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축, 개보수 여론에 도지사 “적극 검토” 약속
이언구 도의원 “인재양성 요람은 허구,부모된 심정으로 바로잡을 것"

▲ 이언구 도의원. 서울 충북학사가 기로에 섰다. 충북학사가 과연 지금의 여인숙 수준 숙소에서 명실상부한 인재양성 요람으로 탈바꿈할까? 이런 물음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만시지탄이다. 진작 논의가 되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충북출신 재경 학생들의 기숙사인 충북학사가 결정적으로 여론에 휘말린 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충북협회 논란 때문이다. 퇴진압력에 부딪친 임광수 전 충북협회장이 자신에 대한 불리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충북학사 무상 기증을 치적으로 내세우자 그 진위여부로 진실공방이 빚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충북학사는 지난 92년 임회장이 사비로 건립, 충북도에 무상 기부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충북학사는 뜻있는 독지가로부터 무상 기증받아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이른바 선의적 개념으로만 인식되면서 막상 그 실체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충북학사(서울 강남구 개포 2동 176~2)의 ‘본 모습’이 적나나하게 공개된 것은 지난 11월 24일 충북도의회에 의해서다. 도의회 관광건설위원회가 이날 충북학사를 현지 방문,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는데 도의원들이 하나같이 큰 충격을 받을 정도로 기숙사 환경이 너무 열악했던 것. 한 마디로 여인숙 수준도 못되는 현장을 목격한 도의원들이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급기야 지난 12월 22일 올 회기 마지막 날, 이언구의원(한나라당· 충주1)이 5분 발언을 통해 충북학사의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충북도에 특단의 조치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이의원은 충북학사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며 집행부에 증축 및 시설개보수와 운영개선 의지를 따져 물었다. 이에 정우택지사가 사석에서 이의원에게 직접 ‘시의적절한 지적’임을 인정하며 “어떤 방향이든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결정적 단초가 제기된 것이다. 충북학사의 증축을 포함한 시설 개보수에 대해선 도의회 뿐만 아니라 집행부와 충북학사조차 그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충북도 우완제담당(체육청소년과)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계획 수립은 없지만 내년중에 종합적 조사와 검토를 거쳐 도의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본다. 만약 증축까지 한다면 워낙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사항이다. 그렇더라도 시설보완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학사가 들어 선 터는 총 840여평으로, 이중 지하 1층 지상 6층 건물이 차지한 부지가 180여평이다. 나머지 부지중 현재 농구장으로 사용되는 150평 정도가 증축의 적지로 꼽히고 있는데, 다행히 이곳은 향후 증축에 대비해 건립 당시 지하 배관공사를 안 한 상태다. 시설의 열악과 낙후는 외견상의 단순 비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언구 도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숙소의 경우 충북학사는 5·3평을 3명이 사용하는 반면 타 시·도는 2명당 4·5~6·5평이어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때문에 충북학사 수용학생중 2층 침대 사용자들은 머리가 천정에 닿아 앉아있기도 버겁다는 것. 이에 대해 이의원은 5분 발언에서 “(학생들이) 기어 들어갔다가 기어 나온다”고 표현했다. 화장실과 세면대 등 공공시설의 경우도 충북학사는 60명당 1개소인데 반해 전북학사 40명당 1개소, 강원학사 8명당 1개소, 경기학사 2명당 1개소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이런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 매년 신학기만 되면 경제사정이 넉넉치 못한 학생들의 입소경쟁이 치열해 신청자의 3분의 1인 270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만약 농구장 자리에 건물이 증축되면 400명까지 입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의원은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지역의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인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부모된 심정으로 대안을 강구시키겠다. 이런 형편없는 시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고향에 대해 무슨 긍지를 갖겠는가. 실제로 이곳을 나온 학생들이 지금까지 3400여명이나 되는데도 이들이 주축이 되는 인적 인프라는 전혀 없다. 충북을 위해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만약 정우택지사가 충북학사를 환골탈태시키면 아마 길이 길이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북학사의 실태는 이름 밝히기를 극구 꺼린 한 관계자의 말에서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그는 “기대감에 이곳을 찾았던 학부모들이 시설을 둘러 본 후엔 십중팔구 찝찔해 하며 고개를 푹 숙일 정도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기숙사로서 적합하지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적당히 지어진 것이다. 때문에 개보수에 따른 경비가 클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충북학사 운영비는 건립 당시 충북도와 시·군에서 갹출한 기금 37억5000만원의 이자와 학생들의 사용료, 그리고 매년 충북도로부터 지원받는 5억원 내외의 예산으로 충당된다. 이곳 입소 학생들은 처음 5만원의 입회비에 매달 15만원만 내고 숙식을 제공받는데 현재 총 90실에 270명이 정원이다. / 한덕현 기자 ▲ 그동안 임광수씨의 무상 기부쪽으로만 홍보가 되어 오던 충북학사가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장 시설을 개선해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충북학사 전경


