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형평성시비·고용불안·파행운영 도마위

   
한국 도로공사 충청지역본부가 외주를 줘 관리하고 있는 고속도로 나들목 영업소의 파행 운영이 도마위에 올랐다. 충청지역 본부 전·현직원들에 따르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영에서 위탁으로 전환한 영업소가 퇴직한 전직 도로공사 직원들이 차린 사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이 적절한 공모절차를 거쳐 직원을 채용하기 보다 연고를 바탕으로 직원을 채용하면서 인사의 형평성 시비까지 일고 있다. 심지어 나들목 요금 징수원은 전직 도로공사 직원의 가족과 친·인척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낙하산 인사식 족벌경영은 정상 근무하는 직원을 정리해고 하고 심지어 그 자리에 영업소 사장의 가족을 앉히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특히 100% 계약직인 요금 징수원의 경우 노조 설립은 곧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일부 임시직은 8시간 근무에 노동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월 8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충북 진천지사가 관리하는 한 영업소에서 최근까지 3년 6개월여 동안 요금 징수원으로 일해 온 한 여성은 “공채로 채용돼 능력을 인정 받았다”며 하지만 “직영과 위탁이 번복 되면서 새롭게 관리를 맡은 외주사 사장이 제비 뽑기로 3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면서 그 자리에 자신의 가족을 앉히는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요금 징수원으로 잠시 일했다는 한 여성은 “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갔지만 알고보니 임시 계약직이었다. 계약직은 그래도 1년간은 일 할 수 있지만 임시 계약직은 상황에 따라 그만 둬야 하는 처지였다. 즉 영업소 사장의 결정만 기다리는 파리 목숨인 셈이다. 심지어 기본급 80만원에 수당까지 하면 100만원은 족히 받을 수 있으리라던 요금 징수원 일은 온갖 명목의 공제이후 고작 50만원을 받는 신세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외주사 사장에게 잘못 보였다간 언젠가 정리해고 될지 몰라 잔 심부름까지 하기도 했다”며 “결국 견디지 못해 스스로 관둔지 오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여성은 “기피 근무 시간인 야간에 임시직을 두기도 했다”며 “영업소 사장에게 잘 보이면 출·퇴근도 시켜 주고 영업소간 인력 교환으로 집과 가까운 영업소로 발령을 내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영업소 사장은 일부 사실을 시인 하면서도 “근무 배치표에 따라 이뤄지는 근무 시간의 조정은 있을 수 없다”며 “더구나 야간근무는 수당·수입과 연결돼 기피 근무 시간이 아니다. 근무처 교환도 요금 징수원을 배려해 생긴 일이다. 서비스 친절도에서 전국 영업소를 압도하고 있는 지역 영업소의 밝은 면도 조명해 달라”고 말했다.

요금 징수원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
15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충북을 지나는 일부 고속도로 나들목 영업소를 찾았다. 온갖 사람이 지나고 요금을 취급하는 곳이라 낯선 밤손님을 반기지 않았지만 끊질긴 설득 끝에 각 영업소에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여성 요금 징수원은 “우리 직업은 전국의 날씨와 소식을 가장 먼저 알 수 있어 좋다”며 “친절한 길 안내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받으면 더 없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구나 “백화점 등에서 근무 하면 8시간을 서서 일해야 하지만 요금 징수원은 그나마 앉아서 일해 편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은 “힘든 점도 있다”며 “남편도 웃음을 파는 것을 아냐, 집에서도 그렇게 웃냐? 는 식의 비아냥 대는 운전자를 보면 화가 치밀기도 한다. 하지만 친절이 생명이라 웃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명절에 집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며 “더구나 온갖 스트레스에 몸이 아파도 맘대로 아플 수도 없는 것이 우리 직업이다”며 “팀별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보통 한 팀당 5명이 근무를 한다. 이는 근무자 1명이 요금 징수 일을 하는 사이 팀장 등 한 명은 사무실을 지키고 나머지 1명은 근무자가 2시간 근무이후 20분을 쉴 때 잠시 교대로 투입된다. 만일 한 사람이 아프면 쉬는 시간 교대조가 없어 꼬박 8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요금 징수원은 2평 남짓한 부스 안에서 하루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한다. 한 영업소에는 보통 5∼6명씩 3개팀이 8시간 근무씩 밀어내기로 근무를 한다. 팀장은 사무실 업무를 주로 보며 팀원은 근무자가 2시간씩 8시간 근무를 채우는 동안 중간에 20분씩 휴식시간 근무 교대를 하게 된다. 따라서 한 영업소 사장은 “근무 배치표에 따라 팀제로 근무를 하기 때문에 기피 시간대를 고려한 근무 조정은 있을 수 없다”며 “단지 일부 영업소에서 상황에 따라 임시직을 채용하고 있다. 근무여건을 고려해 여직원 휴게소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인건비 절감 효과·근무평정 개선
충청본부는 지난 76년 창설이후 현재 충청권내 7개 노선 516㎞를 관리하고 있다. 충청 지역에는 대전, 천안, 논산, 진천, 영동, 무주, 당진, 보령 지사와 서해대교 관리소가 있다. 이중 충북은 천안지사가 관리하는 경부선 55.5km에 청주, 목천, 안성, 천안 영업소 4개소가 있다.

또한 진천지사가 관리하는 중부선 59.02km에 음성, 진천, 증평, 서청주, 오창교의 5개 영업소가 있다. 이 밖에도 영동지사가 관리하는 경부선 56.62km에 옥천, 금강, 영동, 황간 등 4개 영업소가 있다. 이를 두고 충청지역본부 기획관리팀 정구명 팀장은 “영업소 사장은 지난 2000년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간 직원이 독립채산제(소사장제)로 외주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인건비 감당이 어려운 도로공사의 배려였다”고 말했다.

특히 정 팀장은 “직무 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신규인력을 뽑아 교육 시키는 것 보다 경험이 풍부한 직원에게 외주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부 결정도 있었다”며 “충청본부에선 현재 대전지사를 제외한 모든 영업소가 외주를 준 상태다”고 설명했다. 일부 직영 관리에 대해선 “외주사의 노조 설립과 전면 파업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정책적으로 대체인력을 확보하고 문제에 따라 내년부터 변화를 줄 생각이다”고 전했다.

충청본부 영업팀 손호식 차장은 “각 영업소에 대해선 상시 및 정기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계량점수에 따라 일정 비율의 봉급도 주고, 도주 차량 적발 건수와 영업소 운영평가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근무 평정표도 작성한다. 사실 영업소마다 봉급 체계가 조금씩 틀릴 수 있지만 대체로 최하 100만원에서 130만원까지도 지급토로 돼 있다. 이 액수의 차이는 호봉수라기 보다 야간 근무 수당과 근무 시간에 따라 많고 적음이 결정된다. 이는 도로공사 직영 영업소의 정규직원보다 높은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 경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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