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최초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전문기능인 양성 기대
건물 옥상 운동장으로 사용, “학교형태 갖추지 못했다” 지적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는 도내 최초로 설립된 예일미용고등학교(설립자 홍도화)가 2007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들어갔다. 예일고 설립은 경제적 이유 등 사정이 생겨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한 성인이나 근로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업계고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 2007년 첫 신입생을 받는 도내 최초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예일미용고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육성준기자
반면 일선 학교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과 재정지원으로 학생의 권익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한 예일고 설립이 자칫 영리만을 쫓는 평생교육시설의 난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학교형태 평생교육시설 설치계획을 제출한 예일고가 신청 5개월만인 11월 13일 학력인정시설지정심사위원회를 통과하며 설립을 인가받았다. 주야간 2부제로 운영될 예정인 예일고는 최근의 세태를 반영하듯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일고 관계자에 따르면 19일 현재 예일고는 2007학년도 입학정원 180명을 모두 채웠다. 홍인표 예일고 사무국장은 “미용고등학교는 이미 전국 6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도내 학생 상당수가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멀리 서울 정암·정화 미용고등학교 등으로 진학하고 있다. 지역에 미용고가 설립돼 미용인을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신입생 모집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학교시설 지정, 예산지원은 ‘제로’
예일고는 1학년 3학기제로 운영되며 수업연한은 2년이다. 국어·영어 등 국민공통 기본교과는 1학년 과정에 모두 이수하고 2학년과정은 미용관련 전문과정만 교육받게 된다. 기존 실업계 고교는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설립취지와 달리 일반계 고교 진학이 어려운 성적미달자의 차선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실업계 고교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고, 대학의 수요자부족과 맞물려 최근에는 상당수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상업고를 전산고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시점에서 실업계 고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체 학교의 설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일고 등 직업전문학교 형태의 변형된 실업고가 기존 실업고 육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도교육청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한 교육관계자는 “예일고 설립은 수요자 요구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기존의 실업고가 변화를 시도했다지만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다만 시설이나 재정지원 등이 실업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한 평생교육시설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도교육청이 학력인정 시설로 지정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예산지원을 통해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예일고 설립과 관련해 예산편성의 어려움을 들어 재정적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에 위치한 예일고 학사는 2005년까지 충청직업전문학교(교장 홍도화)로 운영됐던 건물이다. 지상 5층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현재 1층은 상가로 임대 중이다. 이 건물은 예일고 설립자며 초대교장인 홍도화 씨 소유의 건물이다. 실습을 위한 기자재도 모두 홍 교장의 사비로 충당했다.

홍인표 사무국장은 “현재는 4개의 교실과 4개의 실습실, 독서실 등 9개의 교실을 확보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1층 상가도 모두 비울 예정이라 시설면에서는 부족하지 않다. 또한 타 지역의 경우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원이 360명이 되는 2008년까지는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건물 이외에 부대시설이 없어 일반교실에서 급식을 해결해야 하고 옥상을 운동장으로 활용해야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어, 학생들이 기본적인 학교생활도 영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력인정시설지정심사위원회에서 평생교육법시행령 10조 ‘학력인정시설의 지정기준’에 의거 모든 사항이 적정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홍 사무국장은 “평생교육법시행령에는 체육장 시설이 350㎡ 이상이면 법정기준을 통과한다. 또한 옥내 체육장, 타학교 체육장의 공동사용으로도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지정 당시 건물옥상을 체육장 시설로 인정받았고 안전시설도 모두 설치했다. 일반학교에 비해 체육시간이 적은데다 꼭 필요로 한다면 인근 운동장을 임대해 사용할 수도 있어 학생들의 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학교가 개인사업자?
이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학교 설립과 관련해 설립자의 자격기준도 나와 있지 않다. 지금과 같은 기준이라면 누구나 건물만 하나 있으면 고등학교를 세울 수 있다는 결론이다. 영리목적으로 교육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예일고의 경우도 2008년이면 흑자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용 이외에도 다른 전문기술학교 설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가 전문대학에서 인기있는 학과 하나를 선정해 설립한다면 수요자는 넘쳐날 것이다. 또 다른 설립희망자가 나타난다면 도교육청이 어떤 근거로 설립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학교로 인정됐음에도 현재 예일고는 홍도화 교장의 개인사업으로 규정되어 있다.

홍 국장은 “설립자의 의도에 따라 영리목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설립규정에 설립자(또는 이사장)가 학교 수익을 유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학교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입은 모두 학교에 재투자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개인사업자지만 학교법인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강제적 조항이 없어 설립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설립목적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설립목적이 근로학생과 만학을 꿈꾸는 성인이라고 명시된 것과 달리 2007학년도 신입생 절반 이상이 중학교 졸업예정자라는 것도 설립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관계자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이러한 변형된 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는 기존 실업고를 활용하는 것이다. 교원 활용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전공을 개설하고 교육과정도 실습위주의 교육으로 전환한다면 이러한 논란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설립자인 홍도화 교장은 16년간 미용학원을 운영해왔고 한국미용장협회중앙회장으로 활동중인 미용계에서 손꼽히는 인물로 알려졌다. 미용예술학 박사인 그는 주성대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한남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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