아직 풀리지 않은 충북학사 건립비 진실
임광수씨 사비 주장에 반박 제보 잇따라

지금까지 충북학사는 임광수씨(임광토건 회장)가 92년 사비 26억5000만원을 들여 건립, 충북도에 무상 기부채납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해당 부지는 충북도가 서울시로부터 호조건으로 구입했고, 임광측은 건물만 지었다는 것.

그러나 최근 충북협회 논란의 와중에서 이를 반박하는 제보가 충청리뷰에 잇따랐다. 내용은 다소 달랐지만 결국 같은 맥락의 것이었다. 건립비용에 대해 청원 그랜드CC(구 청주골프장) 회원권 분양대금을 이사회를 통해 전용한 것, 골프장 회원권 분양 당시 미리 충북학사 건립비를 감안해 값을 더 올려 받아 조성한 것, 골프장 회원권 분양 상한선을 높여주는 조건으로 임광측이 충북도에 제공한 것이라는 주장등이 나왔다. 제보자들은 지역에서 활동중인 대표적 공인들로, 이런 제보가 맞다면 결국 충북학사 건립비는 임광수씨 사비가 아닌 현재 그랜드CC 운영주체인 (주)청주개발이나 골프장 회원들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임광수씨측의 공식적인 답변은 측근인 지헌정 임광토건 사장(전 청주시장)이 지난 8월 본보 취재에 밝힌 반론이 전부다. 지사장은 “당시 골프장 건립주체인 청주개발 주주들의 출자가 미흡해 임회장이 대납 등으로 80% 주주가 됐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임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지금에서 개인돈이냐, 회사돈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회원권 분양대금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그렇게 되었는지는 나로선 모르겠다. 당시 청주개발에 투자된 지역 상공인들의 주식총액이 4억여원에 불과한데 (이 돈으로) 어떻게 26억5000만원의 충북학사 건립기증이 가능하겠나”고 반문했다.

84년 9월 5일 법인 설립돼 지금까지 그랜드CC의 건립 및 운영주체로 되어 있는 (주)청주개발은 사실 처음엔 지역상공인 50여명이 의기투합, 공익적 성격으로 공동발기됐으나 실제 출자 및 증자과정에선 상공인들의 열의가 극히 저조했다. 때문에 임광수씨가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법 등으로 지배주주로 등장하며 실질적인 사유화가 된 것이다. 그렇더라도 충북학사 건립 비용이 순수한 임광수씨 사비인지, 아니면 청주개발 회사 돈인지, 그것도 아니면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조성한 것인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 가야 지금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진실공방에도 불구, 막상 충북도의 자세는 아주 미온적이다. 재단법인 충북학사의 당연직 이사장이 도지사인데다 매년 막대한 돈을 들이면서도 건립기금에 대한 명쾌한 답을 못 내리고 있다. 현재까지 충북도의 공식적인 답변은 “현 충북학사 건립은 청주개발(대표 임광수)에서 건립하여 1992년 충청북도에 기부채납했으며, 건립비는 모두 26억5000만원이다. 26억5000만원 조성에 대한 자료는 없다”이다. 뭔가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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