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황균 12대 전교조 충북지부장

2005년 1월 5일 제12대 전교조 충북지부장으로 취임한 이래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준비도 없이 지부장에 출마했을 당시에 많은 사람들은 “지부장 한 번 해 먹었으면 됐지. 그게 무슨 벼슬이라고 또 나왔느냐”며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들이 많았다. 전교조지부장 자리는 ‘해먹는 자리’는 아니고 헌신과 자기희생이 따르는 힘든 자리라고 믿었기에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내가 있다.

지부장 선거는 또 다른 형태의 조직 활성화의 과정이요 기회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기왕이면 치열한 경선이 조직의 확대와 강화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준비도 없이 무모하리만치 과감하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충북지부의 많은 선생님들께서 지지해 주셔서 지부장에 당선이 되었고 숨 가쁜 2년을 보냈다. 여러 가지로 능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여러 동지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에 지난 2년간 대과없이 충북지부를 이끌어 올 수 있었다.

2년 동안 지역 안팎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교감선생님의 자살에 이은 교육감의 사망, 2005년 새로운 교육감의 등장, 그리고 충북교육의 미래. 옥천 모 중학교 교감의 자살은 학교장을 찾아가 원만한 해결을 촉구한 후라 더욱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교육감의 사망, 늦었지만 24시간을 25시간으로 쪼개 쓰면서 온 몸을 던져 충북 교육을 발전시키고자 밤낮없이 노력했던 고 김천호 교육감의 명복을 빌며 그 분의 한없는 충북교육 사랑과 살신성인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각오를 되새겨 본다.

그리고 이기용 교육감의 당선, 청백리로 소문난 이 교육감의 당선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전교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아 50여일 간의 천막농성까지 한 우리로서는 이 교육감에게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단체교섭에 직접 나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성실교섭의 모습을 보여주길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충북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쁜 자리지만 교육국뿐만이 아니라 관리국의 일반 행정까지 소상하게 파악하고 장악하여 충북교육 전반을 빈틈없이 관리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전교조가 초심을 잃고 있다고 한다. 전교조가 너무 정치적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전교조가 이 사회의 문제에 너무 깊이 관여한다고 한다. 우리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애들이나 잘 가르치라고 일갈하시는 분들에게 되묻고 싶다. 비정규직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아이들의 학부모들이다. 바로 우리들의 사랑하는 자식들이 제자들이 이 사회에 나가면 바로 비정규직이 된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다. 소위 명문대를 나오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 보았자 낙오되는 그런 사회를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그리고 몇몇이서만 잘 사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 사회를 바라만 보고 있으란 말인가. 환경이 파괴되는 현장을 수수방관하란 말인가. 폭력이 난무하고 학교가 파괴되는 현장을 눈감으란 말인가. 남북의 통일, 평화와 생명의 외침에 귀를 막고 봉급이나 타서 인생을 편히 먹고 살라는 말인가. 눈 딱 감으면 우리도 편하게 즐기며 잘 살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의 미래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그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교원평가, 차등성과급, 비정규직 철폐, 공무원연금법 개악 등 수 많은 난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13대 집행부에 짐을 넘기는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 2년간을 온갖 풍랑을 헤치며 전교조충북지부를 이끌어 가실 13대 김상열 - 권미령 호 집행부 동지들께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길에 저 또한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