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반대 집회 폭력사태, 수배자 3명 복대성당에서 천막농성

1일 저녁 복대성당 한미FTA반대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3명의 수배자들은 어깨에 내린 겨울비만큼이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 체포영장을 받은 김남균, 박승호, 이상정씨(왼쪽부터)가 청주 복대성당에 천막을 치고 시국농성을 벌이고 있다. /육성준 기자 매서운 겨울바람만 겨우 막아주는 천막 안에 둘러앉은 이들에게 농사일을 해야 할 농민이 팔자에도 없는 사회운동에 뛰어들어 수배자가 된 이 상황이 현실이지만, 제자리가 아닌듯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박승호 전농충북도연맹 의장

"벌여놓은 밭일이 한 둘이 아닌데…." 한미 FTA반대 충북본부 박승호 상임대표(56)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단지 돌보지 못하는 농사일 걱정 때문이 아니다. "타시·도에 비해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충북도의 단체장이 농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현실이 비통하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30일 정우택 도지사는 지역의 기업인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의 고충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지사는 기업이 도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약속과 함께 직원 자녀들을 위한 명문학교 설립 검토 등, 그들의 자녀교육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특별도를 지향하는 정 지사의 행보다.

하지만 농민들의 읍소에는 대꾸조차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벌어진 한미 FTA반대 충북도청 집회 폭력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 대표를 비롯해 한미 FTA반대 충북본부 이상종 사무처장, 민주노총 김남균 사무처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로 인해 수배자가 된 이들은 복대성당에 들어가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폭력사태 사전계획 없어

▲ 김남균 민노총사무처장. 김 사무처장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평화시위에 대한 불만의 글들이 쇄도할 정도다. 한미 FTA반대운동을 축제의 형태로 범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날 도청을 진입한 것이나 담장이 무너지고 상여를 불태운 일들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충북도의 태도에 대한 화난 민심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이 사무처장은 "충북도나 정 지사는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집회가 있던 날, 집회가 열릴 것을 알면서도 도청 서문에 걸려있는 전광판에는 '성공적인 FTA 충북도가 앞장서 간다'는 문구가 화려가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를 본 농민들이 어찌 화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폭력사태의 원인이 충북도에 있다고 말했다. 복대성당 천막농성장에는 매일같이 수십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이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있다. ▲ 이상정 전농충북도연맹 사무처장.

기자가 찾아갔던 날에는 충주농민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밖에도 학계·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노동자, 농성장에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박 대표는 "늙은 사람이 뭐 바랄게 있겠느냐.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민선 도지사가 정부의 지침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도민의 한 사람인 농민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농사짓는 사람도 자긍심을 갖고 농사를 질 것 아니냐."며,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떳떳이 법정에 설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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