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낙선자들과 재대결 불가피
도종환 시인 타천 유력한 대항마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감·교육위원 직선제 전환 등이 골자인 지방교육자치법이 통과되면서 2007년 11월 실시할 충청북도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 이기용 충북도 교육감                                    ▲ 도종환 시인
지난 보궐선거에서 이기용 교육감에게 석패하며 분루를 삼켰던 후보자들과 내심 직선제 전환을 기대하며 때를 기다리던 교육계 원로의 재도전 움직임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주민 직선제로 인해 현직 교육감의 선거에 대한 이점이 작아졌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고 김천호 교육감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 있는 충북도교육청의 특수한 상황에서 주민 직선제가 오히려 이 교육감의 재입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김천호 교육감의 갑작스런 타계로 같은 해 8월 1일 치러진 보궐선거에는 교육감 선거 사상 최다인 8명의 후보가 열띤 경합을 벌였다. 1차 선거에서 현 교육위원인 박노성 후보는 33%의 득표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28.4%를 득표하며 2위를 차지한 이기용 후보와 3일 결선을 치렀다. 결선에서 이 후보는 열세를 뒤집고 52.1%를 득표하며 박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이기용 교육감은 ‘될 사람이 됐다’는 호의적인 평가와 기대 속에 업무를 시작했다.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해 국·과장 등에게 이양하는 등 역대 교육감이 보여주지 못한 조직 운영을 보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짧은 기간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고, 수습과정에서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보궐선거 낙선후보군 ‘절치부심’
한 교육계 인사는 “성품이 무난하고 적이 없는 스타일이지만 추진력 등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14대 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이러한 교육계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학운위 간접선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고, 현직 교육감을 상대로 다른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주민직선제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민을 상대로 하는 직선제는 그만큼 현직 교육감의 영향력에서 자유롭다. 또한 선거운동 형태도 학운위를 대상으로 할 때와는 다르다. 방송을 통한 토론회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토론회에서 이 교육감이 자신의 색깔이나 정책에 대한 소신을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해 호응을 이끌어 낼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주류다”고 말했다.

이런 호재(?)로 교육계에서는 벌써부터 후보군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궐선거 당시 박빙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석패한 박노성 현 교육위원을 비롯해 비교적 선전한 류태기 전 청주교육장, 이승업 전 보은교육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보궐선거에서 중도하차한 고규강 전 교육위 의장, 교육위원 선거에서 충북대 동문의 지지를 받은 곽정수 현 교육위원, 교육위원 선거에서 낙마한 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서수웅 현 교육위원 등도 교육감 선거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12대 교육감 선거와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권혁풍 초대 교육위원 등 주민직선제를 주장했던 교육계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규강 전 교육위 의장은 “벌써부터 누가 선거에 나올 것인지는 예상할 수는 없다. 현재 충북 교육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나 또한 적극적으로 지지할 생각이다”며, “3·4월경에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민직선제 이미 준비”
한편 한 교육계 관계자는 “주민직선제가 실시되면 학운위의 영향력이 약해지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당락에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 교육감 또한 차기 선거가 주민직선제가 될 것을 고려해 인사를 단행했던 것으로 안다. 현직 교육감의 이점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또한 “보궐선거에서 군 단위 출신으로 이 교육감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과적으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결국 당선됐다. 그 때 상황과 지금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여타 후보들은 당시 박빙의 승부를 기억하겠지만 현직 교육감의 지지기반은 직선제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반 토막 임기밖에 채우지 못하는 이 교육감에 대해 지역 여론도 ‘한 번은 더 기회를 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 교육감의 재선에 힘을 실어주는 형세다. 한 관계자는 이 교육감의 낙승을 전망하며 ‘대항마의 부재’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인지도, 활동영역 등에서 현직 교육감과 견줄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 지난 선거에서 도덕적으로 깨끗한 이 교육감의 성품이 부각돼 당선이 가능했다. 11월 선거에서는 이 교육감에게 필적할만한 인품을 갖추고 지역기반도 튼튼한 대항마가 등장해야 한다”며 교육자 출신인 도종환 시인이 이 교육감에게 필적할 수 있는 지역의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종환 씨의 경우 이 교육감 이상의 명성을 얻고 있는데다 도덕성· 교육철학 등도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말했다.
도종환 시인은 지역 교육계로부터 몇 년째 이 같은 제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본인이 지금까지 철저히 고사하고 있어 이기용 대 도종환의 선거구도가 현실화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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