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환경미화원 해외여행 계약 의혹 제기

청주시 모 여행사가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해외여행사업에 선정되고도 간부급 공무원의 입김으로 뒤늦게 다른 여행사로 사업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또한 이 여행사 대표가 가로챘다고 주장하는 B여행사 대표가 전직 공무원 출신이고 발주기관 간부와 같은 돌림자를 쓰는 가까운 일가인 것으로 밝혀져 ‘공무원 사회의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당구청 환경위생과에서는 지난 2005년에 이어 정년퇴임을 앞둔 환경미화원 부부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상당구청에 근무하는 정년퇴임을 앞둔 환경미화원은 총 6명, 아내와 함께 12명의 미화원 부부가 7일 4박 6일 일정의 베트남 여행을 떠났다. 소요 예산은 1인당 150만원으로 총 1800만원이다.

견적서 J여행사만 받아
지난 달 베트남을 비롯해 장가계 등 총 6곳에 대한 견적서를 제출한 J여행사는 담당직원으로부터 사업을 진행하라는 구두약속을 받았다고 여행사 대표는 설명했다. 장소는 중국 장가계, 여행비용은 120만원이었다. J여행사는 참가자를 모아 놓고 설명회를 개최했고, 여권발급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상당구청에서는 뒤늦게 여행사가 바뀌었다고 통보했다.

J여행사 사장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쳐가는 상황에서 여행사를 바꿨다고 해 황당했다. 알고 보니 지난해에도 이 사업을 맡았던 B여행사에게 사업권이 돌아갔다는 것이다. B여행사 사장은 구청 계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여행업계에 종사한 지 4년여 밖에 되지 않은 인물이다. B여행사가 시청에서 발주하는 사업의 상당수를 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처음부터 내게 사업을 주지나 말던지, 견적서를 함께 내 경쟁한 것도 아니고 다른 여행사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중간에 가로채는 것은 업계에서 금기시 하는 행위다. 들리는 소문에는 위에서 바꾸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연하게도 B여행사 대표와 담당부서 간부는 성이 같은데다 같은 돌림자를 써 친인척 일거라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상당구청 관계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더 나은 견적이 들어오면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 여권을 신청하라고 했지만 분명히 계약이 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후 내부회의에서 겨울에 장가계는 추위 때문에 관광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동남아로 변경했다. 또한 B여행사의 견적은 150만원인 반면 J여행사는 154만원이었기 때문에 동남아로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친인척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무근이다. 같은 돌림자를 쓰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냐. 윗선에서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J여행사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견적을 150만원에 맞추라고 하면 맞출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먼저 낸 견적서를 확인하고 몇 만원 가격을 낮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상당구청 관계자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옛 동료 식사조차 안한다”
전직 공무원 출신이 B여행사 대표 노 모씨는 최 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출신이라는 것이 지역에서 사업하는 데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된다. 4년간 청주시 사업을 따낸 것은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번 일로 공공기관 출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30년 넘게 함께 생활해 온 옛 동료들과 점심식사 한 번 하기가 힘들다. 업자와는 점심식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무원 출신이라 덕을 본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 또 이번 일에 대해 “J여행사가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이번 사업을 따내기 위해 뛰었고, 상당구청에서 견적서를 내라고 해 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항의 전화통화에서 상대 여행사 대표는 가만히 있는데 상당구청이 사업을 주었다는 식으로 답해 공공기관의 사업에 대해 특별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노 씨의 주장을 부정했다.

해외연수 예산관리 허술해
청주시청 총무과 관계자는 “여행이나 공무원의 해외연수 및 교육은 연간 40회, 300명가량의 인원이 다녀온다. 예산편성이 이뤄지면 여행사 선정 및 집행은 실과에서 이뤄져 어떤 여행사가 몇 번의 사업을 따냈는지 집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 J여행사 대표가 제기한 ‘밀어주기’는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우리의 경우도 평소 친분 있는 부서의 행사를 연간 1·2회 정도 따내고 있다. 일괄적으로 처리하거나 견적서를 일률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과의 친분관계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세금으로 집행되는 예산이 허투루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K씨는 “일정에 따라 액수도 달라진다. 같은 지역을 가더라도 어떤 옵션을 넣는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실과에서는 전년도 기준으로 미리 예산을 신청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는 예상 견적서를 내 예산을 신청한다. 대부분 편성된 액수에 맞추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서 큰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오옥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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