 것은 당 중진들의 자기 희생을 통해서 가능했다”며 민정계 중진들을 비롯한 당내 기득권세력의 2선 퇴진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인적 청산’이란 용어는 쓰지 않겠다”며 “누구를 지목하는 것은 잘못된 정치풍토”라고 덧붙이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즉 “심판은 국민의 손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권 중심의 보수파 중진의원들도 연찬회에서 개혁세력이 주장한 인적청산론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반박할 방침이다. 특히 개혁파에 대한 당기위 회부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구지역 의원들은 12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정계 인적청산을 주장한 안영근·김부겸 의원 등 ‘국민속으로’를 겨냥, “개혁파 의원들이 최근 명예훼손 발언을 했다”며 “따금하게 혼을 내야 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강재섭 대구시지부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 쇄신과 지도체제 개편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연찬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혁갈등으로 인한 당 내홍이 격화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13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영근, 김부겸 의원은 과거부터 있던 당내 중진들이 당의 수구적이고 노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누구를 특정지어서 얘기하지 않았는데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 (지도부가)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당 연찬회에서는 당 개혁안과 대북 뒷거래가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하는데 자칫 (보혁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변할 것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또 “안영근, 김부겸 의원이 인적청산의 중요성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기획단이나 후보 측근, 민정계 출신 등 특정한 대상을 거명한 적은 없다”며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면 (이름이 거명된) 본인들에게는 치명적이고, 내년 총선에서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적절한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한 언론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름도 거명하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이름을 거명하게 되면 최소한 민사소송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엄포를 놨다.
박 대변인은 또 “인적청산을 주장했던 안영근, 김부겸 의원과 ‘청산되어야 한다’는 대상이 조용히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인적청산을 주장하는 개혁세력들은 도대체 대선 때 무엇을 했느냐”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주장해 인적청산을 둘러싼 당내 보혁갈등이 쉽게 수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갈라서기 전초전인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멱살잡이 욕설전’

12일 국회 본회의장 휴게실에서 발생한 한나라당 의원들간의 폭행사태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개혁의원 모임인 ‘국민속으로’ 소속 안영근 의원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정계를 정치권에서 물러나게 하려면 17대 총선에서 그들을 낙천시켜야 한다”며 “인적청산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당내 의원들을 대상으로 ‘연판장’을 만들어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인적청산의 당위성을 홍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적 청산 대상으로 거론되는 보수중진 의원들에게 안 의원의 ‘연판장’ 발언은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다. 대북송금 문제로 잠잠했던 한나라당 보혁 갈등에 불을 지핀 셈이다.
대정부질문 둘째날인 11일 국회 본회의장. 의원들의 경제분야 질문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한나라당 의원석쪽은 질문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이 의사당 복도에서 김부겸 의원 등 ‘국민속으로’ 의원들을 거세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대정부질문 마지막날인 12일 결국 일이 터졌다. 지난 대선기간 때 이회창 전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김무성 의원이 본회의장 의원석에 앉아있던 안영근 의원에게 다가가 “잠깐 나자가”며 회의장 밖으로 불러낸 것.
김 의원이 안 의원을 데리고 간 본회의장 옆 휴게실에는 역시 이회창 전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신경식 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 의원이 두 사람에게 둘러쌓이고 얼마되지 않아 김 의원은 대뜸 안 의원의 멱살을 낚아챘다.
김 의원은 이어 “당 제도개혁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당신이 뭔데 내 이름을 청산대상으로 거론하느냐”고 안 의원에게 고함을 지르며 다그쳤다. 안 의원은 당황해 하면서도 “두 분을 청산대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김용갑 의원이 휴게실에 들어오면서 “왜 나를 청산대상으로 거론하느냐”고 따지고 들자 안 의원은 “우리당에서 (김용갑 의원이) 수구냉전적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 지나친 반공주의로 당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용갑 의원이 “노무현은 좌파정권, 친북세력”이라고 더욱 언성을 높여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윤영탁(대구 수성을) 의원까지 뒤따라 들어와 “대선 때 표를 많이 얻은 것도 잘못이냐. 너희들이 6·25전쟁 때 뭐했느냐”고 가세했다. ‘국민속으로’가 지난 6일 대구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영남지역 의원 물갈이’를 거론한 것을 문제삼은 것. 안 의원을 사이에 두고 의원들의 폭언은 10여분간 계속됐다.
“무슨 자격으로 나가라 마라 하면서 연판장을 돌리겠다는 것이냐.”
“대선 때 너희들은 뭘 했느냐.”
이때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속으로’ 소속 김부겸 의원이 휴게실로 달려와 “사실이 아니”라며 김용갑 의원 등을 말렸고, 김성조(경북 구미) 의원이 안 의원을 휴게실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결국 이날 폭행사태는 안영근 의원이 대선패배의 책임을 물어 민정계를 비롯한 수구세력들의 인적 청산을 위해 연판장을 돌릴 것이라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가 화근이 됐다. 최경준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